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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願望)과 원망(怨望)의 깨어짐과 만남 -칼럼 <연기, 기표, 공치료>를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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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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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22일 14: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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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어쩌면 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숙제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연기론> 칼럼을 읽으면서 꿈쩍않던 생각과 관념의 바위덩이에 작은 금이 가는 듯했다. 그리고 비구니가 된 여인에 대한 글이 추가된 <연기, 기표, 공치료> 글을 읽으면서 머릿 속이 '쟁~' 하고 울렸다. 무엇으로도 도무지 깨어질 것 같지 않던 단단한 바위가 순식간에 갈라졌고 아직도 그 깨진 조각들을 글어모으는 중이다. 단단하던 바위가 깨지고 드디어 마음이 움직인다..
26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겨우 만 10살이었고 아버지는 환갑을 조금 넘긴 때였다.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우고 싶은 무의식의 갈증때문이었는지 나는 선생님, 특히 남자 선생님을 좋아했고 해당 수업시간이 늘 기다려지고 기쁘고 설레었다.
그러다 성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가장 예민했을 사춘기에 이웃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때는 좋아하던 국어 선생님이 아버지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내가 드린 꽃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아픈 경험을 해야 했다. 게다가 진로상담을 핑계로 행해지는 성추행, 얼굴이 예쁜 두 친구와의 은밀한 만남...에 대한 소문까지 듣게 되었다.
두 사건은 어릴 적 겪었던 '유혹 사건', 얼굴이 예쁜 언니와 끔찍할 정도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던 조카와 연결된 좌절과 맞물려 내 삶의 큰 트라우마로 자리잡았다.
이후로도 선생님-제자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배움'을 늘 갈망했고, 남자 선생님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품곤 했지만 트라우마를 겪은 후로는 선생님에게 특별한 관심을 받고싶어하면서도 그것이 너무 불편했고 견딜 수 없는 불안을 유발해 선생-제자 간의 좋은 관계가 유지되지 못했다.
프로이드 연구소에서 강의를 듣던 몇 년 전, 그러한 반복적인 패턴이 히스테리의 징조일까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성과 관련된 표현을 하는 데에 있어서 별로 스스럼이 없었다. 히스테리라면 억압되어 의식에서 부정되어야 할 많은 표현들이 나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기에 공부를 하면서도 그 부분이 아주 혼란스러웠었다.
그런데 <연기, 기표, 공치료> 칼럼에서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 그 트라우마로 비구니가 된 여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야 아버지와의 성관계가 가지는 불안하고, 섬뜩하고, 끔찍한 질감이 처음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쉽게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말해왔으면서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장면을 실제로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지로부터 성감정을 거부당한 약 30년 전 마음의 저 밑바닥에 묻어버린 아버지를 향한 사랑 감정, 깊이 묻어버린 만큼 더 큰 힘으로 불쑥불쑥 솟구쳐 나를 뒤흔들던 깊은 원망(願望)과 그것의 좌절이 몰고온 가시돋친 원망(怨望)...... .
나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하기때문에 줄 수 없는 것이었고 주어서는 안되는 것이었음을, 아기를 먹이던 사랑스러운 젖도 언젠가는 마르기 마련이고 아이가 더 다양한 음식을 취향 껏 마시고, 빨고 , 녹이고, 씹고, 깨물어 먹기 위해서는 젖을 포기하고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포기해야 더 많이 누리고,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임을 다른 이들보다 30년 늦은 지금에서야 뒤늦게 깨닫는다.
가질 수 없는 하나를 쥐기 위해 누리지 못하고 포기했던 많은 것들, 강렬한 願望과 怨望이라는 양 극단의 감정으로 오염되고 파괴되었던 '좋은 아버지'와의 관계들... . 이제라도 '좋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더 많이 누리고, 성취하며 기뻐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뜨거움과 차가움으로 나뉘어져 있던 두 감정이 만나 따스함으로 빛나기를 기대한다. 또한 아버지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억압해야 했고 의식에서 추방되었던 성감정에 대해서도 그것이 마냥 추방하고 억압해야할 감정이 아니라 어떤 곳에서는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음을 기쁘게 받아들이려 한다.
- 언젠가 '독'으로 알고 받았던 선생님의 말씀, 이제 '약'인 줄 알았으니 앞으로 더 귀하게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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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의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