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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우울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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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스터디(rroye@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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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5월 18일 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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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울증과 대상관계(시클라멘님)
Freud(1917)는 자신의 논문인 ‘애도와 우울' 에서 슬픔에 잠긴 애도 반응과 멜랑콜리아 우울증(melancholic depression)을 구별하였다. 우울증은 초기 주요 대상에 대한 실망 및 상실 경험과 관계가 있다. 우울증의 유발사건은 중요한 현실 대상을 실제로 상실한 것이지만 감정적인 것이기도 하다.(잃어버린 억압된 내적 대상을 그리워하면서도 비난하는 이중 구조 속에 살아간다는 뜻이다.) 대상을 상실해도 정상적인 애도를 하는 사람은 이성적으로 안정된 자존심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만회가 가능한 발달상태), 깊은 우울증의 경우는 자존감과 자존심의 심각한 손상으로 자기 비난과 죄책감이 동반된다고 한다. Freud는 유아가 생후 처음으로 애착을 형성했던 대상인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상실감을 경험한 다음에 다른 대상을 찾지 못한 채, 그 상실된 대상을 내면화하여 우울감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Freud에 의하면 유아의 리비도는 어떤 특정 대상, 대개는 엄마에게 집중되는데(애정을 느끼게 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하는 대상에게 박탈을 경험하면서 이때 대상으로부터 철수된 리비도가 다른 대상으로 옮겨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자아(ego)는 포기된 대상을 동일시한다는 것이다(내적대상과 함께 사는 내향화). 그러면 대상의 그림자가 자아에 드리워지게 되고 그 자아는 생명력을 잃게 되며, 대상상실이 곧 자아 상실로 옮겨지게 된다.
우울증은 대상상실이(애착했다가 상실한 대상-사별, 이별, 박탈 등) 현실로 지각되고 소화되었어야 만 했는데(위로로 떠나보내는) 어떠한 이유로 애도하지 못하고(사로잡혀서-거부하는 내적대상, 흥분시키는 내적대상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음을 배웠다), 상실한 대상을 내면에 집어넣고(떠나보내지 못하고) 외부세계에서 외부대상에게 리비도를 주지 못한 채(철수, 회피) 지속적으로 무력해지는 상태를 일컫는다(외부대상관계를 전혀 하지 않는 고착된 상태가 멜랑콜리아-정신증상태다). 자아가 외부대상에 관심이 없어지면서 자기발달은 멈추게 된다. 우울증에서 나오는 방법은 외부세계에 관심을 두고, 외부대상을 리비도 카텍시스를 해서(그 애정대상을 새로 동일시하면서) 외부세계로 나아가면 자아발달이 이루어진다(우울증에서 나오게 된다). 리비도 카텍시스 된 현실 외부대상은 내적 대상을 상쇄할 만큼 좋은 대상이어야 한다(변화, 성장시키는 애정을 주고받는 의미 있는 대상, 좋은 기회). 또한 대상관계이론의 관점에서 자기표상과(타인 표상, 대인관계 표상) 관련지어 볼 때 자신의 인간적 가치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를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때 우울증 자기 상태로 본다(자기상이 부정적).
자기개념은 인간의 행동과 정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이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일 때는 만족과 기쁨을 느끼지만, 부정적일 때는 불만과 좌절감을 경험한다. 우울한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부정적 사건에 몰두하면서 결국 부정적인 자기개념을 개선하지 못한 채 살게 된다. 우울한 사람들의 대인관계 특성은 개인의 문제나 실패경험에 몰두해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 패턴이 부정적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절행동과 회피행동을 창출해 사회적지지 체제를 무너뜨린다. 또한 우울한 사람들은 사회장면과 친밀한 관계형성에 있어서 정상인들보다 어려움을 경험하는데, 인지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비판적인 성향이 매우 높고, 완벽 자체를 추구하고, 흑백논리로 실수를 혐오하는 속성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또한 정서적인 측면에서 지나치게 자신에게 집중하는 게 문제인데 이런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만 중요하고, 객관적인 사실에 자의적 해석이 과하고, 다른 사람을 신뢰하거나 사랑하지 못해서 사소한 자극에 상처를 쉽게 받는다. 그 결과 우울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위안을 추구하는 행동을 빈번하게 나타낸다고 한다.
우울증은 인격 장애처럼 편향적인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으로 자신과 주변사람을 괴롭히며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정보나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과 행동에는 개인차가 있고 기질, 성격으로 존중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지만) 자신에 대한 비합리적인 면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거나, 도움을 주려고 가르쳐주면 침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자신감과 현실감이 없어 자신을 무능하다고 믿고, 남에게 묻거나 배우지 못해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해서 열등감에 시달리고,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이 지니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우울의 문제 정도가 지나친 것이다. 자신감이 결여된 우울한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그다지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의지박약해서 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려고 해서 위태로운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종속과 순응 그리고 남 탓)
나는 성당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데, 석 달 사이에 여러 번 실수를 했다. 직장만큼이나 복잡한 조직에서 함께 유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부분에서 자기애적 성격 탓에 나에게만 집중해 있다가 전체를 못 보는 실수를 했는데 행사를 나중에 신청해야지 하고는 날짜를 놓치기도 하고, 말을 잘 못 알아듣고 전달을 잘 못하는 등 크고 작은 실수를 통해 불거진 문제로 스트레스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나는 솔직한 열린 대화로 어떤 대상에게 어울리는 대화가 불가능한데, 남이 인정해주는 것만이 진실인줄 알고 살아서인지 소통해야 할 때 내 정체가 발각될 날을 기다리는 죄인인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매사 책임지고 싶지가 않아 수동적으로 아주 최소한의 것만 하려고 하고 “내가 그럼 그렇지 뭘 잘하겠어?”하는 부정적인 느낌이 일어나 소화불량에 잠을 못잔 것도 아닌데 피곤해서 치료를 하다가도 졸기까지 한다. 그리고 망년회라고 잡힌 모임에 여러 이유를 대면서 나가지 않고 있다. 