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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는 것'이 힘든 분열성 성격
김은옥(rroye@hanmail.net) http://www.freudphil.com
2012년 07월 29일 18:37 6654
엄마에 대한 아기의 의존은 절대적이다. '절대 의존'은 생존 차원의 의미도 있지만 그 관계가 실패하면 이후 중요 대상들과 편안한 친밀관계를 맺고 사는게 평생 불가능해진다는 심각한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현대정신분석에선 최초 의존관계의 좌절과 손상을 심리적 죽음과 동일한 것으로 본다.

페어베언이 주목한 아이의 핵심 의존 단계는 구강기 초기인 '분열성 자리' 이다. 이 시기에 양육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돌봄받고 싶은 유아의 욕구가 거절될 경우, 유아의 정신은 견디기 힘든 고통과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이 불안과 부정적 엄마상은 아이가 눈을 뜰 때 대면해야하는 현실 엄마에 대한 지각영역(중심자아)에서 '분리' 되어 무의식에로 억압 망각됨으로써,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킨다("우리 엄마는 참 좋은 분이야!"). 그러나 억압되어 내면화된 이 부정적 요소들은 내면세계에 자리잡고 있다가 이후의 현실에서 대상 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마다 회귀하여, 자신모르게 현실의 대상 지각을 부정적으로 왜곡시키고 관계를 파괴하는(엉망으로 만드는) 뜻밖의 부작용을 반복해서 일으킨다.

부정적 외부자극을 감당해내기 힘들어하는 유아는 ('분열형 자리'에서) 대상에 관한 부정적 자극과 그것을 지각하는 자아부분을 정신에서 '억압(분열)'시켜, 중요 대상과의 안정된 관계를 도모하는 일련의 방어작용과 분열된 정신구조를 형성한다. 이 시기에 아이가 양육자에게서 안전하고 만족스런 애정 관계를 제공받지 못할 경우 아이는 '대상(엄마)'와 안전한 사랑관계를 맺기 위해 엄마에 대해 좋게 '환상화된 부분지각'과 그것을 유지시키는 원초 방어기제(자아 분열, 편집적 지각)를 작동시킬 수밖에 없다(행운스럽게도 날 양육하시는 분은 참 아름답고 좋으신 분이야~!).

그 결과 구강기 유아는 예측하기 힘든 자극을 주는 현실의 대상(엄마)을 '이상적인 좋은대상','흥분시키는 대상','거절하는 대상'으로 환상화(분리해 부분지각)한 후, 오직 이상적인 엄마 모습만을 '현실의 엄마'라고 지각한다. 그리고 엄마의 '흥분시키는(애타게하는) 대상' 특성과 '거절하는 대상' 특성은 무의식에로 억압해 망각한다. 그 결과 내면에 억압된 부정적 대상 요소들은 엉뚱한 순간에 외부로 투사되어 현실 대상관계에서 부적절한 지각(환상)과 욕망 내지 거부감을 일으키며 조화로운 친밀관계를 방해한다(흥분해 성교하곤 이내 뭔가 불쾌해 싸우는 이상한 행태를 수십년간 반복하는 부부).

사랑하고픈 '대상'으로부터 친밀관계를 거절당하는 좌절은 정신에 고통을 준다. 그런데 이 보통의 좌절경험이 억압된 무의식의 부정적 대상표상과 연결되면, 정신을 파편화시키는 강력한 수치감과 병리적 외상을 일으킬 위험을 지닌다. 그로인해 흥분을 일으키는 욕망 대상과 온전히 사귀기도 전에 관계를 깨거나 돌연 '철수'하는 행동을 해야 안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신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대상'으로부터 애정을 철수 하는 것은 장기적인 손실을 가져온다. 즉, 철수하는 그(녀)는 어디에서도, 그 무엇에도 만족을 발견하지 못해 정서적으로 허망하고, 현실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지 못함으로써 자아발달이 정지되는 곤경 상태에 처하게된다.

정신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대상'으로 구강기 초기는 젖가슴(부분대상)이, 구강기 후기는 (때로 좋고-때로 나쁜) 젖가슴을 가진 양가적인 엄마가 지각된다. 그리고 정신 질환의 구조와 유형이 결정되는 '과도기 단계(항문기)'에선, 때론 만족을 주고 때론 좌절을 주는 통합된 전체대상으로 엄마가 인지되고, 성숙한 의존단계인 오이디푸스기에선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양한 상징적 관계 차원에서 지각된다.

