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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꿈꾸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초자아가 강하고 공상이 많은 성격 탓인지 어려서부터 꿈 속 내용은 영화 한편을 보는 듯 짜임새가 있었고, 더러더러 압도적이었고, 초현실적인 느낌의 꿈을 꿀 때는 무엇인가 더 깊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을 알지 못하는 일이 답답했었다. 그래서 프로이드의 <꿈해석> 책을 뒤적여 보았었지만 어린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내용이었고, 시중에 나도는 민간 꿈 해몽 책들의 내용은 정확한 해석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많았다. 그렇게 꿈에 대한 관심은 잊혀져 갔다.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프로이드 관점의 꿈해석을 공부하게 됐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꿈해석의 첫 번째 명제였다. '꿈의 내용은 누가 등장하고 무엇을 보여주든 그 모두가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 물론 유명한 남자연예인과 연인이 되는 꿈을 꾸었다고 해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석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내 꿈에 나타난 남자연예인의 모습조차 해석의 관점에 따라서는 내 자신이 어떤 무의식적 이유 하에 남자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나타난 것일 수 있다는 식의 해석 기법은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약간은 미신적이고, 약간은 유아적 우월감에 입각한 해석 방식과 판이하게 다른 것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내 자신에 관한 것이라는 말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꿈수업을 통해서 정신분석과 무의식에 대한 세계로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꿈수업을 듣기 전까지 나는 다양한 이유와 다양한 상황을 통해서 몹시 위축된 자아상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낮은 자존감의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게 악착같이 노력하고 애를 쓰는데 왜 내 삶은 점점더 늪으로 늪으로 가라앉는 느낌인걸까라는 의문이 들 무렵, 운명처럼 꿈수업을 만났다. 더 정확하게는 이창재 선생님을 만났던 것이고 선생님께서는 꿈수업을 수강해볼 것을 권유해 주셨다. 꿈수업을 통해서 배우는 꿈의 가공과정, 가공기법, 그렇게 가공되는 이유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나의 무의식의 문을 열어가고 있었고 첫 번째 꿈분석 발표로 무의식의 문을 열어 젖히던 날, 말하자면, 나의 몹시 위축된 자아에 어쩔 수 없이 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꿈수업에서 꿈을 통하여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익혀갈수록, 지난 시간의 나의 꿈들이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도 하나씩 둘씩 어렴풋하게 해석이 되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나 자신이었지만 내가 아니었고,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던 내 모습이었지만 내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나의 과거, 유년시절, 잊혀진 경험들, 잊혀진 느낌들, 그러나 여전히 나를 지배하는 어떤 커다란 기억과 경험의 총체를 무의식의 바다에서 건져올리는 그런 작업이 되었다. 그리고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은 객관적 현재의 그 현재가 아니고, 사실은, 정지버튼이 고장나버린 과거 특정 상황의 강렬했던 감정이나 기억, 경험의 무한 반복재생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 상태는 나의 정서상태를 지배하고 있었고, 사고방식을 틀지우고 있었고, 인간관계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꿈은 이 모든 나의 자아상태를 매일 밤마다 이미지로, 이야기로, 꿈에서 보여지는 감정상태로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그 모든 틀의 최초에 내 어머니가 계셨다. 내가 꿈해석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면 주변의 지인들이 덥썩덥썩 자기 꿈도 해석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꿈이란 닥쳐올 위험을 경고해 주고, 감춰진 행운을 확정지어주고, 남들은 모르지만 당신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실시 해줄 어떤 단서를 꿈 속에서 찾아내게 해주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 의미의 깊이는 다르지만, 프로이드의 꿈해석 역시 똑같이 그런 해석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태어나자부터 진행된 나의 삶의 역사, 나라는 사람이 형성된 과정, 그 굴곡굴곡마다 새겨져 있는 깊은 사연들과 감정과 사고의 흔적들이 남긴 의미를 음미하고, 해석해내고, 수정해내지 않으면 내 인생은 결국 위험해질 것이다. 내가 확실하게 거머쥘 수 있었던 나의 무의식적 에너지가 제공하는 창조적 가능성은 그대로 묻혀버릴 것이다. 내가 내 자신을 모름으로써 정말이지 다른 사람들 사이에 묻혀 살아가느라 그렇고 그런 사람으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인생낭비를 저지르고 말 것이다. 인간의 아이러니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그렇게 발버둥쳤는데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무의식의 힘이고 지난 1년은 내가 그 힘에 얼만큼 휘둘리고 살았는지를 깨닫고 망연자실 하는 시간이었다. 꿈해석 수업을 통해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고집스럽던 내 자신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것을 감지했다. 내 자신에 대한 그 못난 견해는 사실은 나의 것이 아니었고 나의 어머니로부터 주어진 관점이었음을 꿈해석 작업을 통해서 발견하고 눈물 흘렸던 시간이 많았다. 신기한 것은 어떤 사고방식이나 감정이 원래 나의 것이 아니었다고 깨닫는 순간 그것들이 내게 작용하는 에너지의 힘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학기내내 그것을 알았다 한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를 회의하던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분명 내 자신이 1년 전 이맘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을 깨닫고 흠칫 놀라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꿈해석의 위대한 힘이자 우리가 꿈해석을 통해 나의 무의식을 끈기있게 들여다보고 해석해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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