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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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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lanetz@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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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14일 1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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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경증 수업을 듣게 된 것은 아주 단순한 동기에서였다.
내 증상과 고통을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의미가 확인되지 않은 증상은 언제까지나 이물질일것이고 난 계속 거기에 휘둘릴 것이었으니까...그러고 싶지 않았다.
조금 잠잠해졌지만 언제 다시 나를 덮칠지 모르는 휴화산 같은 것이 늘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다. 마침 신경증 증상론 수업 공지를 보게 된 것이 나에겐 어슴프레한 빛이었던 것 같다. 이런 나에게 수업을 지적으로 정리하라는 교수님의 요구는 어려웠다.
수업 시작 즈음 증상에는 욕동을 만족시키는 요소가 은밀하게 들어있고 욕동을 억압하는 요소도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금 놀랐다. 만족이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다는 프로이드의 법칙 면에선 쉽게 수긍이 가지만 죽을 것 같았던, 차라리 죽고 싶었던 그 고통이 만족을 위한 것이었다니... 그 고통 배후에 숨겨진 차마 직면할 수 없는 끔찍한 그 무엇이 있다니...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름의 타협이었음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자 그 고통은 견딜만한 것으로 바뀌어졌다.
히스테리에 대해 몇 주의 수업이 진행될 즈음 의문이 생겼다. ‘언제까지 히스테리지?’ 급할 건 아무것도 없는 듯 천천히 곱씹으며 이어져나갔던 그 시간들이 지금 돌이켜보니 참 좋았다. 오히려 한 학기 내내 다루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대표적인 히스테리의 신체화 증상 10개가 나열되어 있으면 그중 8개 정도는 내가 겪었던 것들, 매 사례마다 나를 대입시키느라 마음이 분주했다.
한편 나지오의 <히스테리에 걸린 자아의 세가지 상태&입장>을 들을 땐 복잡한 정신과 마음상태를 이토록 잘 정리하다니! 하며 감탄하기도 했다.
그리고 <거짓기억 증후군>을 들으면서 심리적 현실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인간은 해석하는 존재이며, 우리에겐 어린시절의 기억이 아니라 어린시절과 관련된 기억밖에 없을지 모른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잠언처럼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신분석이란 그것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되겠구나’ 가 보이고 들리는 문자가 아니라 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강박증을 공부하며 재미있었던 부분은 증상과 꿈의 유사성이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이는 외현몽같은 증상 속에 숨겨져 있는 전혀 뜻밖의 불안, 욕망, 환상을 발견해 내기가 간단치 않음이, 그리고 꿈과 같은 매카니즘에 의한 생략과 전치과정이 꽤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사고와 현실을 같은 가치로 느끼며 엉뚱한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증자를 보며 귀엽다는 느낌도 들고 안쓰럽기도 했다. 나 역시 강박증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왠지 히스테리에서 느끼던 동일시와는 정도에서 차이가 있었나보다.
이번 수업에서 가장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아버지의 법 너머에 있는 어머니와 엄마인간> 이었다. 강박증자가 어떻게 주체성을 상실하고 최초만족에 대한 대가를 치르며 살아가야 하는지, 왜 타자를 위해 존재하게 되는지... 구조적인 문제가 나름 명쾌하게 이해되었다. 아마도 이즈음 강의실 여기저기에서 반성의 웃음이, 아픈 공감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나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히스테리와 강박증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조금 쓸쓸한 마음이 되었다.
‘강박증자에게 진정한 타자 욕망은 불가능하다. 욕망을 자극시킬 뿐 타자의 가치 때문이 아니다’ 라는 언어가 조금 아프게 들렸고, ‘히스테리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 라는 언어는 주체의 욕망의 상실감 때문에 기운이 빠졌다. 그 둘(넓게 보면 남자와 여자)의 불가능해 보이는 사랑 때문 이었나보다. 언뜻 완벽해 보이는 그 둘의 결합은 결국 다른 타자들간의 거짓 사랑인 것인가.
어디에선가 ‘신경증은 어린 시절 어느 지점에서 마땅히 겪었어야 할 고통을 겪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감당할 수 없어서 차마 인정할 수 없어서 의식 너머로 추방했던 그 무엇들, 그것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피부로 느낀 수업이었다.
그 고통을 지금에서라도 받아들이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것이 나의, 그리고 이 수업을 들으신 분들의 간절한 소망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그 소망에 한 걸음 다가간, 작은 움직임이었다고 이 수업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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