헌데 우울증 과제하면서 이러한 회피적인 모습이 무기력 증상이라는 것을 자각을 하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내가 우울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회피행동이 나의 무력감과 연결되어 우울함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내가 원하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꼼꼼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건강한 자존감이나 가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배우고 실천을 해본 적이 없어서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회피나 부정 없이 산다는 것은 ‘의식하는 삶’을 산다는 것인데, 나는 내가 한 행동을 실감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주도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엄마에게 칭찬을 받기보다 “그걸 잘 하면서 다른 건 왜 못해?” 라는 핀잔을 들었기에 무엇을 제대로 잘하는지 몰랐고, 무엇을 완수해도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를 잘하면 다른 것을 요구받고, 요구받은 걸 못하면 “니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말로 모욕을 받았기에 매사 그 어떤 것도 책임질 수가 없어서 하기 싫은 것은 대충 하는 척, 피해의식이 커서 알아도 모르는 척 수동적으로 최소한의 것만 하고 살아왔다. 결국은 잘된 것은 그렇게 가르친 엄마의 힘, 능력이 되고, 안 되는 것은 가르쳐도 안 되는 내 탓, 무능력이었기에 부정적인 자아 표상만 거대해졌다. 그래서인지 엄마와 마주하면 긴장이 되어 밥을 먹다가도 체하기도 했지만 엄마가 없을 때는 허기가 져 늘 무엇을 먹어도 배가 고팠었다(좋은 심리적 영양분이 부족해서 그랬던 것 같다). 엄마와의 모든 사건에서 일어난 나의 반응은 평생 내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가를 결정해 주었다. 나는 엄마관계에서 행복할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자질을 느껴보질 못했다. 자존감이 손상되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면 내 인생의 부정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삶에서 피해를 주거나 받으면서도 한 번도 진지하게 ‘내가 나 자신에게 내리는 판단’에 주목해 본적이 없다. 나는 현실감 있는 생활능력을 갖추고, 나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과 대체로 만족스러운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고, 실수나 좌절에서 회복할 수 있는 인내력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때때로 나의 효능감이나 장점들이 현실에서 느껴지지 않아 세상이 사람이 때론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나는 거대하고 도달하기 어려운 훌륭한 멋진 일에만 ‘도전’ 이라는 말을 쓰는 줄 알았다. 현실에서 자질구레하게 대응해야 하는 일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존감을 갖기 위해 현실에서 피해갈 수 없는 일에 능숙하게 대처하면서 그 에너지를 내안에 얻는 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자존감이 낮아 익숙하고 쉽고 편한 것만 찾아다니며, 어린 시절 엄마와의 관계에서처럼 회피적으로 만만하고 부담 없는 상황만을 찾아다녔지만 세상에 그렇게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삶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투성이다.)
나는 성당에서 여러 문제가 일어난 가운데도 그 경험을 통해서 삶의 소중한 지혜를 배우고 나를 성장시키는 기회로 삼으려는 마음보다는 아무 문제가 아닌 듯 하루 빨리 사건을 덮어두고, 그건 나만의 잘못은 아니었으며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며 나의 억울함을 변명하는 포장에만 집중했다.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를 만회할 수 있다는 건강한 죄책감 대신 나는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인데 이번에 운이 나빴으며, 나는 좋은 사람이고 그럴 의도가 없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계를 인정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실을 인식하며 내가 나아질 것을 믿는 대신, 내가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라는 병리적 수치심만 일어났다. 나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남은 그렇게 대우하지 않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보상을 바라고(과시주의), 불편한 일을 조금도 감당하거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모습이 꿈으로 대면되었다.
꿈에 나는 어떤 그룹의 장이었는데 이삼십 여명을 통솔해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모두의 여권이 필요한 상황에서(예약 확인을 위해) 가방을 차에 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돌아가 확인하기 귀찮아 그냥 숙소로 들어가 쉬었다. 헌데 다음날 가보니 여권가방이 사라져 난처했다. 현실에서도 유사한 실수를 저질러 성당사람들과 신부님께 민폐를 끼치게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부주의해서, 귀찮아서 공문을 한 달 동안 체크를 안했기 때문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부정적인 일에서 주인이 된 적이 없었다.(책임의식을 통감하는 모습) 귀찮고 불편한 일은 언제나 친정엄마가 또는 남편이 해결해 주어 크게 문제가 되는 상황이 없었다. 그 결과 저절로 수치심이 생길 만한 현실을 회피하면서 나는 괜찮다는 전능함이 유지되었다.(나는 늘 운이 좋아 문제가 절로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대신 내가 마음에서 떨쳐 내버린 문제들은 다른 사람이 감내해야만 했던 것이다.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 점검하지 않아 손실이 일어났는데 ‘나는 몰랐다는 식’ 이니 주변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하면서도 힘들었을 것이다. 요번 실수에서 예전과 같이 도망가지 않았는데, 꿈을 다루면서 나의 부적절한 나쁜 행동에 대해 감당할 만한 수치심을 느끼면서 실제 능력의 부족함을 대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타인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려면 나 자신의 감정을 먼저 확인해야 가능한 것 같다. 어릴 적 아이가 격렬한 감정을 느낄 때 부모가 옆에서 그 감정에 공감해주는 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다.
상담과 상담 스타디가 새로운 엄마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되었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라면 18개월 이후에는 자기 고민을 내적으로 초월하여 타인을 배려할 수 있게 된다고 배웠다. 자연스럽게 아이는 능력 있는 엄마와 하나가 되고 싶다는 환상에 매달리는데, 엄마와 자신 사이에 경계가 없다면 아이는 자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사람을 자기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느낌을 계속 갖고 산다. 문제의 원인을 남 탓으로만 돌리는 경우는 부모에게 부적절하고 균형 잃은 가르침을 못 받아서이다. 주변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세심한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현실과 달리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생각하도록 내버려두면(교정 받지 못하면), 아이가 엄마의 뜻에 마냥 휘둘리면 그 아이는 자신의 실제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립할 수 없다고 한다. 내 무력감도 거기서 발생된 듯하다. 민감한 엄마는 아이의 기분을 맞춰주며, 아이가 흥분하거나 낙담할 때 부드럽게 누그러뜨려주거나 달래준다.
