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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품안에서 치료되지 않는 병은 없다. 주호소 문제를 가지고 상담실에 오는 대부분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심리검사 결과와 부모님이 보고하는 일상생활과 학교에서 드러나는 문제가 상담장면에서 보이는 문제양상과 일치했을 때 진단이 이루어지고 치료적 개입이 행해진다. 정서의 미발달에 따른 성격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유아, 아동 및 청소년의 심리치료에서 부모 특히 아이의 일차적 애정대상인 엄마의 도움은 거의 치료자의 능력 만큼이나 중요한 기능을 한다. 영국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캇은 "엄마 품안에서 치료되지 않는 병은 없다." 고 강조했다. 이 말의 깊은 의미와 소중한 가치는 부모님들께 아무리 전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놀이치료상황에서 경험해왔다. 위니캇 자신이 아이의 병을 직접 치유하면서, '엄마와 아이의 관계' 가 아이의 정서인지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체득해서 전하였기에, 그의 이론은 아이를 치유하는 상담가들에게 '황금률' 로 통한다. 어린 시절 엄마와 안정스러운 관계를 형성하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도 긍정적이다. 반면에 엄마와 불안정한 관계를 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나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거부하거나 공격을 가하고 만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에게 위화감을 느끼면 남을 공격하듯 스스로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우울증이다. 인간의 정신은 엄마라는 최초대상을 비롯해 현실에서 관계맺는 여러 대상들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정신이 처음 형성되는 시기에 엄마-아기 사이에 소통되어야 할 정서 관계가 온전히 공감되지 못할 경우 '자기'의 발현에 큰 실패가 일어난다. 이 때 온전히 발달하지 못한 유아적 정신은 '진정한 자신이 되어보지 못한' 절박함과 분노로 인해, 본래 욕구를 체념하고 '자기를 분열'시키고, 지각과 정서를 왜곡하는 삶을 살게 된다. 철수는 걸핏하면 친구들과 싸움을 하고, 화가 나면 책이나 노트를 던지고 책상을 뒤엎고, 여자아이에게 발길질을 마구하는 등 또래를 괴롭힌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해 미안함이 없다는 것이다. 부모는 매번 다른 학부형에게 금전적인 보상과 사과를 해야하는 상황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부모자신의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악순환은 계속되었고, 약물로 인한 부작용으로 혹시라도 아이가 더 잘못될까봐 두려워 상담을 의뢰 하셨다. 약물치료는 갈등적 위기와 긴장을 잠정적으로 완화하거나 해소해줄 수는 있어도, 철수와 부모에게 갈등상황에 대처하는 구체적 방법이나 자생적 힘을 길러주는 지속적 효과를 주지는 못한다. 정신과에선 아동정서발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모와 자녀가 서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인격적 발달을 도모하도록 고무시켜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두 달 정도 상담한 결과와 심리검사를 토대로 아이의 문제특성을 살펴보니, 철수는 최우수 수준의 지능을 가진 아이임에도 자신의 지식을 현실에서 경험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대인관계 기술이 결핍되어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이 떨어져 미성숙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사회적 조망(길들여짐)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의 울분 때문에 거친 행동이 나온 것이기에, 아이가 느끼는 갈등상황을 문제 해결쪽으로 차분히 가르쳐주고 길들여 주는 관리를 시작하였다. 즉 안된다고 나쁘다고 모욕을 주고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게 행동하면 어떤 대접을 받을 수 있는지, 고집을 피우지 않고 폭력적이지 않을 때 어떤 더 나은 결과가 나타나는지, 자신이 원하는 현실과 타협하는 구체적 방법과 여러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아이는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배우는 경험없이 스스로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철수는 (부모 및 학교장면에서 자신을 나쁜아이로 보는) 사회적 시선에서 오는 우울감 때문에 잘 하고자하는 의욕이 떨어져 있었다. 