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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수업 후기> 올해 초에 나는 상담을 받으려고 프로이트연구소의 문을 두드렸다. 다른 곳에서 일 년 남짓 심리 상담을 받았지만, 뭔가 마음속에 남는 ‘찌꺼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비 상담 후 뜻밖에 ‘꿈 수업’을 들으라는 제안을 받았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꿈 수업을 들으며 나는 한동안 답답한 마음을 견디느라 애를 먹었다. 프로이트의 꿈에 대한 이론을 머리로 이해해야 하는 건지,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다. 때론 뜬구름 잡은 이야기 같기도 하고, 때론 사이비 종교의 교리 같기도 하고... 그렇게 안개 속을 헤매듯 한 학기 수업을 마무리할 즈음, ‘압축’에 대한 부분을 맡아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꿈 해석에 대한 이론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발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내게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졌지만, 어쨌든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를 했고, 꿈을 통해 솔직한 나의 마음을 표현했다는 생각에 은근히 선생님의 칭찬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뜻밖에도 ‘average’라는 평가(?)를 하셨다. 그리고 그날 발표를 맡은 사람은 나를 포함한 두 명이었고, 발표 후 질문 시간을 가졌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나의 발표에 관한 질문은 방학 이후로 미뤄지게 되었다. 선생님의 섭섭한 평가와 뜻밖에 미뤄지게 된 질문 시간으로 나는 잠시 마음이 언짢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상황이 오히려 내게 큰 기회가 되어주었던 것 같다. “아마 클래스메이트들 중 내가 제일 늦게 <꿈의 해석> 책을 샀을 거야.” 꿈 수업이 개강되자마자 사람들은 이 수업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들고 와서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사봤자 읽어낼 의지도 자신도 없었기에 아예 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미뤄뒀던 <꿈의 해석>을 방학 하자마자 구입했고, 꾸역꾸역 한 페이지 씩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난해하고 생소한 언어들 앞에서 나는 때로 머리를 쥐어뜯었고, 종종 책을 던져버렸고, 심하면 욕지기를 느꼈다. 한 20%는 이해했을까... 그렇게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나자 성취감 보다는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리고는 인터넷을 뒤져서 <꿈의 해석>에 대한 이런저런 개설서들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만화로 보는 꿈의 해석,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 그리고 정신분석을 소개하는 이런저런 책들... 고맙게도 그것들은 프로이트라는 거대한 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초보자 코스’로 나를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로 <꿈의 해석>을 집어 들었을 때, 프로이트는 내게 조금씩 그의 세계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는 듯했다. 조금 더 빨리 읽을 수 있었고,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로이트의 ‘이르마의 주사 꿈’이나 ‘식물학 논문 꿈’ 같이 복잡하고 자주 인용되는 꿈들은 해석의 구조를 좀 더 분명히 이해하고자 따로 종이에 화살표를 그려가며 연상의 전개 방식을 관찰했고, 내 꿈도 그러한 방법을 흉내 내서 해석해보기도 했다. 또한 <꿈의 해석>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방학 전에 했던 발표와 그때 인용한 꿈에 대한 생각의 끈을 계속 유지했고, 덕분에 책 속에서 뭔가 그것과 공명하는 부분을 발견할 때면 “아, 그렇구나!”, “수업 시간에 배운 게 이거였구나!”하는 반가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방학 끝날 즈음에 이창재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서 압축에 대한 발표를 다시 하고 싶다고 부탁했다. 내 무의식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가는 발표를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와의 분리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연구소에 올 때만 해도 명확하게 그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 문제를 직면하여 의식에 떠올릴 경우 자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너무 컸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의미화 되는 것을 철저히 막고, 그저 운명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꿈 수업을 듣고 꿈을 해석하며 나는 어느새 내 문제를 언어로 인식하여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내 문제를 안전하고,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는데 꿈을 해석한다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었던 것이다. 밤마다 펼쳐지는 괴상하고 희한한 이미지들의 향연! 보여줄 듯 보여주지 않는 꿈 내용을 천천히 곱씹다보면 뜻밖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것은 또 다른 기억들로 이어지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나는 무의식 속의 ‘또 다른 나’와 만나고 있다. 누군가 내게 꿈을 해석하면서 뭐가 달라졌는지(좋아졌는지) 묻는다면, 지금으로서는 한 마디로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 나는 여전히 나의 꿈 내용이 낯설고, 해석을 통해 알게 된 꿈 사고가 당혹스럽다. 그리고 피곤한 내 일상의 문제들 또한 그다지 변화한 것 같지 않다. 다만 꿈을 해석하며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것들이 요동치고 있었구나. 그래서 내가 이렇게 힘들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요즘 착잡함, 슬픔, 연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을 휘두르고 있는 반복되는 주제를 찾아내어 알게 되면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배웠다. 밤마다 무의식이 쏘아 올리는 선물 같은 꿈, 그 메시지에 귀 기울이면 나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미래를 소망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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