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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지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너무 모른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그 때 저에게 주어진 과제는 아들에 대한 장점을 써 보는 거였는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하나도 떠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 때 당시에 저의 머리 속에 들어앉은 '장점'이라는 정의는 ~내가 충분히 인정이 되어 남에게 보란듯이 내보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내 아이를 모든 면에서 바라볼 줄 몰랐고 그저 내 눈 앞에 있는 것만 보려 했었죠. 그러다보니 내 아이의 장점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실제로 남들이 부러워 하는 점 조차도 어쩌면 그건 당연하여서 혹은 내가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어서 애써 외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올해 들어서 너무나 궁금했던 건 어머니에 대한 나의 욕망, 아버지에 대한 끊임없는 두려움 그외에도 원가족에 대한 외면 등등 내가 왜 그러는지 궁금하여 답답해 미칠지경이었습니다. 문득, 어쩌면 때가 되어 교수님을 만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풀수없는 과제를 예술작품분석 과정을 통해서 더 깊이 생각해보고 실제로 분석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한발 더 다가가게 되었으니까요. 제가 분석을 마치던 그 날부터 뭔진 모르지만 홀가분하고 좀 정리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더 좋았던 건 제가 감정이 격해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진 일입니다. 미쌤님이 뒤이어 발표하기로 한 걸 교수님께서 다음주로 미뤄주셨죠. 그래서 저는 충분히 슬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진심으로 고마웠던 일은 클라스 친구들의 따뜻한 배려였습니다. 그들은 기꺼이 절 위로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고 그냥 가면 안 된다며 못다한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얼마나 포근하고 따뜻하던지...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갔는데 그 다음 주 수업에 대한 인지가 되지 않아 당혹스러운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동안은 나에게는 참 어려운. 너무 어려워서 계속 다녀야 하나를 생각해보기도 한 시간들이었는데 그럼에도 금요일은 잊을 수도 빠질 수도 없었거든요. 그런 금요일 강의가 인지가 되지 않았던 겁니다. 의식적으로는 '나도 당연히 들어줘야해. 아직 클라스가 끝난 게 아니잖아' 하면서 반복하여 되뇌었으나 그게 너무 낯설고 먼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 서둘러 나왔고 제 시간에 가는데 무리가 없을 거란 확신이 들었는데 교대에 와서 왜 거꾸로 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확인까지 하며 서 있었거든요. 그렇게 어렵게 연구소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의 분석 발표를 들으면서 저는 그제야 제 자리를 인식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낯선 감정은 사라지고 침밀감이 들었습니다. '나도 이 클라스의 일원이 맞구나 !' 라는 스스로의 인정. 분석이 끝난 후부터 저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꿈. 꿈에서도 저는 얼마나 즐거운지... 다음 분석 발표를 듣고 나면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은근히 기다려지기까지 한답니다. ~후남아. 밥 먹어라~는 박완서님의 작품은 저의 정서만 건드린 건 아닌 듯 멤버 대부분이 자기와 연관된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다만 조이님은 작품분석 하는 동안 제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박완서님의 생육사에 대해 너무나 많이 알고 계셔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이 : 작가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커서는 오빠가 죽었으며 결혼을 하고는 남편과 사별하고 그 후 아들을 잃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 초기 갖품인 '나목'을 비롯하여 작품 곳곳에 그 정서가 드러나 있다. 특히 오빠가 죽었을 때 엄마가 보냈던 시선. '차라리 니가 죽지' 하는 섬뜩한 눈초리를 작가의 아들이 죽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딸에게 보내고 그 시선이 엄마의 시선임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작가에 대해 얘기함. *크리스탈 : 너무나 날씬했던 님이 결혼을 하고 시부모님이 계속 먹어라 먹어라 하셨는데 자신을 그걸 즐긴 것 같다고 했고, 4번 째 문장 분석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였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맑은사랑 : 자신의 이름이 '영남'인데 이 역시 아들과 연관된 이름이라며 그래서 후남이라는 이름이 가슴에 와 닿는다고 함. *알스 : 후남아 밥 먹어라는 자신도 울렸다며... 분석 발표를 끝내고는 감정이 추스려지지 않아 다른 분들의 피드백을 적을 엄두조차 못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모두가 공감하는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조차도 원문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며 이민 간 사람들의 삶의 멈춤(?)에 대해 말씀하셨다. 내가 잘 했다기보다 작품 선정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모두가 자기자신과 연관된 애기를 했고 알고보면 모두가 상처투성인채 살아간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했다. 모두의 얘기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미 내 무의식에 자리잡고 않아서 나를 자유로울수 있도록 돕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추석에 대구에 가서 처음으로 엄마를 안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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