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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기애 인격에서 정신화의 실패 (Mentalizing 3)
김은옥(rroye@hanmail.net) http://www.freudphil.com
2011년 02월 28일 23:51 8700
"내가 시종이야 노예야 왜 이런 하찮은 일을 해야 해? 귀찮아. 힘들어 죽겠어. 왜 맨날 나만 희생하고 노력해야 해? 힘 빠지고 공허해. 몰라 네가 알아서 해. 그거 몸에 좋은 거야. 그거 얼마짜리인 줄 알아? 그거 비싼거야."

자기애적인 사람에겐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애착'은 대상에 대한 돌봄과 관심, 친밀감 그리고 시간의 연속성을 갖고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감을 지닌다. 그런데 자기애 성격자에겐 가족이든 친구든 의존되어 있으면서도 애착되어 있지 않은 상태가 빈번하다.

"선생님 오랫동안 만나왔어도 친해지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간혹 만나면 관계를 하기는 해요. 그런데 제가 다가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사실 아무 관계가 없어요. 그 사람은 누구에게든 그 어떤 아쉬움도 없는 듯해요. 잘난척 하거나 남을 가르치려고만 해서 만날때 마다 힘이 들어요. 자기도취에 빠져 쉬지 않고 몇 시간씩 옳은 말만 하는데 정말 지쳐요. 나쁜 사람같지는 않은데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아요."


나르시시즘 장애란 완고한 자기중심성 내지 자기충족 욕구를 지연시키지 못하는 이기적 성향이 과도함을 지칭한다. 즉, 유아적 마음상태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자기애 성격자는 자신의 과대성과 과시욕구에 대해 타인의 진정한 존중을 받아보지 못한 뿌리깊은 결핍을 지니고 있다.

성숙한 나르시시즘은 주는 행위와 받는 행위가 균형을 이룬 서로 만족스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자기애적 사람에겐 진정으로 주고받는 상호관계가 (더구나 헌신이나 희생은) 너무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보통 주부이면 만족할 만한 가사일들인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청소하고, 누군가의 시중을 드는 일이 자기애적인 사람에겐 무가치하게 느껴져 신경질나고 불쾌해진다.

어떤 댓가 없이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은 이들에겐 고통이 된다. 괞히 하기 싫고, 만나기 싫고... 그래서 자신의 이익과 무관한 일을 할 때는 수고가 덜한 쉽고 편한 일들만 선호한다. 절대 손해보지 않으려는 자기애적 욕심이 커서 정확하게 준만큼 때론 더 크게 받아야 보통의 관계에 머물수 있게된다. 정직하지 않은 욕심 때문에 정서가 불안정해지기도 하고, 자기와 타인 안에 있는 불완전성을 수용하는 일은 특히 불가능하다.

보울비, 위니컷, 하인즈 코헛은 개인이 자기조절 능력이나 상호관계 능력을 형성하려면 어느정도 '통합된 정신구조'가 발달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발달하는데는 어린시절에 부모의 정성스런 반응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타인과 조화로운 관계를 맺으려는 아이의 능동적인 노력을 촉진해주는 것은, 일차적으로 아이의 욕구에 대한 엄마의 공감적, 비언어적, 직관적 반응이다. 그리고 어릴 적 자기대상인 부모로부터 자기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임을 반영받는 경험에서 개인의 포부와 야망이 생겨난다. 건강한 자존감의 지속적 원천이 되는 이 특성은, 세상 현실에 대해 능동적 관계 욕구를 일으키고 좌절과 결핍을 견딜 수 있게 한다.

이에비해 병리적 과대성은 정상적인 지각을 넘어서 부풀려진 자기가치감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자기애적 태도 뒤에는 숨기고 싶은 진정으로 존중받지 못한 수치감과 열등감, 자기혐오가 있다. 자기애자는 자기의 취약성을 직면하고 인정할 정신적 힘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고립되며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과 단절되어 있다(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그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회피성 애착장애 아이는 자신을 거부하는 부모에게 순종하거나 적절히 붙어 있음으로써 자기보호 수단을 획득한다. 하지만 그 부모에게 욕먹을 만큼 가까이 가지는 않는다(그래서 감정 표현을 최소화한다). 엄마의 반복되는 철수로 인해 충동적, 비통합적, 비관습적 반항적 습성이 형성되고, 분열된 정신내부에선 공격성이 들끓게 된다. 그결과 자기애를 손상시키는 좌절이 경험될 때마다 격노를 표출해서, 과대 환상과 더불어 자기를 보호한다. 하지만 바로 이런 미성숙한 방어태도로 인해, 이들에게 진정한 자기충족이란 실체 없는 착각이자 환상이며, 만성적 현실 부적응을 초래한다. 자기의 자존감에 사소한 상처라도 입게 되면 (아무도 모르게 맘이 상하면) 오만정이 떨어져 세상의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무가치해지고, 결국 공허하고 고독해진다.