수치심이 극복되면 아이는 자기가 지지해주는 부모로 인해 세상이 두렵지 않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상처받은 감정이 치유될 수 있다는 것으로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라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무기력증의 극복 방법을 찾아보니 오메가 3, 비타민 B를 섭취하면서 건강한 음식을 통한 식습관 개선과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산책을 하는 등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고 책에서 팁을 준다. 그러나 그 전에 초라하고 보잘 것 없다는 자기 비하,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 건강하지 않은 수치감이 실은 내 현실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어릴 적 엄마와 내가 맺은 관계를 통해 얻은 마음의 착각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한 것 같다. 원래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인 척하며 약점을 부정하면 장점도 함께 부정된다고 한다. 내 인식이 제한되어 좋은 면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나와 세상이 아는 나가 일치되도록(언행일치) ‘상담’과 ‘함께라면’에서 도움을 받고 싶다.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관계나 세상에 적응하기위해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상담 스타디에서 지식과 소통이 실제 생활에 적용되어 나의 삶이 변화되길 간절히 바란다. 일시적으로 보여주기 식의 잠깐 기분 좋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 일치되는 결심이 행동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무력감을 극복하는 팁을 선생님께 얻었다. 팁을 발달상황에 따라 업데이트가 될 것이지만 우선은 엄마와 다른 가족이 충격을 받아도 싫으면 싫다고 말하기,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적당한 정도를 찾아서 행동하기, 순응만 하는 착한 척하지 않기, 다른 사람의 문제인지 내 문제인지 객관화 해보기, 아이처럼 뒤에 숨지 않고 직설적으로 묻고 나아가기, 모르는데 아는 척 하지 않기, 솔직해지기, 나와의 사소한 약속을 지키기, 자기주장을 적대적이지 않고 냉소적이지 않게 표현하기(반박이 목적이 아니라 찬성하기), 여러 기회를 갖기 위해 예스하기 등의 액션플랜을 실천해 볼 것이다.
이 팁은 내가 책임감 있고 인격적인 사람이라고 느끼게 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자존감을 높이는 방어를 제대로 못해서 늘 벌거벗은 기분이 들었었다. 평생 모든 일에 있어 해결책이었던 엄마로부터 받은 비난과 질책은 진심어린 대화와 정직한 감정을 가로막아버렸다(지적은 인식공격인줄만 알았다). 나는 모욕 없는 분노를 표현하지 못해 목이 멘다. 내 목소리를 내는 꾸준한 연습이과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 언어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나는 늘 진실(사실)과 대척점에 서 있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이성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날 불편하게 하는 사실을 모호하게 숨겨놓기만 했다. 사실 어떤 사람이 나를 가하는 공격보다 나는 스스로 자아에 상처를 입히며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정신분석을 처음 공부하고 선생님이 사실로 나를 대면시킬 때마다 때 최악의 태도라고 생각되었다(선생님이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오랜 세월 관계를 해오면서 선생님의 직설적인 말에 웃음이 나오면서 수용이 된다.
늘 힐책을 받으면서 자라 와서 비난의 힌트가 1만 나와도 덜컥 겁을 먹거나 예민하게 모욕을 받곤 했다. 나의 이런 방어적인 면 때문에 선생님도 때론 어렵고 지치지 않으셨을까 생각된다. 선생님이 공격적인 나의 표현방식이 현 상황과 상관없는 엉뚱한 말이고, 잘못되어 정작 받고 싶은 반응에서 엇나간다고,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답을 하지 말고, 상대가 하는 말에 답을 하라고 하실 때마다 난감했었다. 책임감은 훌륭한 미덕이지만 그것을 현명하게 실천하기 위해선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구별해야 한다(내 선이 어디까지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각자 자기 몫이 있는데 엄마에게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 모든 사람은 경계가 없다고 여겨졌다. 누구도, 자식이라 할지라도 남의 운명의 쥐락펴락할 수는 없다. 인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는데 그 차이를 알지 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부적절할 요구에 끌려 다니고, 내 스스로 감당시킨 부적절한 요구에 끌려 다녔을 뿐이다. 우리가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마음이 아프고 슬픈 일이다. 그렇다고 현재나 미래까지 영원히 슬퍼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살다보면 힘들고 실망스러운 일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선과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긍정의 힘을 믿어야 한다.
2. 공허한 우울(마가렛님)
우울증을 흔히‘마음의 감기’라고도 표현하는데 저는 고통측면에서 중증폐렴이나 결핵에 비유하는 편이 더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고, 자고 싶어도 잠도 오지 않고, 무기력하고, 부정적인 나쁜 생각만 되풀이 되니까요. 기쁨과 자신감도, 흥미도 사라져 그런 불행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이나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조차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설리와 구하라가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으면 죽음을 선택 했을까 싶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행복전도사’최윤희씨 부부가 동반 자살을 했는데요. 제가 그 분의 책을 읽었고 방송에서 강인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기에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행복 전도사로 책도 출판 하고 강의를 하신 분인데 말예요. 자살을 선택하시는 분은 상실, 실패의 계기가 있었겠지만 우울증이 결정적 원인인 것 같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그 고통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게을러 보여‘왜 노력을 못하는 거지?’하며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빨리 낫길 바라는 마음이 클수록 더욱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는데요.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은 심리적 질환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어쩌면 누구나 앓을 수 있는 질병이라서‘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울증은 흔한 질병이지만 은 우울증이 어떠한 질병인지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 세대는 저희 세대가 나약하게 자라서 그런 병이 걸렸다고 하십니다. 기성세대는 의식주 문제만 해결되면 행복하게 살 던 시대였는데 저희 세대는 많은 게 주어졌지만 그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 하는‘배부른 고민’을 하는 세대라는 거죠. 또한 신체기능이 약하게 태어나는 것처럼 정신이 약하게 태어나서 그렇다고요. 제가 이십대에 공허함이 느껴서 ‘행복’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는데요.‘행복한 나라 덴마크’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 지수가 높다고 하고 경제, 정치를 추구하는 공동체인‘Svanholm’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아 덴마크로 가서 3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하지만 덴마크도 자살률이 높았습니다. 개인주의 같은 외로운 사회가 우울증을 증가시키는 요인 같아요. 사회적 관계가 부족한 사람은 우울증에 쉽게 걸릴 뿐 아니라 우울증을 극복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우울증이라는 병이 흔하지 않았던 부모님 세대를 보면‘혼자만의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해요. 대가족으로 살던 그 세대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아는 가족이나 동료들과 함께 행동을 했습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일어난 사회적 변화로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은 옅어 졌고, 사회는 개인이 고립되기 쉬운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 요즘은 나아가 1인 가구가 많이 지는 추세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88 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는 급속도로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에 더 취약한 것을 보면 사회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우울증과 기분장애를 증가시키는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요즘 출판되는 책의 제목만 봐도‘누구나 어른이 되는 건 어렵다. 우리에겐 개인적인 즐거움으로 가득 찬 각자의 행성이 필요하다. 나만 왜 이렇게 인생이 어려울까?’등 우리세대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그로 인해 우울한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또한 요새 사람은 음주가무, 약물남용, 모든 중독(운동 중독, 쇼핑중독, 게임중독), 이벤트 난무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공허하고 우울한 현대인의 마음 상태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밝고 즐거운 면만 추구하는‘조증적 방어’의 생활 방식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과민성을 좌우하는 것은 선천적으로 태어난 유전자 때문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성장환경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우울증이라고 진단하더라도 그 안에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며 제각각 발병 메커니즘이 다르다고 합니다.
