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몇 년 전부터, 수 십 년 동안 별다른 갈등 없이 잘 살아 온 '두 개의 나'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통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계적인 공부는 엄두가 나지 않아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있던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의 정신분석클래스를 듣게 되었다. 10회 강좌를 들으며 정신분석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어졌고 꿈해석 클래스를 듣게 되었다. 특별히 꿈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프로이드의 무의식에 접근하는데 꿈이 도움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첫 학기는 핵심에 도달하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데 첫 학기가 끝날 무렵 가랑비에 옷 젖듯 프로이드의 무의식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렵,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휘몰아쳤다. 감히 배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큰 상처, 그러나 그 상처를 안긴 존재를 미워하기는커녕 끌어안아야 하는 현실, 그리고 내게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동지인 동생의 두 번째 암수술. 게다가 지역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나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그 무렵 반복되던 꿈들을 통해 나는 내 안에 있는 무의식과 깊이 마주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러나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내 안에 있는 무의식이 가진 불안, 공포, 분노, 탐욕의 실체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9월, 두 번째 학기를 시작하고 함께 강의를 듣는 분들의 꿈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것 같았다. 타인의 꿈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 졌고, 내 안의 무의식을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조금씩 덜어졌다. 1년간의 꿈 해석 클래스를 통해 내가 마주 한 내 무의식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50년 동안 나를 움직이게 한 동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본 것만으로도 남은 삶을 살 열쇠를 얻은 것 같다. 내 무의식 안에 쌓여있는 분노, 불안, 공포, 탐욕과 욕동이 나를 집어 삼키는 괴물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는 에너지라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일주일에 한 번 씩 왕복 6시간 반의 먼 거리를 오갈 가치가 있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