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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부처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 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 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거지 앉아 있네 수년 전 겨울 나는 서정춘 시인의 시를 한꺼번에 읽었다. 아마도 내가 바닥으로 가라앉아 있을 때였을 거다. 시는 한없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러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몇 편 읽다 돌아눕고, 또 몇 편 읽다 돌아 누우며 꼬박 이틀이 걸렸다. 뭐가 나를 그렇게 짓누르고, 뭐가 또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3권의 시집 속에서 허공으로 흩어지는 범종 소리와 빈 깡통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기억에 흔적처럼 남아 있다. 이 시는 언뜻 보기에는 가난한 집에 비 오는 날 풍경정도로 보이지만 시의 주체가 깡통을 두드리는 빗소리인지 빗물을 받고 있는 깡통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거지가 깡통을 두드리는 이미지라면 분명 빗물이 거지여야 하지만 이 시에서는 깡통 거지다. 그것도 눈물 거지다. 시인은 저녁에 집안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에 빈 깡통을 들이밀며 깡통거지를 등장시키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지 눈물 부처를 제목에 앉혀놓는다. 거지가 깡통을 두드리는 것은 빈 깡통에 먹을 것을 채워달라는 소리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빈 깡통 두드리며 떨어지는 빗물이 하늘나라에 있을 어머니에게서 떨어지는 젖방울처럼 느껴진다. 시인은 늘 젖을 골아 말라깽이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배고팠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하고 또 한다. 사람들이 듣고 또 들어 이제 그 이야기 그만 하라고 해도 다음에 만나면 또 그이야기를 했다. 시인은 엄마를 잃은 대신 아버지의 정을 듬뿍 받았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밤마다 으스러지도록 품에 꼭 끌어안고 잤다고 한다. 청년기 골방에 틀어박혀 밖에는 나오지도 않는 아들에게 주운 꽁초로 담배를 말아 슬그머니 방안에 밀어 넣고 일을 나가셨다고 한다. 시인은 아버지 사랑의 크기만큼 어머니의 빈틈이 더 컸던 것 같다. 시 쓰기는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기억에도 없는 엄마를 찾아 헤매는 시인. 아버지의 사랑 앞에 드러내지도 못하는 마음은 멀찍이 서서, 아니면 내가 아닌 듯 위장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소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시는 시인의 행위를 덥기 위해 제목에 아버지를 앉혀놓은 것 같다. 시인은 시를 수 없이 고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여름 내내 보내기도 하고, 몇 달에 거쳐 50번 100번 씩 고치다 보면 처음의 시상이 느껴지지 않을 때도 많다. 그리고 시는 점점 짧아진다. 그런데도 시인은 결벽증처럼 시고치기를 멈추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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