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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작품의 목적과 기능 –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 루이스 부르주아는 1911년 프랑스에서 타피스트리를 수선하는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당시 타피스트리 작업은 여자에게는 금지된 일이었으나 손녀라는 특권으로 8살 때부터 드로잉을 하는 등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것을 통해 부르주아는 일찍부터 예술 세계와 접하게 되었다. 부르주아의 어머니는 참을성이 많고 합리적인 성격이었지만 병약했고, 아버지는 감성적이고 권위적이었다. 특히 그는 부르주아의 가정교사와 불륜 관계를 맺는데, 두 사람에 대한 배신감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해 모른척하는 어머니의 회피적인 태도는 이후 부르주아의 인생 전반에 걸쳐 증오의 감정을 심어주었다. 또한 부르주아는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에는 수학과 기하학을 전공하는데 이에 대한 영향도 그녀의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된다. 부르주아의 작품을 통해 드러난 주제는 집-여자, 성, 신체, 방, 거미, 바느질 연작, 꽃, 엄마와 아기 등이다. 나는 이번 과제를 준비하며 그녀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찬찬히 살펴보았는데, 각 시기마다 천착하는 작품의 주제와 재료는 바뀌었지만 그녀의 무의식에서 일관되게 요동치는 어떤 빛깔의 에너지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남근선망, 대리보상, 권력 콤플렉스, 근친상간, 공격성, 두려움 등과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고통의 승화의 과정으로, 즉 한 인생의 지속적인 성숙과 발달로만 해석하는 여러 글들을 읽으며 그런 의견에 흔쾌히 동의할 수 없었고, 또한 같은 맥락에서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 활동을 치유, 회복, 용서의 과정으로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종의 ‘방어’처럼 느껴졌다. 왜냐하면 거의 100세까지 산 그녀의 말년 작품들에서도 여전히 유아적 성환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열한 살 때 겪은 아버지의 불륜과 그에 대한 증오가 자신의 작품과 인생 전반에 끼친 강력한 영향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것보다는 더 이전 시기(전오이디푸스 시기 / 오이디푸스 시기)에 그녀와 아버지, 어머니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그녀의 작품 세계에 접근하는 것이 부르주아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 ‘소망충족’, ‘대리보상’으로 본 『마망』에 대한 두 가지 해석 우선 나는 이 작품을 통해 그녀의 무의식에 접근하는 길을 그녀가 붙인 제목에서 찾았다. ‘마망’이라는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거대한 거미는 암컷으로 자세히 보면 가운데 아랫부분의 주머니 같은 곳에 마치 떨어질 새라 철근으로 꽁꽁 감싼 알들이 보인다. 부르주아의 어머니는 합리적인 여성이었지만 남편의 불륜을 묵인하고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자아가 강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 같다. 또한 그녀의 아버지는 대단히 권위적인 사람이었는데 이러한 부모의 성향은 그녀의 무의식에 ‘힘’과 ‘약한 여성성’에 대한 콤플렉스로 남았고, 그것이 심리적으로 보상작용을 하듯 알을 품고 있는 거대한 암거미로 형상화된 것 같다. 또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 나이에 병약한 어머니를 둔 부르주아는 불안에 시달렸을 테고, 그 불안과 약함을 상쇄할 만한 강한 어머니를 갖고 싶다는 소망이 거대한 거미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해석으로, 오래 전 『마망』이라는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거대하고 그로테스크한 거미의 모습에 바로 사로잡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 과제를 준비하며 ‘거미’라는 시각적 개념을 잠시 접어 두고 이 작품을 다시 보니 굵고 강한 철근을 꼬아 만든 거미의 다리는 욕동이 꿈틀대는 여덟 개의 남근으로 보였고, 그것은 엄청난 유혹의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듯 느껴졌다. 그리고 이 다리들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세로로 긴 형상들이 바닥에 꽂히듯 세워져있던 초기 작품의 연장인 것 같기도 한데, 이렇게 땅에 꽂히듯 서 있는 모습은 그녀의 위태롭고 가학적/피학적인 성 환상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거미의 몸통으로 보이는 가운데 ‘매듭’은 여덟 개의 남근을 향한 그녀의 강한 소유욕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거미의 ‘알’은 그녀의 작품 세계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묘사와 연결된 것으로, 아버지의 아이를 낳는 근친상간의 성환상과 작품을 통한 대리 충족이 엿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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