저는 최근에 자신감 있게 요리, 춤도 배우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면서 전투적인 의욕을 보이는 게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여러 노력을 하면서 현재 느끼고 있는 실패감이나 좌절감이 나아지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공허감은 메워지질 않았는데요. 운동을 하고, 즐겁게 지내는 모습만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닌 것 같았어요. 외부세계의 다양한 경험을 받아들이는 힘이나 능력이 부족해서 내면의 공허감이 해결되지 않기도 하지만 정신분석을 공부하면서 저에게 근본적인 어떤 결함이 있다는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엄마관계나 이혼 등 상실감을 애도하며 발달에 필요한 뭔가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하고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우울한 상태입니다. 공허감은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제 갈 길을 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희망이 있는지를 알려주려고 일어나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요즘 인생에서 상실과 실패를 크게 경험해서인지 슬프고 공허감이 크게 일어납니다. 제 인생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 남편과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만남이 시작되어 관계가 엉망진창이 된 상태에서 그가 떠나버리니 제가 텅 비어진 느낌입니다.
하지만 ‘빈병은 실제로 비어있지 않다.(그 안에 산소와 공기가 있으니까요.)’는 한 철학자의 말처럼 저는 젊고, 재능도 있고, 건강도 있고, 본업도 있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정신분석공부와 상담, 함께라면도 있고, 새로운 전공, 관계에 대한 희망이 있습니다. 사실 이혼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기 전부터 상담 장면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삶이 피폐해졌을 것 같습니다. 예측한데로 불행을 경험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기회가 제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찾을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제 삶을 새롭게 다시 잘 꾸미고 싶습니다. 엄마의 경직된 기대에 맞추어 살면서 인생의 흥미로운 부분을 거부하고, 감추면서 결국 인생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본연의 내’가 되지 못해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엄마와 저는 분리가 잘 되지 않는 융합형으로 살면서 분리불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혼자 있는 능력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미약해서 서로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의존하고 있습니다. 제 우울한 모습의 핵심은 불안입니다. 매사 불안하니까 엄청 빨리 순응합니다.(엄마와 저는 분리불안이 해결되지 않아 상대방을 무조건 따라갑니다.) 자신을 상대방에게 맞추면서 하나가 되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분리불안이 해결되지 않은 사람은 친절을 베풀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따르는 것은 착해서가 아니라 불안해서라고 합니다. 제가 엄마 말을 잘 듣고 엄마의 요구에 맞춘 것은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엄마도 혼자 남겨질 까 두려운 어린아이가 내면에 있습니다.) 엄마와 분리가 안돼서 자기표현, 주장을 잘 못하는 것보다 심각한 것은 제 생각이나 기호, 취향을 잘 발달시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엄마를 포함하여 주변 사람의 것을 따라만 합니다.(제 생각이나 기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상담에서 엄마 외에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은 발달과정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하셔서 위로와 안심이 됩니다.) 건강하지 못한 남편을 만나 그의 취향이나 기호를 자동적으로 따라했고, 그의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공유하면서 끊임없이 하나 됨을 유지하려고 했었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랬듯이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아이-어른의 관계를 맺으려고 했습니다(의존적 특성). 남편은 나보다 더 어린 아이라서 자신이 상대를(저를) 행복하게 해줄 마음보다 제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길 원했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저를 사랑한 게 아니라 제가 단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일방적으로 보살핌을 받고 의존하는 애착요. 성도착도 성인의 애착욕구가 아니라는 알게 되었지요. 상담을 통해서 남녀가 결혼을 하면 열정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책임감, 가족에 대한 의무감도 따른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베풀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애착이라고요. 부끄럽지만 저도 그러하고 남편도 누군가를 돌보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한 사람입니다.(관계를 오래 유지시킬 자신이 없었던 이유입니다). 저보다 남편은 더욱 갈등에 취약했는데 분리불안이 세서 그러합니다(저보다 좌절이 과도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저 또한 미숙해서 남편이 불안정해서 불편해하면 무조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성급하게 사과를 하면서 과도하게 돌봐주었습니다. 그것은 관계를 개선하기위해서 한 노력이 아니라 문제를 악화시키고 회피하는 행동이었습니다. 하인즈 코헛 강의 중 있었던 일인데요. 과대자기 병리를 자기문제와 연결 지어 성찰한 내용을 모두 돌아가며 발표하는 시간이 이었어요. 한 교육생이 사적인 내용을 과하게 표현하면서 대성통곡을 하셨는데요(주제도 그러하고 개인치료에서나 표현할 법한 내용 정도를 조절하지 못하셨어요). 수업 후에 저도 모르게 그분께 다가가 관심을 보이며 과자를 건네며 위로하였습니다. 남편관계처럼 또 잘못 나섰습니다. 관계는 정말 과거의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엄마로부터 대를 이어온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관계요.)
