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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의 시작] 민예총에서 미술치료를 배우다가 정신분석을 알게 되었다. 프로이트라는 이름은 심심치 않게 강의에 오르내렸고, 미술을 매개로 하는 치료여서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선택된 그림자료를 해석해야하는 경우도 많았다. 무의식적으로? 무의식? 평소에는 당연스레 쓰던 단어들이 가진 깊이가 느껴졌고, 왠지 무언가가 좀 더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접하게 되었다. 꿈-증상, 꿈-내용, 꿈-작업, 꿈-요소. 알듯말듯한 막연한 이해 속에 책을 읽었고, 그렇게 홀로 꿈에 대해 알아가던 중에 이 강의를 만나게 되었다. <꿈해석 강의 1단계> ; 꿈기능, 꿈환경, 꿈구조, 꿈재료, 꿈목적, 꿈발생과정과 구조, 꿈특성 기억에 남는 첫시간. 빙- 둘러앉은 사람들과 처음 한 것은 다름아닌 소개였다. 그러나 다른 것은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또 내가 누군가를 이름이 아닌 다른 호칭으로 부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꿈해석강의가 다 끝난 후인 이제야 되돌아보니, 그렇듯 일상과 이름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마주앉을 수 있던 덕분에 우리는 꿈에 그리고 무의식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꿈해석 1단계에 주로 배웠던 것은 꿈의 목적과 그 특성이었다. 꿈을 꾸는 목적이나 그 꿈이 지닌 특성들. 또, 꿈의 유아적 정신상태로의 퇴행이나 정신질환과의 차이점 등도 알게 되었다. 그 강의시간, '광인은 각성 시 꿈꾸는 사람'이라는 본문의 문구가 묘하게 다가왔던 기억도 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광인이 할 만한 행동을 비각성상태인 꿈꿀 때 하게 되는 것일까? 꿈은 본능의 정신적 표현일까? 그건 직접 일어나는 실제와 정신상으로는 등가물일까? 그렇듯 묘한 물음들과 함께 우리는 2단계인 꿈작업 강의를 맞게 되었다. <꿈해석 강의 2단계> ;꿈작업, 변형 & 검열, 압축, 전치, 상징화, 꿈묘사수단, 꿈발생해부도 1단계에서 꿈의 목적이나 환경, 그리고 꿈이 가진 특수성들을 배웠다면, 2단계는 꿈 자체에 집중하는 단계였다. 꿈작업과 검열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 수 있었고, 꿈작업과 검열의 주요 도구인 압축과 전치, 상징화 등에 대해 하나씩 좀 더 깊게 알 수 있었다. '프로이재선생님'꿈이라던지, '우리집에서 party해요'등의 꿈을 해석하는 시간에는 마치 조각난 퍼즐을 맞추는 듯한 짜릿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숙제로 각자의 꿈발생해부도를 그리기도 했다. 같은 꿈작업, 검열, 압축, 전치등의 시각적인 표현이었지만, 서로의 꿈지도가 많이 달랐다. 이와 같이, 같은 꿈재료라도 각자에게 다른 꿈이 생성되겠구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꿈을 함부로 추측해서 해석하지 않고, 몽자에게 직접 묻는 것이 최선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꿈해석 강의 3단계> ; 여러 학파의 꿈해석 관점과 사례 꿈해석 3단계에서는 프로이트, 융, 클라인, 위니컷, 코헛학파 등의 많은 꿈들을 접하고, 직접 해석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연극적인 요소가 많았던만큼 두근두근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중 수많은 질문을 했음에도 꿈작업을 전혀 고려치 않았기에, 해석에 애를 먹었던 늑대인간꿈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프로이트 학파 꿈해석 이후에는 수강자들이 번갈아 돌아가며 몽자역할을 했었다. 정작 수업을 할 때는 그저 신기하다, 재밌구나- 싶었는데, 4단계를 하고 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집단꿈해석을 하기전에 이런 단계를 거친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숨겨진 이야기와 무의식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었다. 다른 누군가의 꿈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역할을 수행해보며 '아- 이렇게 드러내도 괜찮구나. 무언가가 풀리는 듯한 기분이구나'를 간접적으로라도 느꼈기에, 4단계에서 좀 더 깊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 싶다. 