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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리에> - 김윤아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가슴 안에 가득 찬 너의 기억이, 흔적이 나를 태우네 나를 불 태우네 울어도 울어도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꿈이야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나는 지옥에 나는 지옥에 있나봐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차라리 지금 이대로 눈을 감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 울어도 울어도 네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꿈이야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나는 지옥에 나는 지옥에 있나봐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 자줏빛紫 비가雨 내리는 숲林, 이름만큼이나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밴드 자우림. 그 매력의 중심에는 보컬 김윤아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래 전부터 자우림의 보컬이 아닌 솔로로서도 꾸준히 곡을 발표하며 자우림과는 또 다른 색깔로 자신을 드러냈고, 얼마 전에 싱글 앨범 <키리에>를 발표했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 고통스러운 마음의 절정을 담은 듯한 이 곡이, 나는 귓가에서 자꾸만 맴돈다. 왜일까... '키리에'는 '신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되풀이하는 미사의 기도문에서 따온 제목으로, 상실로 인한 치유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노래한 곡이다. 그런데 그녀는 이 노래를 녹음할 당시 원인 모를 발성장애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인생을 통틀어 3위 안에 드는 사건으로, 은퇴를 생각할 정도였어요.”라고 고백할 만큼 불현듯 찾아온 증상은 그녀를 괴롭혔다. 나는 이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이 노래와 그녀의 갑작스런 증상 사이에 모종의 관련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어릴 때부터 집에 항상 병자가 있었기 때문에 중환자실이 익숙해요. 초등학교 때 할아버지가 한 달에 2~3번씩 앰뷸런스에 실려 갔고, 그렇게 투병하다 돌아가셨어요. 마치 집안 내력인 듯 친가 쪽 남자들 중 누군가는 항상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나는 소리들이 제겐 생활의 요소 같았어요.” 어린 시절 그녀에게 죽음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듯하다. 어린 나이에 겪게 되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은, 죽음 자체의 진실보다는 그것이 몰고오는 어떤 ‘무겁고 모호한 분위기’ 때문에 더욱 소화하기 힘들 것이다. 집안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상실 앞에서 가족들은 슬픔을 넘어서는 깊은 우울과 무력감에 빠졌을 것이고, 그것은 죽음에 대해 침묵하는 분위기를 암암리에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울지 않는 날은, 세상의 모든 눈물이 검은 강이 되어 흘러가네요.’ <검은 강> 중에서 그녀의 노랫말 속에는 유난히 물이 많이 등장한다. 빗물, 강물, 눈물... 누군가가 영원히 사라지는 무서운 일들이 자꾸 일어났지만, 그것에 대해 애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노래를 통해서라도 미처 흘리지 못했던 슬픈 물을 꾸역꾸역 토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번 과제를 준비하는 동안 김윤아의 노래들을 반복해서 들으며 그녀에 관한 이런 저런 기사를 살펴보다가 오래 전에 책을 한 권 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Shadow of your smile'이라는 제목의 책에는 젊고 매력적인 스물여덟 김윤아의 모습이 담긴 많은 사진들과 그녀가 쓴 글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책의 한 꼭지에서 그녀가 겪은 타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노란 줄무늬 고양이, 할아버지, 고1 때 친구, 사고로 한꺼번에 잃은 음악 친구들 그리고 남자친구. R.I.P. 젊디젊은 나이에 죽음의 기억들을 책의 한 부분으로 할애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더욱 특이한 것은 죽음을 묘사하고 있는 그녀의 물질 같은 언어이다. “동물의 죽은 몸이라는 것은, 참 묘한 느낌이 든다...딱딱하게 굳어서 조용히 눈감고 있던 녀석의 몸은 어디론가 사라져 꽃과 나무가 되었겠지...나를 장녀가 아닌 장남으로 교육하셨던 아버지가 나에게 할아버지의 주검을 만져보라고 시키셔서...할아버지의 다 사용한 육체는 딱딱하고 차갑고 이상한 색깔이어서 한때 사람이었던 물질이 아니라 처음부터 바위나, 커튼이나, 스탠드 같은 무생물이었던 물체처럼...” 상실이라는 소화하기 힘든 일을 연이어 경험한 탓인지, 그녀는 충격적인 일을 겪을 때마다 ‘정보입력 → 상황대처 → 꽤 시간이 흐른 뒤, 충격’의 순서를 밟는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그녀의 노래를 계속 들을 수 있는 것은 과거 충격의 순간에 분리시켰던 감정의 이와 같은 뒤늦은 처리 습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각자의 익숙한 무드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게 자신에게 유익한 방법이든 아니든 말이다. 그녀는 고통이라는 정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또한 그 정서를 다루는 소질이 있는 사람 같다. 어린 시절 많은 죽음을 목격하면서 어느 틈엔가 고통이라는 버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제는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 되어버렸는 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좋은 이들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을 때마다, 나는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빠지고, 심하게는 내 인생이 타인의 죽음을 연료로 해서 굴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shadow of your smile' 중에서 왜 그녀의 무의식은 그녀가 마치 속수무책으로 일어난 죽음 대해 어떤 책임이라도 있는 듯 죄책감으로 그녀를 질책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힌트를 프로이트의 ‘상실한 대상의 내사’에 관한 글에서 얻을 수 있었다. 그에 의하면 상실한 대상을 내사한다는 말은 멜랑콜리한 사람이 상실한 사람을 마치 지금도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믿는 행동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관계가 매우 양가적이었을 때 주로 일어나기 쉬운데, 그런 사람은 고통스럽게 자기비판적이 된다고 한다. 가까운 이들이 떠난 데 대한 복잡한 감정들 중에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것에 대한 분노나 미움과 같은 감정도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슬픔에 동반되는 감정들이 항상 합리적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녀에게는 상실한 대상들을 노래한 오랜 은유의 시간이 있었다. 그것은 상실의 상처에 대해 에둘러 표현하면서도 직면을 회피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키리에>에서 그녀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고, 왜 돌아올 수 없냐고, 이건 지옥이라고, 차라리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마치 아이처럼 울부짖는다. 그래서인지 이전 곡들과 달리 이 노래는 감정의 ‘배설’처럼 들린다. 왜 그녀는 갑자기 고통을 이와 같이 직접적으로 표현하게 됐을까? 이제는 과거의 힘든 문제들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을 만큼 그녀의 자아가 강해진 것일까, 아니면 ‘타인의 고통을 마치 빙의된 듯 느낀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 고통들 중의 하나가 기폭제가 되어서 가까스로 막고 있던 방어에 균열이 났던 것일까? 만약 그 때문이라면 트라우마에 적나라하게 노출될지도 모를 위기 상황에서 그녀의 자아는 정신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타협책으로 ‘발성 장애’라는 증상을 일으켰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키리에> 노래의 끝 부분에서 나는 기계음은 중환자실의 산소 호흡기에서 따온 것으로 삶과 죽음이 절박하게 교차하는 소리다. 왜 이런 소리를 넣었을까.... 그것은 어쩌면 무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운명에 대한 복수이며, 그래서 누군가를 상실하던 그 순간을 포획하여 노래를 통해 영원히 소유하고 싶은 그녀의 소망을 상징적으로 성취한 행위는 아니었을까? 상실의 경험. 그것은 김윤아의 삶을 죽음의 그림자로 물들인 듯하다. 여전히 그녀에게는 ‘살다’가 모호한 것 같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일까? 살아 있는 꿈을 꾸는 것일까? 나는 살아가는 것일까? 그저 살아지고 있는 것일까? <가끔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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