구강기 초기의 대상 관계에 정신발달이 고착된 사람은 타자를 대면할 때 자신의 만족을 위해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삼킬 수 있는(함입, 내사) 좋은 대상인지 의존할 수 없거나 삼키면 해로움을 줄 대상인지로 구분한다. 그 결과 대상을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지닌 고유 인격으로 취급하지 못하고, 자기의 연장(필요수단)으로만 경험할 뿐이다.(자기애적 부분대상 지각)

이에비해 보통의 건강한 사람은 어떤 '대상'이 아무리 중요하거나 좋음을 지닐지라도 그(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완전히 융합하려는 소망에 함입되지 않는다. 그 대상이 나와 다른 고유성과 자율성을 지님을 인정하며, 자신의 심리적 현실과 외부현실을 구별할 수 있다.


'분열성 자리'(구강기)에 고착된 성격구조를 지닌 아이들을 상담치료하면서, 엄마가 자신의 개인적 불행을 노골적으로 아이에게 노출시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현실자아가 발달하지 못해 전체지각과 부분지각을 구분하지 못하는 그런 엄마는, 아이와 상담도중 특정 맥락에서 나눈 부분적인 대화를 가지고 상담자에게 전화를 걸어 "왜 그런 얘기를 아이와 나누는지? 아이에게 뭐라고 했는지?"등을 가지고 분개한다. 또는 자신이 원하는 이러 저러한 아이의 모습을 만들어 달라고 간청하기도 한다.

아이와 자신(어른)이 각기 다른 정신성을 지닌 분리된 존재임을 구별하지 못하는 이러한 태도는, 세상을 향한 아이의 자연스런 경험지각들을 불승인하여 포기(체념)하게 만들며, 통합된 현실지각과 통합된 엄마상을 지니기 어렵게 만든다. 현실 내지 아이 자체에 대한 통합된 전체지각을 발달시키지 못한 이런 엄마는, 아이가 필요로 하는 학용품도 색깔별로 사주고 나서 노랑색을 쓰면 왜 파랑색을 쓰지 않느냐고 빨강색은 누구한테 줬느냐고 다그친다. 또한 아이가 어떤 과자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그 과자를 잔뜩 사서 쟁여 놓고 다른 것은 못 먹게 한다. 아이는 이런 분열된 정신성을 지닌 엄마로 인해 자신의 사고와 감정 행동이 산산조각 나게 된다. 보통의 다른 사람에겐 평범한 현실인 것이, 그 엄마랑 있으면 종종 현실이 아닌 문제꺼리가 된다. 이런 엄마는 있는 그대로의 객관사실이 아니라, 온통 자신에 관한 (자신이 환상적-편집적으로 지각한) 이야기만 아이에게 쏟아 붓는다.

어느날 상담하는 아이가 상담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상담을 빠지면 왜 안되요?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플 때도 있고, 기분이 나쁠 때도 있고 친구랑 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상담비가 비싸서 엄마가 빠지면 안된데요. 왜 그렇게 상담비가 비싸요?"

어떻게 하면 아이가 현재 지닌 지각을 왜곡시키지 않고 자신이 소중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줄까..라는 생각에 대답을 해보았다.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 너와 만나는 약속을 했지. 그래서 네가 오지 않으면 도움을 주지 못하니 서운하고 걱정을 한단다. 그리고 네가 불편한 상황에 대해 잘 참는 법도 가르쳐 주고 싶고, 너와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서 되도록 약속을 지켰으면 해서 규칙을 말한거야. 너무 아프면 못 올수도 있어." 아이는 그제서야 안심을 한다.

이 아이와 유사한 분열성 성격을 지닌 성인도 간혹 상담시간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돈을 내고 빠지는데 선생님이 왜 안타까워해요?"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사실 상담받는 아이가 상담선생님이 돈 때문에 자신을 만난다고 지각하는 것은 현실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이것은 엄마의 부정적인 생각 내지 부정적인 엄마모습이 아이의 정신에 삼켜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아이 자신의 고유 지각과 다른 타자(엄마)의 지각이 아이에게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면, 아이는 자신이 경험한 현실과 괴리를 느껴 현실을 통합하기 힘들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아이는 모든 현실을 주관환상적으로만 경험할 뿐, 외부세계와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거나 관계하거나 공유할 수 없게 된다.


구강기 초기의 유아는 또한 (만족감을 줄 것같은 대상을) 입으로 삼키려드는 상태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대상에게 자신을 '주기'보다는 대상으로부터 뭔가를 '받기'를 지향한다. 그런데 '분열성 자리'에서 (따스한 젖을 주기를) '거부하는 대상' 경험이 크면 그 아이는 '좌절'이 두려워, 대상과의 편안한 정서적 접촉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로인해 대상과 전적으로 융합하고 싶은 관계욕구를 억압하고, 자신의 정서욕망을 부적절하고 과도한 것으로 평가해, 감정이든 행동이든 물질이든 대상을 향해 '주는 것'은 상실되거나 나쁜 결과를 야기한다고 여기게 된다.

