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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넘도록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나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라 자부하면서 살아왔다. 아들이 당연히 해야 할 삶의 통과의례를 실패하고 거부하면서 난 이해할 수가 없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몰랐다. 내 힘으론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정신분석 공부를 접하게 되었다. 정신분석 공부를 통해 아들의 문제들이 대부분 내가 원인이었음을 깨닫고 나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대면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던 “나”는 무의식의 상처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더 이상 나의 모습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삶을 내내 나도 모르게 휘둘렀던 많은 무드들이 나의 어린 시절 상처들로 인해 나를 지배해 왔었고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들에게 했던 대부분의 행동들은 아들 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행동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의식과 무의식의 GAP을 발견하면서 겉으론 오십이 넘었지만 내 안의 나는 아직 사춘기도 지나지 못한 어린아이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2013년 봄학기부터 현대정신분석 수업을 들어온 나는 이 수업들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다. 정신분석에 무지한 나를 일깨워 준 수업일 뿐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써 살기 위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너무나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일깨워준 수업이기 때문이다. 오십이 넘도록 살면서 나름 많은 공부를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정신분석은 어떠한 공부보다 인간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공부이다. 그래서 어떠한 공부보다 힘들고 개인적이며 머리와 가슴이 둘 다 필요한 수업이다.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해주고 내가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를 알게 해주고 더 나아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정말 보석 같은 수업이다. 지난해 가을학기의 초자아, 대타자, 윤리, Ordinary Psychosis 등에 대한 현대정신분석수업은 개인을 뛰어넘어 인류의 역사와 문화, 사회의 흐름을 깨닫게 해주는 훌륭한 수업이었다. 달라지는 사회와 문화의 속에서 방황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환경의 침범에 대해 아주 조금씩 객관화가 가능하게 되면서 나를 찾아가는 나의 여정은 힘들지만 나에게 이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다른 삶의 에너지를 조금씩 주고 있다. 이번 학기의 현대정신분석 수업에서는 정신증, Bion, Spotnitz, 분열성자리 등을 공부하였다. 모든 인간이 힘들고 긴 삶의 여정에서 살아내기 위해 정신증 상태에 빠질 수도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Bion의 알파기능과 베타요소, “O”의 개념은 정신분석을 넘어 철학, 종교 등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개념이란 생각이 들었다. 2014년 가을학기의 현대정신분석 수업에서 Bion에 대해 좀 더 심화된 강의를 들을 수 있음에 기대가 크고 설래 이기까지 한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 자리인 분열성자리 (Schizoid position)에 대한 강의는 모든 인간의 근본자리이면서 많은 사람의 삶을 파국으로 이끄는 분열성자리 무의식의 구조에 대한 수업이었다. 인간의 근본자리인 만큼 내 삶의 힘든 순간 내가 이해 못하고 철수했던 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창재선생님의 현대정신분석 수업들은 정말 보석 같은 수업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정신분석이론들을 모두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업 중 선생님의 질문은 이론에 그치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신다.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들 또한 너무나 따뜻하고 편안하며 자신의 상처를 모두와 나누어 줌으로써 또 다른 성찰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오십이 넘은 나이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훌륭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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