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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너무 무서워요.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잘 처리하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닌 듯해요. 특히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것은 언제나 힘이 드는 일입니다. 마음이 상해 서운하고, 낙담해서 화가 났을 때 관계가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정이 표현될 수 있다면 아마도 부모 자녀 관계의 질이 좋아질 수 있을거예요. 또한 함께 지내는 사람들의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감정에 어떻게 상처 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상처받는 마음이 없을 때에나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더구나 혼자서 좌절해서 우울해하며 극도의 적대감을 표현하는 무절제한 감정노출이 자녀나 배우자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깨달을 필요가 있는데요. 부부가 서로에게 “꼭 말을 해야 알아요? 내 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요?” 부모는 자식에게 “야 임마 꼭 말을 해야 아니? 부모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냐?”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자녀나 부모는 없는데요. 우리의 정신 안에는 인격 발달을 할 수 없었던 결핍된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때론 나를 비춰주는 거울인데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행위는 곧 다른 사람에게 투사한 우리 자신일 수가 있어요. 결국 '동일시' 란 다른 사람 속에 자기를 투사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 속에 비친 자신에게 잘해주거나 못해주거나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자신을 혐오하고 비난하고 싫어하는 모습을 다른사람에게 투사한다면 어떠할 까요? 현대정신분석학의 대상관계론에서는 어린시절에 일어난 단 하나의 사건이 아이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전반적인 인간관계가 상처의 원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부모, 가족 간에 반복되는 현실 관계가 성격의 토대가 된다는 뜻입니다. 특히 엄마와 아이 관계는 심리치료가 아닌 것으론 보상될 수 없을 만큼 중요한데요. 페어베언이나 위니캇 같은 2차 세계대전직후에 열악한 환경을 체험한 아이들을 돌보고 치료했습니다. 대부분 버려지거나 학대를 당했거나(폭력, 무시) 물리적 방치나 정서적 무관심을 경험했던 아이들이지요. 아이들에게 최악의 경험이란 애착대상과 접촉하고 연결(관계)되고 싶은 욕구가 좌절된 것 입니다. 폭력이나 무시 또는 버려지는 경험들로 인해 아이의 정신이 '좋은대상'이 아닌 '나쁜대상'(내적대상)에게 애착이 되면, 사람에 대해 열망하고 사랑받고 싶지만 좌절과 공격당하는 파괴적 경험의 반복리듬에서 벗어나는게 불가능해졌어요. 이것이 Demon Lover complex입니다. 어린시절의 손상된 대상관계 패턴이 그대로 평생 재연된다는 것입니다. 외부 사람들과의 대인관계 모습은 곧 자신의 내면세계를 반영하는 경험이에요. 엄마가 아이에게 금속처럼 차갑고 냉정하게 거리를 두거나 질식할 정도록 숨막히는 침범을 할 때, 그 엄마 역시 Demon Lover complex를 지닌 채 세상과 고립되어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사랑하고 싶은 친밀대상인 자녀나 남편을 자신도 모르게 악마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는 엄마의 능력은 과거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어떤 보살핌(숨은기억)을 받았는지에 따라 그정도가 다릅니다. 엄마의 Demon Lover complex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관계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극복하지 못해 생긴 결과입니다. 자신의 모성결핍을 부정하고 '좋은 엄마'라는 인정을 받기위해 하루종일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일은 엄청난 부담일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자신이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고 좌절되면 공격당하거나 무시당하는 느낌을 늘 갖게 됩니다. 그 경우 남편을 비롯해서 자녀와 주변사람들은 마치 엄마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양 모든 것을 엄마에게 맞춰주어야 엄마가 편안해하니 미치고 환장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Demon Lover complex를 가진 우울한 엄마는 아이를 바르게 공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온전히 공감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상처입은 내면과 접촉하여 해석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자기반성적 사고의 결여). 역시 엄마와 온전한 마음교류를 못해본 아이는 눈치로 엄마에게 억지로 맞추려 애쓰다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 상태가 반복될 경우 아이는 대상에 대한 극단적 혐오(악마)와 집요한 애착(연인)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분열'된 정신을 지니게 되며, 자신의 감정과 접촉할 때 불안을 느끼는 병리적 인격을 형성하게 됩니다. 사랑을 온전히 주지못하는 엄마 관계는 아이에게 있어 고문과 같은 잔인한 경험이에요. 아이는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지만 평생 똑같은 드라마가 반복될 뿐입니다. 