사례로나마 꿈해석을 직접 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무의식의 힘을 새롭게 느끼며 고개를 더 깊게 끄덕일 수 있었던, 깊은 단계였다. <꿈해석 강의 4단계> ; 집단꿈해석 4단계까지 꿈해석 강의를 함께 한 수강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자신의 꿈을 얘기하기가 뭐가 어렵나-하겠지만, 짙은 무의식을 드러내고, 그 속에 담겨있는 아이같은 소망을 본인의 입으로 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닌만큼 그 댓가도 크다. 이 단계를 지나며 좀 더 당당하게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게 되기도 했고, 풀어야하는 문제를 발견하게 되기도 했으며, 자신에게 온 결정적 순간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게 되기도 했다. 물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과 진지하게 임하려는 자세, 그리고 함께 쌓아온 꿈해석 지식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의를 마치며] 꿈해석강의는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었다. 꿈의 목적은 소.망.충.족. 이렇게 네글자를 달달 외우는게 아니라, 바깥에서 넘실거리던 그 의미가 뭉글뭉글 뭉쳐지더니 내 안으로 들어오는 듯 했다. 그렇게 어떤 상황에 담긴 많은 의미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초기에는 무의식을 다룰 수 있기는 커녕, 오히려 그렇듯 다가오는 무의식이 좀 벅차기까지 했다. 가끔 느껴지는 무엇을 말로 풀어내기라도 하면, "에이- 누가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고 했겠어? 뭐. 편하니깐 그랬겠지. 너 그거 배우더니 너무 비뚤어지게 세상을 보는 거 아냐?"라며 나를 나무라는 반응에 순간순간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깊게 들여다보려하되, 그것을 말할 때를 기다리려 노력하게 되었다. 이렇듯 꿈해석강의는 무의식을 깊게 들여다보는 법과 그 표현에 수반되야하는 기다림과 인내심, 또 그렇게 해야하는 진정한 이유를 내게 주었다. [꿈의해석-上 각주에 있는 글입니다. 다이어리에 적어둔 글이죠. ^^] "깨어있을때처럼 꿈꾸는 자네의 멋진 특성은 자네의 미덕, 선한 품성, 정의감, 진리애에 기인하고 있다네. 내가 자네의 모든 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자비본성이 도덕적으로 맑기 때문일세." 상대방은 대답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모든 인간의 품성은 무릇 나와 비슷하며, 실없은 꿈을 꾸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네. 열에 들떠 꾼 꿈이 아니라 깨어난 다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이 기억에 남는 꿈이라면 <언제나>의미가 있고, 이 사실은 결코 변함이 없다네! 서로 모순되는 것이 모여 전체를 이룰 수는 없기 때문이지. 종종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다고 꿈의 진실한 내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세. 이 두가지는 꿈의 근본 내용과 전혀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네. 깨어있을때도 우리는 종종 그렇게 하지 않는가? 동화를 생각해보게나. 대담하고 함축적인 환상의 산물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모자라는 사람이나 <말도 안되는 소리! 이런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말할걸세." "자네가 지금 내꿈을 분석한 것처럼 항상 꿈을 옳게 해석할 줄 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친구가 말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 그러나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면 꿈을 꿈 사람 스스로 언제나 해석할 수 있다네. 그런데 대개는 왜 해석할 수 없는 것일까? 자네들꿈에는 뭔가가 숨어있는 듯 보인다네. 독특하고 고차적인 순수하지 못한것, 알아내기 어려운 자네들 본성의 어떤 비밀같은 것이지. 그래서 자네들 꿈이 종종 무의미하고 심지어는 모순처럼 보이는 것일세. 그러나 깊은 밑바닥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네. 그렇게 될수가 없다네. 깨어있거나 꿈을 꾸거나 항상 같은사람아닌가?" -lynkeus. 어느현실주의자의 환상 中- ☞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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