자기애자들의 일시적이고 자기 편리적인 관계 양태를 주목하면 이를 금새 알 수 있다. 이들은 어릴 때 애착관계가 조직화되지 못했기에 자기만족과 자존감을 보충하기 위해,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사람관계 대신 무생물 대상을 이용하려 든다. 가령 자신에게 결여된 (엄마) 애착을 보충하기 위해 곰인형을 사용하는 아이처럼 사람이든 무생물이든 자기 마음대로 관계하여, 자기를 조절하고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한다. 그래서 자기애적인 사람은 누군가를 만날 때 그가 내게 무엇을 줄 수 있거나 아니거나로만 본다(자신에게 필요한 대상인가 아닌가).


"선생님 제 친구는 만나자고 약속해놓고 만나러 가는 도중 꼭 취소전화를 해요. 무슨 일 생겼다고...아프다고 말예요. 그리고 같이 밥먹자 해놓고 자신이 볼일이 있으면 은행업무든 장을 보든 꼭 제가 함께 처리하게 해요. 때론 마음을 담아 안부문자를 보내도 아무런 응답이 없어요. 처음엔 관계적 기대를 무시하는 그녀가 단지 사회적 매너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보다 더 무서운 무심함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그녀와 접촉하려고 할 때마다 기운이 빠지고 알수 없는 무가치감에 시달려 하루종일 마음이 상하고 우울해요.."


자기애적인 엄마는 아이랑 떨어져 있을 때 자유로움을 느껴,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동조해주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심지어 자기애적 엄마는 자기 아이를 누군가 대신 양육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엄마에게 반영받지 못해 자신감이 결여된 아이는, 감정적 자극을 조숙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통제하려 애쓰게 된다. 자극을 줄여달라는 아이의 신호를 지각하지 못하고 간섭하는 엄마나 이와 반대로 자극이 너무 부족하다는 신호를 놓치는 엄마의 손에서 자란 아이는 나이들면 상호작용이 차단된 삶을 사는 사람이 된다.

자기애적인 사람은 중요대상으로부터의 '분리'에 대처하기 위해 미성숙한 방어구조를 형성한다. 가령, 대상에게 진심어린 흥미를 보이지 않으며, 타인에게 위로 받고, 자주 만나고, 가까이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겉으론 서로간의 독립심과 자립심을 위해서라고 합리화하지만, 실상은 '관계'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이다.

이들은 대상에 대한 지속적 무관심, 정서적 거리감, 거절을 통해 존중받지 못했던 어릴적 고통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혼자 살아간다. 외로운 것보다 침범이 더 무섭다고 할까(원치 않는 자극). 그래서 금방 좋다고 생각하다가도 무가치하다는 의심에 그 어떤 시도도 쉽게 할 수가 없다.(가치의 변절자)


간혹 강렬한 정서가 투자된 관계일 경우, 그 대상에 대한 표상은 사실 자기상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즉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보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때로 자기와 타인의 생각이나 느낌이 마치 동일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무의식적 융합).

하지만 자기에게 집중되어 자기중심적으로 타자 관계를 맺기 때문에, 자기애적인 사람의 삶에서 자기와 중요한 타인들 사이에 사고와 느낌의 진정한 연결성은 높지 않다. 심지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도, 닮고 싶은 사람도, 보고 싶고, 소중한 사람도 없다. 자기의 연장 차원에서 자기애적 에너지가 투사된 대상(자녀..) 외에는, 누군가에게 정성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정서적 투자가 이들에겐 엄청난 에너지 고갈을 일으키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관심을 줄 때마다 모든 면에서 생색이 클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람들은 가까운 관계에서 먼 관계까지 유연한 관계를 하면서도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과는 별개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에게 감정을 투자해도, 정신적으로 독립된 상태에 있을 수 있기에 정서에너지의 고갈을 느끼지도 않는다. 또한 타인 역시 자신의 고유한 정신성을 지닌다는 점을 기꺼이 인정한다. 이에 비해 자기애적인 사람은 자기의 자존감이 채워지거나 고갈되는 상태에 따라 타인이 가까워지다 멀어지다 한다.


자기애 장애를 가진 수선화씨는 상담에서 자신의 동기, 느낌, 생각은 배제하면서 외부적 요소들만 지나치게 자세히 말을 한다(물리적 내용에 지나친 묘사). 하나의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상담시간의 대부분을 사용한다. 중요하지 않은 부차적 얘기를 하다가 시간과 에너지를 다 허비하는 것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문제를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그 문제의 당사자(주 원인자)라는 자각은 '부인'된다. 다른 사람의 결점을 찾아 비난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에 담긴 주관적이고 결함있는 요소에 대한 반성 활동은 미미하다. 자기애자의 이런 타자에 대한 비난과 평가절하, 자신의 문제에 대한 부인과 반성 결여는 온전한 정신화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전혀 읽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마치 타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양 확신한다. 자기애 성격자는 불확실한 경험 상태를 그 자체로 수용하지 못해, 절대적 확신을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다. 2~3세경의 아이가 모호하고 불안정한 외부세계에 대처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런 방어적 정신현상은, 성인의 차원에선 그의 자아상태가 빈약하다는 징후이다.

