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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 종강 소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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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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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17일 2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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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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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강의를 듣다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오늘 신경증 종강이 바로 그런 수업이었지요.
여느 때보다 차분하게 수업이 시작되었고, 프로이드가 의식 세계에서 주류 계층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하고 찾아나선, 굳이 낯설고 섬뜩함을 무릅쓰고 대면하고자 했던, 무의식의 “나”가 의식의 “나”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과 답변이 음미되었습니다.
바로 신경증 마지막 강의를 위해 제가 들고 온 질문이기도 하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현석 선생님은 안정된 기득권을 버리고 정신분석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 말입니다. 속을 꿰뚫기라도 한듯, 프로이드 생을 되짚으며 답이 찾아졌고, 자연스럽게 현석 선생님의 선택에 대한, 또한 지난 몇 학기 신경증 강의에 몰입한 저 자신에게조차 존중하는 맘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종강을 위해 준비하신 선생님의 질문, 당신이 누군가를 향해 던지고 싶은 근본 질문이 과연 무엇인가, 의식에서는 차마 던지지 못했던 질문, 하지만 무의식이 계속 던지고 있는, 만성적인 고통의 원인에 대해 구성원들이 답을 내어놓았습니다. 역시 정성스러운 질문에 정성스런 답변이었습니다. 저마다 두세살에서 육십살에 이르는 투박하고도 고유한 삶의 경험이 스며있었지요. 선생님은 개개인에게 에너지, 인정, 독려, 흐뭇함, 고마움으로 돌려주었고, 모두 공유되었습니다. 마치 즉흥 연주된 조화롭고 자유로운 재즈 같았습니다.
시간의 제한으로 나머지 세 가지 질문은 꺼내지지도 못했지만, 그로도 충분하였습니다.
처음 가져온 바램만큼 채워졌듯이, 신경증 첫 시간은 마지막 시간의 예고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 강의는 꿀맛 같은 수액이었지만, 종강은 갓 나온 제철 채소로 정갈하게 차려진 소박한 식사였습니다.
꼭꼭 씹어야 하는 수고로움 만큼 입안에서 은근한 향기가 맴도는 곤드레 비빔밥 같은 그런 만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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