저는 남편과(아버지) 같은 약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낍니다(꿈을 통해 알았습니다. 매번 남편과 함께 등장하는 보기만 해도 불쾌한 아저씨가 있어요). 제가 자신의 노력으로 살아가는 건강한 사람은 피하고, 결핍되고 불행한 사람을 찾아 나서게 될까봐 두렵습니다.(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짝이 될까봐 두려워요.) 엄마가 아빠를 포함해서 다른 사람을 과하게 돌보는 모순되고 왜곡된 관계 모습을 평생 지켜보았습니다.(엄마가 제 남편을 지원해주며 못 떠나게 한 것 기억하시죠.) 이런 관계는 겉으론 좋아 보이지만 폐해가 매우 큽니다. 상대방을 과하게 의존하게 만듦으로써 결국 양쪽 모두 에너지가 고갈시키고 병적인 관계에 놓이게 하니까요. 이런 융합의 관계는 중독자 가족에서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의식에선 분리나 중독에서 벗어나라고 비난하다가도, 한도 끝도 없이 도움을 주면서(중독을 조장해서) 가족 모두 자기의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들고(피해자를 만들고), 부모의(또는 배우자나 형제) 과한 돌봄과 도움으로 중독자는 이기적으로 평생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악순환 속에 살아간다고 합니다. 저희 엄마는 돌봄을 충분히 받아야 하는 어린 시기에 누군가를 돌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셨습니다. 애착의 결핍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시기에 누군가를 돌본 것입니다.(자기 운명이 된 거예요.) 엄마는 자신의 형제, 부모, 아빠, 저까지 과잉 돌봄을 하면서 자기 가치감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엄마도 역시 의존적인 분이시라서요.) 아빠는 편집증성향이 강해 평생 엄마를 많이 괴롭히셨는데요. 엄마는 아빠를 포함해서 병리적인 남편까지 어떻게든 그들의 기분이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꿔주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과도하게 느끼면서 잘해주려고 하셨어요. 저는 엄마처럼 이제 그런 병리적이고 힘든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고, 과도한 애정으로 그들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상대가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제가 경험해보았잖아요.
노력을 하면 할수록 문제가 악화되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어 그만 둘 수도 계속 나아갈 수도 없어 너무 힘들었어요. 현재 엄마와 선생님은 대치 상태에서 저를 다르게 돕고 계십니다. 엄마는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제일을 대신 해주며, 저를 위해) 자신의 도움 덕분에 제 고통이 줄어들고 행복해지길 바라시고, 선생님은 제가 스스로 서도록 돕고 계십니다. 저는 엄마가 힘든 사람을 공감하는 마음이 어떤 이유로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성의 뇌가 발달하지 못하면 현실 맥락을 파악하고, 도움을 주는 상대방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하는지 판단하는 인지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것은 애착에 큰 상처를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자아경계가 손상되어 일어나는 혼란이라고 배웠습니다.(자신과 다른 사람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 모순요.)
그래서 자아가 미분화되어 누군가와 자꾸 융합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예속) 오히려 일방적인 돌봄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합니다.(조정, 통제) 남을 과잉으로 돌보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관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자신과 연결 지어 받아들이고, 상대의 감정에 영향을 크게 받아서 상대방의 감정을 바꾸려고 애쓰고 그래서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고(그래서 불행과 짝이 되고), 그의 문제를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느끼는 거예요. 엄마는 제 남편에게 가족만큼, 가족보다 더 신경을 써주었어요. 헌신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의 일을 도맡아 하거나 도우려고 했지요. 엄마는 상대가 싫다고 하고 필요 없다고 해도 반복해서 뭔가를 베풀었어요. 평생 아빠에게도 그러하셨어요. 저는 제 남편 때문에 충분히 고생해서 그래서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행동을 바꾸지 못하는 무의식의 힘이 지금은 더 큰 것 같아요. 저 정말 반복되지 않게 도와주세요.
3. 숨어버린 나(신비디움님)
미국에 온지 4개월째다. 이곳은 아름답고 살기가 좋다. 나는 좋은 곳으로 여행을 와 있는 기분으로 지내고 있다. 신이 나고 설레는 게 꿈만 같다. 가끔씩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 금세 회복이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좋은 환경이 주는 치유력은 크다. 그렇지만 2년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을 상상하기도 하고, 얼마나 힘든 일이 일어나려고 이렇게 좋게 지낼까 하는 불안한 생각도 잠시 스쳐 지나간다. 나는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낯선 환경에서 교통법규를 익히는 게 빨리 습득되지 않아 한동안 힘들었다. 한 달 동안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것만 겨우 하고 운전을 하지 않았다. DMV에서의 시험 날짜가 잡히고, 연수를 받는 2주 동안은 온 몸이 무겁게 느껴지면서 할 수 없을 것 같은 부정적 생각이 일어났다.(걸어가야 하는데 걷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내 발을 깊은 곳에서 끌어당기는 느낌, 늪에서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수받는 곳까지 30분정도 걸렸는데 운전 중에 공포가 올라와 고속도로에서 차를 멈춘 순간도 있었다.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시험 전 날 꿈 - 바다위로 지어진 다리를 운전해서 가는데 내 차가 그만 바다 속으로 빠졌다. 그 순간 너무나 무서웠고 이게 현실이 아니었으면 했다.) 다행히 시험 보는 날, 너그러운 감독관을 만나서 편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실수 없이 주행 시험을 통과했다. 이젠 가고 싶은 곳 어디든 혼자서 운전을 하고 다닐 수 있다. 면허를 취득하고 편안해졌을 때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성당이었다. 집에서 15분 정도 운전해가면 한인 성당이 있는데, 평일엔 그곳에서 미사를 드린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어울려서 지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며 하나씩 실천에 옮겨 보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도 있겠지만 원래 관계 맺지 못하는 내 문제가 커서 그렇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좋기도 하지만 쓸쓸함, 허전함, 외로움, 동떨어져 혼자 있는 것 같은 고립감도 여지없이 일어난다.(꿈에서 나는 악보를 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교실로 들어갔다. 흥얼거리는 내 목소리에서 좋은 소리가 나와 기분이 좋다. 시험도 잘 볼 것 같은 자신감도 있다. 헌데 내 자리가 바뀐 것 같아 앉을 자리를 찾는다. 빈자리를 찾지만 가방이 놓여 있어서, 앉을 자리를 찾기 위해서 교실 안을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른다.
