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부디 도망가지 않기를.... |
|
|
샘물 |
|
|
2007년 01월 28일 21:06 |
|
3111 |
|
|
처음 집단 상담에 참여했던 날이 떠오른다. 가기전날 밤... 밤새도록 울었다. 왜 그리 하염없이 눈물이 났을까? 인생의 짐이라 여기던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과 죽을 만큼 가기 싫어서 그냥 묻고 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너무 괴로웠던 그 날밤이 지금도 생생하다.
훌훌 다 털어버리고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용기를 내어 엄청난 인생의 비밀을 이야기했는데, 그럼 다들 내게로 달려와 와락 끌어안고서 “정말 힘들게 살았구나.” 다독여주길 원했는데 내 말에서 감정이 하나도 안 느껴진다는 거다. 돌아버릴 것 같았다. 답답해서 가슴이라도 쥐어뜯고 싶었다. 감정을 얘기하라는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듣는거다. 화가 솟구쳤다.
“감정을 얘기하라며... 슬펐다니까.. 괴로웠다구... 다 설명해주었잖아. 도대체 뭘 말하라구. 너희들이 못 알아들으면서 왜 난리야... 원하는 게 뭐야. 그대로 얘기해줄게.”
그때 누군가 말했다. “너 그 무거운 짐을 어찌 지고 가려고 하니!” 그 말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춤 치료에 참여했을 때는 늘 큰 날개를 가진 새가 되고 싶었다. 큰 새가 되어서 끝도 보이지 않는 넓디넓은 초원을 내려다보며 맘껏 날아다니고 싶었다. 싱그런 바람을 맞으며, 아무 거칠 것도 없이 끝도 없이 훨훨~~~ 나를 얽어매고 있던 쇠사슬을 풀고,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싶다는 소망이 나를 신화수업으로, 정신분석 강의와 꿈분석 수업으로 이끌어주지 않았나 싶다.
정신분석 수업은, 꿈해석 수업은 마치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는 듯한 기분이다. “아 그랬구나” 싶은가하면 무슨 암호해독 시간 같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말들, 경험들, 사람들이 새롭게 살아나 전혀 다른 언어와 모습으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 침묵 속에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떠오른 내면의 무언가와 마주하며 때로는 한숨이 나오고, 때로는 “으으으~~~” 마음속으로 머리털을 쥐어 뜯으며, 때로는 그날 떠오른 대상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둥 원맨쇼를 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정신분석 공부를 한다니 누가 물었다.
"정신분석 공부하는 기분이 어때?"
"으으~~괴로워!! 꼴도 보기 싫은 친구를 확 짤라버리고 싶은데 왜 그 친구 마음이 이해가 되는거야. 그 인생이나 내 인생이나 다 같이 불쌍한 인생이네.. 그런 생각이 왜 드는거냐구. 맘껏 미워하지도 못하겠잖아” 라고 답했었다.
얼마 전 그 꼴도 보기 싫어 확 짤라버리고 싶던 친구에게, 그런데 짤라버릴 수 없어 6년간이나 미워하던 친구에게 말했다. “너 내가 정신분석 공부한 것에 감사해. 아니면 내가 평생 저주를 퍼 부으며 살았을텐데, 흐흐흐~~" 그리고 덧붙여 진심으로 말했다. “나도 모르던 무의식 속에 내 모습을, 내가 미워하고 있는줄도 모르던 우리 아버지를 그렇게 끈질기게 붙들고 대면할 수 있도록 버텨주어서 고마워” 이로써 그 친구와 나는 화해한 것일까? 아님 뭐가 더 남았을까?
올해는 또 어떤 배우들이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내 인생의 무대에 떠오를란지... 기대반 두려움반이다. 으으~~! 부디 도망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
|
|
새끼 손가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