야무지지 못하고 매사에 성의 없이 부주의해서 또래집단에서 느끼는 고립감이 충동조절을 못하게 만드는 촉발원인이었던 것이다. 주된 문제는 초기애착 장애에서 오는 불신감이 컸지만 무시당하는 상황에서 분노 적개심이 무절제하게 표출되고 있었다. 철수의 반사회적 행동은 자신의 미성숙한 행동을 경멸하지 않고 모욕 주지 않으면서도 직면해주고 힘있게 붙들어 줄 든든한 어른을 만나야 진정될 수 있다. 생애 초기에 잃어버린 '자기'의 울타리(든든하고 힘있는 부모)를 되찾고 타고난 공격성을 사회와 부모가 인정하는 양태로 만족스럽게 표출해 보아야, 억압되어 고착된 감정들이 자아에 온전히 통합될 수 있게 된다. 상담을 하게 되면서 상담자가 느낀 철수는 마음이 곱고 자기표현을 잘 하는 아이였다. "선생님이 저한테 친절하게 해주시고 칭찬을 해주시면 거짓말 같아요. 일부러 좋은 말 꾸며서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요. 선생님한테만 그런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전 아무도 안 믿어요!"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자기모습을 수용하기 위해 애를 쓰는 철수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자신의 피해의식 때문에 파괴적인 행동을 선택하게 되고 그래서 또 발달이 지연된 지친 아이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철수에겐 분노조절의 문제가 있지만 공격적이지 않은 순수한 모습도 있었다. 누구나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기에 보통의 건강한 부모는 크고 작은 상처를 주게 된다. 그런데 불건강한 부모는 불가피하게 생겨난 상처들에 대해 (무지와 무능으로 인해) 교정(회복)을 제공해주질 않는다. 내면의 욕구를 원하는 만큼 다 표현할 수 없다는 한계는 아이에게 견디히 힘든 것일 수 있다. 그래서 한계를 조절하도록 도움을 주는 대상 경험은 아이에게 참으로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계를 모르는 아이는 자신의 '분노'와 '불안'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떼를 쓸 때 부모는 어떤 것은 긍정적으로 수용해주고 이롭지 않은 것은 안해준다. 이때 좌절된 욕구에 대해 항의하는 아이의 자연스런 공격성 표현에 대해 부모가 일방적으로 야단치기보다 현실적 조건을 내세워 버텨주어야 한다. 부모는 현실을 고려해가면서 아이가 표출하는 자발적 공격성에 대해 애정어린 마음으로 견뎌주면서, "내 마음대로 해선 안되는 것도 있구나!"라는 적절한 한계를 경험하게 해야 아이가 비로소 자발적인 마음으로 외부세계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철수의 엄마는 직장생활 때문에 아이의 자아가 형성되고 발달해가는 민감한 시기에 적절히 만족시키고 적절히 좌절시키는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엄한 훈육을 하였다. 그리고 때론 죄책감과 안쓰러움 때문에 과잉보호로 아이에게 일관성있게 욕구표출 행동의 한계(경계)를 자각시키는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또한 엄마의 부재가 아이에게 박탈과 감질나는 거부로 경험되었기에 대상을 향해 자신의 욕구(공격성)를 온전히 표출해보지 못한 철수는 그 분노를 반사회적 행동으로 반복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혼자서는 스스로 성장할 수 없다. 좋은 양육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원보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관심어린 태도와, 그 태도 안에 깃든 부모의 행복해하는 정서상태와 밀접히 결부된다. 아이는 부모의 옳고 그름 언어보다 부모의 정서를 더 많이 닮는다. 만성적인 우울증이나 자기 부정으로 고민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유아기에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해 안정된 자아를 발달시키지 못해 고통을 받는다. 그래서 안정된 자아를 발달시키기위해서 누군가가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려주고 반응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위니캇은 그런 헌신을 모성적 몰두, 홀딩이라고 하였다. 이 두가지가 충분히 제공되어야만 확실한 안도감을 갖고 진정한 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엄마가 없거나 무심하면 아이는 극도로 불안해지고 분노를 터트리게 된다. 반응이 부족한 부모에게 적응한 결과 타인과 어울리는 걸 힘들어하고 누군가 다가오는 걸 불편하게 생각해서 적대적이기도 하다.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불쾌한 체험을 하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공격적으로 나쁘게 행동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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