'초기 의존관계'에 박탈이 심한 분열성 성격자는 타자와 관계 맺는 것이나 어떤 형태로든 (애정이든 물질이든) '주는 것을 고갈되는 것으로 지각'하기에, 그는 결코 현실에서 친밀한 애정어린 대상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그(녀)가 지각하는 고갈의 형태는 여러 모습으로 드러난다. 가령 일이든 살림이든 열심히 하는 것이 아깝고 억울하고, 뭐든 주고나면 생색을 내야하고, 애써 무언가를 만들어도 무가치하게 느껴 하찮게 취급해버리고, 말로는 줄 수 있지만 행동까지는 실천 되지 않거나, 심하게는 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다 해준 것처럼 느껴져 박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주기'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에 (말은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거의 담겨져 있지 않은 것) 이들은 사회적 접촉을 극도의 피곤한 것으로 경험한다. 친밀한 대상과 함께 있어도 피곤해져, 더 유용한 일을 찾아 나서야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분열성 성격을 가진 엄마가 출산한 아이에 대해 흥미를 잃어, (부담스럽고 힘든) 공부와 일로 거리를 두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 과도한 가치를 부여해 소유해서 아이를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은희씨의 별명은 '아~ 귀찮아' 이다. 그냥 보통의 귀찮은 정도가 아니라 사고과정이나 정서반응이 현실 접촉에서 장애로 나타나는 분열성 성격을 지녔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잘 망각하고 대체로 무관심하다. 또한 은희씨는 좌절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듣고 본 내용을 잘못 지각하거나 해석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모든 상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직장동료가 어제와 다른 행동으로 조금만 불친절하게 잘못을 지적해도 그 사람이 원하는 요구에 관심이 일어나지 않고, 잘못을 수정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언어적 이해에 실패). "뭐라는 거야? 왜 저 딴식으로 밖에 표현 안되나? 그럼 그렇게 잘하는 자기가 할 것이지 왜 나한테 시켜?."

은희씨는 대학때도 싫어하는 교수의 강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고, 심지어 과제를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낙제를 하기도 했다. 그 교수을 피하고 학생으로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행동이 너무 괴로웠지만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들에 대한 흥미상실, 조금만 일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철수하고 홀로 있는 것, 먹는 것과 자는 것으로만 생기를 느낀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 좋은 제스처(빈번한 만남, 전화연락등)를 하지 않으면 너무 큰 애정갈망이 일어나고 그 다음엔 서운함이 느껴지고 외롭다가 기분이 나빠진다. 그러면 전화를 하고 싶지도 않고, 만나고 싶지도 않은 절망감에 그 사람이 자신과 맞지 않는 나쁜 사람인 듯해서 관계를 끝내고 싶다. 그러면서도 원래 아무 친구도 없는 자신이 불쌍하고 하찮게 느껴져 살맛이 안난다고 하소연한다. "선생님 왜 저만 짝사랑하는 것 같죠? 나만 손해보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나만큼 왜 날 좋아하지 않을까요?."


분열성 성격자의 비극은 자신의 사랑이 파괴적인 것으로 느껴지는데 있다. 그래서 현실 대상에게 차분히 인내심을 갖고 리비도를 주지 못한다. 오랫동안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관계를 배우는 것이 어렵기만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고 편지도 써주고 싶은데 오버하는 것은 아닌지, 맘에 들지 않아 평가절하를 당하는게 아닌지, 자신에게 질릴까봐, 좋은 선물을 할 만큼 그도 나에게 무엇을 얼마큼 주었는지 계산하다가 자신의 사랑을 그만두곤 한다. 은희씨는 늘 낭비되는 느낌, 비현실감, 공허감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자의식이 강렬하다. 사랑을 느끼면 도망가야 하는데 그럴수록 현실에서 대상에 대한 사랑이 철수될수록 자아가 약해진다. 은희씨는 늘 삶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고 다 가짜 같은 공허감이 커서 답답하다고 한다.

이런 정신현상들은 정신이 최초 형성되는 시기인 '분열형 자리'에서, 대상(엄마)과 관계했을 때 대상이 자기를 사랑한다는 느낌, 자기의 사랑이 대상에 의해 수용된다는 필수적 애착경험이 실패해서 생겨난 것이다. 삶의 초기의 유아가 엄마가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서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 그 박탈감과 열등감으로 '초기 엄마상'에 심각하게 고착된다. 그로인해 최초 결핍을 보상받기 위해 유아적인 의존태도와 '안전감'에 연연하는 고도의 자기애적 특성에 함입된 채 살아가게 된다. "날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들은 다 귀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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