학생들은 각자 자기 일을 하느라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겨우 안 쓰는 책상을 뒤쪽에 가져다 놓고 앉았는데 혼자만 따로 나와 앉아 있는 게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크리스마스 때 우리 구역에서는 연극 준비 한다고 단톡 방이 시끌시끌하다. 뭐든 제대로 못하는 내가 드러날 까봐 도망갈 생각이 일어난다. 나는 이곳 성당의 밝은 분위기와 신부님이 꽤나 맘에 든다. 신부님은 강론 때마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자주 말씀하시는데 외톨이가 될까봐 두렵다. 나는 마켓에 장을 보러 가는 걸 좋아한다. 향신료를 비롯해서 온갖 식재료들이 얼마나 많은지 즐겁고 신이난다. 도대체 이 많은 식재료들은 무슨 요리에 어떻게 쓰이는 걸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지만 그것들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다가 금세 지쳐버린다. 배달음식 이라는 건 없고, 외식도 자주 할 수 없는 이곳에서 나는 하루 두 세끼의 식사 준비를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여기저기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혼자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요리가 별로 없기도 하지만 워낙에 손이 느려서 속이 터질 때가 있다. 나는 모든 면에서 행동이 느리다. 아직은 집안일에 매달려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하기 싫은 건 아닌데 남들이 척척 해 내는 일을 쩔쩔매면서 겨우 해내서 그렇다. 요즘은 동영상 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지만 뭔가를 알아보는 것도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남편과 아이의 도시락을 챙기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가 만든 음식은 맛이 없게 느껴지기 때문에 신경을 써서 준비한다. 요리를 할 때 몰입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을 할 에너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덜트 스쿨을 다니거나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뭔가 쫒기는 것 같은 편치 않은 마음이 일어난다.
나의 무의식에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자아상을 해칠 만한 생각과 감정이 있다. 참기 어려운 욕구, 시기심, 차마 인정할 수 없는 증오와 수치심이 강렬하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같은 악몽에 시달려왔다. 불편하고 섬뜩한 감정을 피하는 정신적인 노력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심란하다. 튼튼한‘심리적 방어기제’를 제대로 갖고 있다면 무의식에서든 현실에서든 압도당하는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취약한 자아상태의 꿈이 도무지 변형 되질 않는다. 나는 변화를 원하면서도 진짜로는 원하지 않나보다.) 어린 시절의 빈곤한 감정을 모른 척 하면 (현재)지금에서 과거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없어 악몽이 꾸어진다고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힘든 감정을 과하게 참거나 몰아내면 내면이 황폐해지고 대처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나는 내 고통과 진정으로 마주하는 게 정말 아프고 무섭다.
내 감정에 대해 경솔하고, 반사적이며 모든 고통이 운 좋게 지나가버리기만 바랄 뿐이다. 꿈속의 주인공을 나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상상해보면 치료가 당장 필요한 메이저 디프레션을 앓는 사람으로 보인다.(사실 오랫동안 선생님은 나에게 약물치료를 권했지만 제대로 도움을 받지 않았다.) 나는 꿈과 같은 상황을 현실에서 경험한 적이 많은데, 대학 때의 에피소드가 떠올려진다. 오후에 실기 시험 전에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연습을 하려했는데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주저앉을 뻔했다. 급히 식당으로 되돌아가서 밥을 시켜서 먹고는 에너지를 만들어 시험을 봤던 기억이 있다. 분명 식사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급작스레 허기가 느껴졌던 게 신체감각을 느끼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배가 부르면 불편하지만 그것도 살아있는 감각이다. 폭식으로 불안한 감정을 마비시키기도 하며, 또는 말을 하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는 것도‘주기’에 해당되기에 박탈감에 허기가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욕구를 충족하고,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위해 아주 오랫동안 엄마에게 의존한다. 긴 시간의 취약한 유년기 때문에 의존성의 문제는 삶의 중심 문제가 된다. 나약한 유년기에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엄마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 세상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사람을 믿고 의지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삶의 실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주변 세상에 강렬한 감정과 두려움을 느낀다. 아기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게 돕는 것은 엄마의 능력이다. 아기를 진정시키고, 안전감을 느끼게 해주고, 고통을 달래줘야 한다. 어떠한 이유로든 엄마에게 감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면 평생 무섭고, 아프고, 무거운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꿈속의 내 모습처럼 말이다. 사납고, 매우 불안정했던 엄마로 인해 나는 정신과 정서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였다. 엄마는 내가 안정되도록 달래주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주지 않으며 심지어 적대적으로 대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엄마에게서 태어나 우울과 과도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내 한 계를 인식하거나 해결하지를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때때로 따스한 정서적 돌봄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없어서 견딜 수 없는 두려움과 분노에 휩싸일 때가 있다. 이러한 강렬한 감정을 피하고 억압하다보니 삶이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모에 대한 실망감으로 생기는 수치심은 인격의 중심을 뒤흔들어 놓는데, 근거 없이 나 자신이 흠 있는 인간으로 느껴지곤 한다. 수치심이 강하게 일어나면 내가 진짜 사랑받고 있을 까 하는 의심이 일어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중요한 존재이고, 세상에 ‘자기 자리’가 있다고 느껴야 한다. 자존감을 필요로 하며, 가족에게 주변사람에게 그리고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느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알려주는 엄마라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평생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남들과 가까워지는 것도 어렵고, 소유욕이 강해 인간관계가 버겁고, 감정을 너무 억눌러서 뭘 느끼고 있는 줄도 모른다. 사실 현실에서의 무력한 모습과 악몽상태에서의 내 모습은 평생 건강하지 않은 엄마에게 의존해야 했던 나의 무력한 모습이기도 하면서 엄마의 한계와 실패이기도 하다.(혼란스러운 엄마 모습이다.) 내 동생들도 혼란스러웠던 엄마환경으로 인해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깊은 수치심을 안고 살아간다. 엄마는 자아가 전혀 발달하지 않아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는데, 사랑할 능력이 없는 엄마의 모습이 내 안에도 있다. 그 결과 인간으로서 갖는 다양한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물론 지금의 나는 수년전 연구실에 왔을 때 보다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졌다. 하지만 내 욕구를 인정하고 남에게 건강하게 의지하는 게 어렵고, 깊은 우울증이 치료되지 않은 상태이다. 선생님께서 믿음직한 보살핌을 받아 평온한 상태를 느끼고, 그 경험이 되풀이 되어야 삶이나 사람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면서 상담 스타디를 권유해주셨던 게 생각난다.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무사히 넘기는 경험이 쌓이면, 힘든 감정이 생겨도 잘 견뎌낼 수 있다고 하셨다. 특별한 면모 없이 평범하게 그리고 내 인생에 적절하게 만족하며 사는 게 건강한 삶의 목표라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을 또 되새기게 된다.