첫 대상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아이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지나친 고통경험을 하면, 나이를 먹어도 적절한 대상과 사랑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공생적 융합관계(눈빛 하나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는)를 추구하지만 진정한 의미로 자신을 지지해주는 대상을 만나지 못하고 엉뚱한 대상만 만나게 되며, 근원적 갈망을 채워줄 대상관계를 추구하다 늘 거절만 당하게 됩니다. 이것은 Demon Lover complex 때문입니다. Demon Lover complex를 가진 엄마는 다정한 눈맞춤, 안정감있는 보호, 지지하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아이의 필요에 따라' 주지못하고 (학습만 고무시키는) 기계적 양육만을 합니다. 이런 엄마는 주변인과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주었는데 돌아오는 보상은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공감없이 기계적으로 이것 저것 해주었지만 외부적으로 내부적으로 잘해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차가운 엄마입니다. 0세에서 6세경까지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중요했던 사람이 가한 압력으로 인해 형성된 아동기 감정양식은 나이를 먹어도 외부 대상 관계에서 반복되어집니다. 결혼은 친밀감이 깊어지면서 억압되었던 과거의 아동기 경험이 서로에게 향해지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결혼은 어려운 적응이라고 합니다. 대다수의 남자와 여자는 문제가 되는 아동기 상처를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결혼생활 뿐만아니라 부모역할 수행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요. 행복한 결혼이란 자신이 좋은 아동기를 경험했어야 가능합니다. 또는 개인이 자신의 아동기 정서를 잘 알게 되면 개인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을 조절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강화되기도 합니다. 현재 일어나는 갈등을 감당하지 못할 때 우리는 아이가 된 것 처럼 느끼는데, '성숙과정'이란 아동기에 결핍되었던 강한 애정욕구, 자아도취, 불안, 소외감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아이수준의 정서(child self)에서 벗어나 과격하게 분노를 처리하지 않고 쉽게 실의에 빠지지않고 성숙한 사랑(feeling alive)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죠. “우리 엄마는 ‘다중인격’이에요. 화나면 물불 안가려요. 양의 탈을 쓴 사자죠!” 이렇게 엄마를 묘사하는 하늘이는 갑자기 책에 나온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난독증으로 상담실을 오게 되었어요. 엄마는 모든게 다 불만족스럽고 그래서 자기만 열심히 살고 남들은 아니라고 생각되서 피해자라고 억울해하시며 눈물을 쏟으셨어요. 하늘이 엄마는 아이에게 진정한 관심을 주지 못하고 아이의 전부를 관리하려고하는 지배력이 강하신 어머님이셨어요. 너무나 세고 컨트롤 하려는 엄마에게 아이는 숨이 막히고 엄마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심리적으로 눈이 먼 것입니다. 아이의 병은 쉬는 시간도 없이 새벽까지 과외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욕구나 기대를 고려해주지 못하는 엄마에게 도와달라는 신호였어요. 하늘이는 난독증외에 무기력에 빠지곤 했었는데 공상으로 자신을 달랠수 밖에 없었어요. 상담자로써 하늘이에게 자신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양육자보다는 자신을 부드럽게 감싸거나 자신의 세계에 관심을 주는 양육자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함께 엽기적인 만화책을 보며 낄낄대고, 블록을 쌓아 시원스레 무너트리고, 밀가루 반죽을 해서 주물러 던지고 때론 꿈을 이야기하면서, 보드게임으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불안과 위축에서 아이가 빠져나오기 시작했어요. 하늘이는 친밀감이나 사람과의 접촉에 민감한 정서적으로 약한 아이라 엄마와의 관계에서 불안이 수용되지 않아 더 긴장수준이 올라갔던 거예요. 이런 아이의 민감성과 불안이 자기의 주장성을 내세우기보다 엄마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의 정서상태에 맞추려는 시도를 많이 하게 되어 상처를 받았던 것입니다. 즉 열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열등하다고 느끼는 것이 난독증 형태로 나온 거예요. 하늘이는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 대접을 받으면서 주호소 문제들이 쉽게 사라졌어요. 하늘이에게 가장 새로운 변화는 아버지와의 관계였는데요. 엄마가 아이관계를 독점하고 있어 늘 아버지는 자녀문제에 대해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셨거든요. 엄마가 하는 것을 보고 ‘그래 어디 한번 잘 해봐라’ 식이였던 거예요. 하지만 하늘이 편이 되어주시는 노력을 통해 아이가 아빠를 많이 따르고 좋아하게 되었어요. 자기의 공격성을 누르고 거의 폐인 상태로 몰아 붙여서 고개를 숙이게 만든 엄마의 형상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아이는 큰 소리로 웃었어요. "선생님 이 몬스터는 우리엄마인데요. 공격력 5000이구요. 방어력 0 이예요." 엄마랑도 관계가 많이 회복이 되어 큰 소리를 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엄마의 얼굴로 만든 유희왕 카드를 보면서 하늘이의 유머감각에 엄마와 함께 상담자는 크게 웃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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