내면세계와 외부현실 사이에 안정된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아이는 환상에 참여해 '~하는 척하는(as if)' 가상적 관계 모드를 취하게 된다. 이런 '~인 척'하는 유사관계 태도는, 곤혹스럽고 자신감 없는 정서가 출렁이는 내면세계와 자기의지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외부 현실세계를 조화롭게 통합할 능력이 없음에 기인한다. 그래서 외부의 누군가가 아이를 비난 공격하면 아이는 내부-외부세계를 연결하는 상징 놀이와 현실관계를 중단하고, 자기만의 자기애적 환상 속에 함입된다.

이러한 '유사 정신화'(~척함)를 사용하는 자기애적인 사람은 마치 자신이 타인의 정신상태들을 잘 지각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그걸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인양 (생각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실제의 그는 현실과 진정한 접촉을 하지 못한다(모순). 그의 몸과 정신화 기능이 그의 욕망과 주관적 생각에 온전히 부응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정신화'는 아기와 엄마, 나와 타자 사이의 오랜 기간에 걸친 전인적 애착관계에서만 발달된다. 자기 이익에만 관심이 쏠리는 자기애 성격구조에서는 '정신화'가 온전히 작동되기 어렵다. 타인의 정신상태에 관한 진술이 타인을 위함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이해 사용될 때, 그/녀는 이미 '유사 정신화' 상태에 있는 것이다. 유사정신화는 늘 침습적이고 과다행동적이고, 파괴적으로 부정확하다.

자기애 성격자는 '자아가 분열되어 있어' 자기에게 일어난 행동과 상대방에게서 일어난 행동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연결하지 못한다. 타인에 대한 사고, 느낌, 소망에 대한 주의가 전반적으로 결여되어 있거나 '부분지각적'이다. 그로인해 하나의 특정 범주를 순환적으로 사용하거나, 유사한 설명을 반복하며, 자신이 습득한 어떤 한가지 생각과 관점을 과대신뢰하여 과도하게 일반화하는 주장을 되풀이 하곤 한다.

"남편은 게을러 아무것도 안해요. 뭘 해본 적이 없어요." (남편에게 요구나 부탁을 제대로 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이런 단정적이고 편향된 지각과 비난은 현실 사건과 관련된 자신의 복잡한 정신상태를 탐색하고 싶지 않은 데서 생긴다. 아울러 자기애적 태도에서 비롯된다


수선화씨의 부모님은 너무나 바쁜 유명인이셨다. 그로인해 어릴때부터 여러 보모에게 맡겨졌고 어떨 땐 부모님을 한 달에 한 번도 접촉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반면에 교육을 위한 제반 여건이나 문화환경이 풍부해서 수선화씨는 높은 학업적 성취를 이루어 전문가가 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상황에서 사람이나 사건을 피상적으로 보고 타인의 마음에 민감하지 못해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하는 거칠은 면 때문에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컸다.

수선화씨는 적극적이고 솔직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욕구가 좌절되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변해 부적응적 행동을 하게 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힘들고, 충동을 조절하는 인내심이 부족해서, 동일한 실수로 손해를 자주본다. 자신의 욕구 충족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나 상황에 격노하는 경향이 매우 높기에 사람들 사이에도 인기가 없다.

그래서 외현적으로 보이는 능력과 자신만만함과 달리 내면에선 자기가치를 낮게 평가하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많은데도 수선화씨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회피적 방식을 취한다.


수선화씨는 상담치료를 통해 같은 사건도 개인마다의 다른 이력으로 다양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어 고맙다 말한다. 그녀는 대인관계에 대한 지각과 이해가 내면에서 왜곡 차단되어, 자기 문제들의 의미를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정신화'하는데 실패한다. 그로인해 대인 관계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상호작용에 대해, 끊임없이 물리적 면에서만 누가 무었을 했는지 외부적 요소로 환원해 설명할 뿐이었다.

자신과 관계하는 누군가가 갖고 있는 정서적 슬픔이나 불안이, 마치 자신에 대한 공격을 의미하기라도 하듯이 노골적 적개심을 보이거나 회피해버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대상에게 '거절당한'것으로 경험된 사건을 자신과 타자 사이의 관계차원에서 묘사하고, 어떻게 왜 자신이 그 사건을 오해하게 되었는지 확인하고, 그래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에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수선화씨는 오십여년 동안 부모에 대한 배신감으로 자신의 내면을 전혀 보지 않고 살아온 얼음같이 차가운 자신을 내려놓고 아이처럼 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수선화씨는 다른 사람의 낯선 행동을 접할 때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비로소 자기의 분노를 멈출 수 있는 경험을 성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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