4. 나의 우울증은 감정의 ‘바운더리’가 없어서 발생한다(티보치나님).
나는 엄마와의 거리가 없어 전혀 의도하지 않았어도 깊은 상처를 주고받는 형태가 성격으로 자리 잡았다. 엄마와 나 사이에‘경계선’을 만들고 싶었지만 만들 수가 없었다.(엄마가 먼저 만들었어야 했다.) 엄마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은 많은데, 정작 엄마는 준 적이 없다하신다.(남편도 같은 오리발이다. 시댁부모님도 그러하시다-한쪽이 일방적으로 휘두르고, 한쪽은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관계다.) 하지만 상처는 머릿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온몸에 각인된다. 내가 주로 쓰는 방어기제는 내사이다.(씹지도 않고 삼킨다.) 상대방(외부대상)의 생각, 감정, 욕구를 별 비판 없이 받아들여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갈등이 벌어지면 대부분 팔자라며 내 탓을 한다.(무기력의 원인이다.) 나의 갈등과 문제는 소화되지 않은 채 몸속에 쌓이거나 때로는 그대로(통채로) 배출된다. 누군가의 스쳐지나가는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이 마음에 베여 나는 찌부러진다. 눈길 한 번에 사랑에 빠지고, 반대로 적개심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된다. 바운더리는 자신을 보호할 만큼 충분히 튼튼해야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과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배웠다. 헌데 엄마는 (나와 너를 구분하지 못하는)경계가 희미한 분이라 그 영향을 받은 나 역시 감정의 바운더리가 약해서 혼란을 겪고 산다. 엄마나 남편 등 불편한 사람이 던진 말은 고스란히 내 생각과 감정이 되는데, 내 탓을 할 때도 있지만 그들 탓을 할 때조차도 무엇이 핵심인지, 누구 문제인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단지 상대방이 내 마음 같지 않아 서,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서, 때론 멀어지는 것 같아서, 나보다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관계에서 겉도는 것 같아서 힘들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 나쁘고 이기적이라서 보다 상대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관계의 균형을 조절하는 게 어려워 전혀 의도하지 않게 이상한 기운으로 일이 벌어진다. 엄마와의 밀착된 관계처럼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상대가 남이 아니라 나의 일부로 느껴서 그러하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척척 알아주기를 바라고, 누가 뭐라고 해도 끝까지 내 편이기를 바라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내 생각대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독립적인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게 되는 이유는 엄마가 나를 평생 독점한 소유욕 때문에 그러하다. 엄마의 혼란에서 비롯된 모순과 왜곡은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투사와 내사), 엄마의 비상식적인 현실에 갇혀 주위를 있는 그대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는 애착결핍에서 비롯된 애착갈망으로 평생 나를 본인의 일부로 여겨 하나로 인식하고 사셨다. 자신이 불행하고 공허한 이유를 내 탓, 모든 사람의 탓으로 돌리며 증오했는데, 엄마를 보면 결국 실존적인 공허감은 무엇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엄마가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오히려 내면의 결핍이나 삶의 불만을 관계를 통해 채우려 할 때 불행한 것 같다. 세상에는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관계는 없다고 하는데, 내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지나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을 해달라고 칭얼거리는 아이들의 당연한 요구와 시도 때도 없이 자신들의 편리만을 위해 부르는 시부모님, 편집망상에 빠져 좀비처럼 사는 남편의 상태도 다 내 것이다. 평생 누군가와 하나가 되기 위해 나의 생각, 감정, 욕구를 외면하고 상대에게 나를 맞추고 살아서 생긴 결과이다. 바운더리가 약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다 흡수해서 휘둘리고 통제와 간섭마저 애정으로 받아들였다. 내 욕구인줄 알았던 게 주변 사람의 욕구 일수 있고, 그들의 욕구인 줄 알았던 게 내 욕구라니 기가 막힌다. 나는 바운더리가 약해서 상대방 중심적인 인간관계를 맺다보니 관계의 불편함을 조금도 못 견딘다. 불편한 관계를 기피하는 이유는 갈등이나 불편함을 파국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거절도 단절로 느껴진다. 누군가 나의 요청을 거절하면 존재자체를 부정당하는 것 같아 괴롭다. 상대가 원하는 데로 따라가다 보니 안도감은 느껴지지만 늘 거부나 버림받을까봐 두렵다. 요청의 거절과 존재의 거절이 구별이 되질 않는다. 과도한 불안으로 (바운더리)방어가 되지 않아 부정적 생각이 크게 일어나서인지 지나치게 상대방에게 쉽게 동조한다. 거절을 당하면 힘들기에 자동적으로 상대방도 그렇다고 생각하게 된다. 보통의 사람은 반복해서 거절을 당하지 않는 이상 한 두 번의 거절을 두고 상대방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규정하지 않을 것이다. 거절도 관계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물론 거절을 당하면 마음이 상하고, 실망스럽지만 관계에 무조건 깨지거나 앙금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핵심감정은 약한 바운더리에서 발생하는 불안이고,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조건 순응이다. 자아에는 생각, 감정, 행동 필터라는 바운더리가 있다. 나는 이 바운더리가 약해서 전염이 쉽게 된다. 엄마가 평생 부정적인 감정사슬로 나를 엮어 옴짝달싹 못하게 조정해서인지 끊어내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보통의 관계에서 갈등이나 다툼은 대부분 일시적이라고 한다. 뒤돌아서면 후회가 되고, 잘못한 마음이 걸려 금방 회복시키려고 애를 쓰게 된다. 어떤 사람은 남편과 관계가 껄끄러울 때 불편한 감정을 해소해주는 방법이 대여섯 가지라고 한다. 화해와 회복의 제스처로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거나 꼭 필요한 일을 여러모로 배려하거나 서비스를 해서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평생 그 누구의 마음이나 상황을 헤아릴 줄 모르셨듯이 오직 불편한 감정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그래서인지 너무 외롭다.) 바운더리는 자아와 대상의 경계이면서 통로라고 한다. 바운더리는‘자타식별’즉 외부대상과 나 자신을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것부터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생각, 욕구, 감정, 역할, 책임을 지각하고 구분하는 것 까지 다 가리킨다. 자아 중심성이 큰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은 바운더리가 약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도 좋아할 것이라고 여긴다던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상대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바운더리가 무너진 미숙한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바운더리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외부와 뒤엉키지 않고‘나’라는 형태를 보존하게끔 도와준다는 것이다. 건강한 자아의 바운더리에는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서 관계에서 위험이 다가오면 알람이 울린다.(침범이나 고립신호) 위험하지 않을 때는 바운더리가 잘 열리고, 위험할 때는 바운더리가 저절로 닫힌다. 또한 바운더리는 사람이 드나들면서 상호교류가 일어나는 곳이다. 다른 사람과 현실적인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면 고립되고,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고립 상태가 된다. 항시 대상에 따라 바운더리 정도는 달라지는 게 좋다. 좋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고, 좋은 것은 받아들인다. 그리고 바운더리는 자기표현 기능이다. 헤어스타일, 옷차림, 몸짓, 자세 등에도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내면의 생각과 감정이 반영된다고 한다. 바운더리가 건강한 사람은 내적 상태를 반영해서 바깥으로 표현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내적 상태와 외적 표현이 어긋난다고 한다. 상대방을 소홀하게 대하고(그/녀는 마음상해 화를 내는데) 몰랐다면서 괜찮다고 웃는 것처럼 말이다.(인간관계가 망가지는데 본인은 느끼질 못한다.) 자기를 보호하지 않고, 상호교류를 못하고, 비난으로 인간관계를 망가뜨리고, 내일과 남의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알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완성을 하지 못하고, 확인을 게을리 하고, 누구의 책임인지 분간이 어렵고, 남을 정성껏 돕지 못하고, 제 때에 맞추는 게 어렵고, 자기조절이 되지 않고, 혼자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면 바운더리에 문제 있는 것이다.(손상이 있는 것이다.) 바운더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연하다고 한다. 대상과 친밀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처음에는 좋은 관계였지만 불신이 일어나면 바운더리는 언제든 조율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번 믿었다고 끝까지 믿거나, 처음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계속 거부할 필요가 없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각과 훈련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바운더리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분별력을 잃은 친밀함은 관계의 균형을 깬다. 바운더리가 깨지면 사람을 함부로 대하게 되는데, 아무리 친한 상대라 해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고, 더 묻지 말아야 할 일이 있고,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비 판단, 침묵, 양보) 사람은 상처를 받아 위험하면 도망치거나, 싸우거나, 얼어붙거나 마비로 반응을 한다. 바운더리가 있다면 이성을 발휘해서 상처를 받는 것을 멈추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보살핌과 어울림으로(유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트라우마란 인간의 대응력을 압도하는 위협적인 사건으로 말미암아 지속적으로 고통을 겪는 정신질환이다. 무엇보다도 이미 공부한 바와 같이 반복적인 애착손상과 과잉양육이(보호, 통제, 간섭으로 자율성을 저해) 바운더리를 손상시킨다. 또한 바운더리가 경직되게 높은 사람도 있다. 자아가 대상과 너무 일찍 분리되어 아예 자아와 대상이 단절된 상태이다. 애착욕구의 좌절이 과하면 어느 순간 애착욕구보다 고통에 압도된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게 편안하지 않고 고통스럽다.(사람과 함께 있으면 긴장수준이 올라간다.)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위로받으려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독립성이 발달해 매우 자기 주도적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믿지 못한다.) 대신 냉담이나 대결 반응을 하며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고집을 피운다.(오래 사귄 사람도 친해지지 않는 다고 불평한다.) 자신의 경직된 바운더리에 갇혀 지내면서 누군가와 가까워져도 상대방과 소통이나 정서적 교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화는 잘하지만 따스한 감정을 드러내는 대화는 어렵다. 냉담한 반응이나 가시 돋친 말로 상대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들은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하는 경험이 부재하기에 상대가 자기 맘대로 되지 않으면 바로 관계를 끊어버린다. 자기몰두 상태로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거나 자기 욕구만을 중시해서 성찰 능력과 정서적 공감능력이 부족하다. 그 결과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상대의 마음이라고 착각한다. 작은 도움이라도 받으면 빚진 느낌이 들어 빨리 갚아버려야 한다 던지 상대와 너무 떨어져서 상대를 잘 볼 수 없다. 바운더리가 약한 사람은 상대와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상대를 잘 볼 수 없지만 말이다. 자아의 바운더리를 공부해보니 다른 사람에 대한 욕구나 그들의 감정 때문에 견딜 수 없는 내 무력감의 원인을 크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그들을 통제하려고 할 때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무력하니까 은연중에 상대방을 쥐락펴락하고 싶다.) 남에게 의존하는 나약함이 이렇게 위험할 줄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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