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 정신분석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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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함께 있으며 홀로 있다 (Mentalizing 1)
김은옥(rroye@hanmail.net) http://www.freudphil.com
2010년 12월 21일 22:12 4777
보편적으로 사람의 욕구는 가족이든 이웃이든 특정 개인과 친밀한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고 잘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으로 일관된 인간관계를 반복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행동의 이면에는 어려서부터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대상(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위한 방어적 적응 기제가 계속 작동되고 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인들의 의존적 태도나 회피적 행위들의 이면에는, 누군가의 안정된 돌봄을 받고자 하는 영유아 아동기의 절실한 애착욕구와 애착좌절 상처가 작동한다. 현대심리학계에선 정서발달을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어린시절 좌절된 최초대상과의 애착관계 회복이 상담자-내담자 관계의 치료 초점으로 부각된다.

애착이론은 (생후 1년간의) 안정된 의존 관계가 인간정신의 형성과 발달에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다. 양육자와 긍정적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심신 발달의 기반이 되며, 삶에서 부딪히는 크고작은 고통이나 위협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피난처가 된다.

미성숙했던 시절의 애착 실패 또는 애착 손상 경험은 뇌 속에 각인되어, 자신은 물론 타인을 돌보지도 위로하지도 못하는 인격장애와 행동장애의 원인으로 나타난다.


애착 문제를 지닌 불안정한 아동을 치료할 때 아이는 상담실과 상담상황이라는 새롭고 낮선상황에서 애착대상인 엄마와 분리되는 것에 대해 심한 저항을 보인다. 몹시 불안해하고, 분노에 차 소리지르고, 서럽게 울며 엄마에게 돌아가겠다고 떼를 쓴다. 이런 극적인 아이의 정서와 행동은 어느순간 억압되었다가, 성인이 되어 원인 모를 불안과 두려움으로 활성화된다. 가령 대상 상실을 겪는 상황이 되면, 과도하게 무기력해지고 정서와 행동 그리고 생리기능을 조절하는데 강한 부정적 반응을 반복해서 돌출시킨다.

불안정 애착 아동은 상담자와 일관성있고 지속적이면서도 따뜻한 친밀관계를 함에 따라 두려움이 일시적 상태임을 점차 지각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안락함을 추구하는 많은 대처 행동들을 상담관계 속에서 습득하면서 안전감각이 생겨 불안 행동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비해 혼란스런 애착경험이 심리구조화된 아이는 애착대상인 엄마가 피난처이자 스트레스의 근원이 된다. 그로인해 아동기를 거쳐 청소년기 성인기에 이르러서도 유아기의 기형적 애착기제가 과도 활성화되어,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증오하며 살게 된다. 엄마가 아이와 서로 어긋나는 관계를 반복하면, 그 아이는 나중에 자신의 행위 기저에 깔려 있는 유년기 정신상태에서 분리 독립하는 노력을 할 수 없으며, 부모의 잘못된 행동 측면을 답습한다.


'정신화(Mentalizing)'는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일종의 능동적 상상 활동이며, 욕구, 희망, 느낌, 믿음, 목표의 측면에서 지각하고 해석하며 반성하는 능력이다. 쉽게 말하면, 아이의 상태나 의도를 알아차리는 엄마의 정신 능력이다.

우리는 자기자신을 밖에서 즉 다른 사람 안에서도 본다.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걱정을 담아주기도 하고, 느낌을 공유하고, 오해를 이해하는 등 타자를 마음에 지속적으로 담아두며, 무수히 낯선 자극들이 끊임없이 출현하는 외부세계를 안정된 '심리적 사실'로 질서화하는 능력이 '정신화'다.

정신화 작용은 또한 내부의 욕동과 정서를 조절하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정서들은 관계뿐만아니라 특정한 소망이나 욕구들의 성취-좌절과 직접 관련된다. 인간은 고도의 추상적 사유능력인 정신화를 통해 낯선 타자들을 연속성을 지닌 인격체로 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주관성도 변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정신화 작용과 대비되는 비정신화 현상은 성격의 경직성, 충동성, 정서조절 곤란, 행동화 장애로 드러난다.

정신화 기능 발달이 실패하게 되면 발달초기(유년기)의 정신구조에 지배받게 된다. 정신화 기능을 못하는 부적응 구조로 인해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압도당하는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정신화가 약한 사람은 아주 작은 변화에도 대응하기 어려워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평정심을 상실한다.


안정된 섬세한 엄마는 아이가 방긋 웃을 때 아이 마음이 어떨지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이해하고 소화한 다음, 즐겁고 따뜻한 마음을 부드럽게 전달해서 아이에게 살아 있는 기쁨인 생동감을 선사한다.

엄마가 이러한 정신화 능력이 부족할 경우, 자신이 익숙한 어떤 관점에 고착되어 권위로 뭐든 강요를 한다. 아이의 생각을 물어볼 필요도 없이, 기다리지 않고 즉각적으로 자신이 아는 것을 아이는 바로 따라야 한다.

하지만 건강한 엄마는 자기 마음에 자기도취하듯 푹 빠져있지 않고, 자기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며, 아이가 자율적으로 엄마를 잘 이용하도록 돕는다. 늘 허둥대며 무엇이든 잘 못보는 아이의 배후에는, 아이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엄마가 있다.

아이의 내면 상태를 왜곡없이 반영하는 엄마의 능력은, 아이가 정서조절 능력을 형성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아이는 엄마의 반응에 의존하고, 엄마는 심리적 존재인 아이에 대해 반성하는 자신의 능력에 의존한다. 자신과 타인에게서 안정된 자기조절 기능을 지닌 'Constitutional self'를 발견하지 못하면, 자신과 타인을 크게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엄마는 아이가 무엇인가에 실패해서 좌절할 때 보이는 불안한 행동에 대해 과잉반응을 한다. 아이를 진정시키기보다 불안을 더 가중시킨다. 아이는 하나 정도 "아야"라고 했는데 엄마는 "너 때문에 못살겠다. 너 왜 자꾸 그래? 엄마 죽겠다. 넌 이젠 끝이야'라고 반응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비난에 아이를 추궁하고, 완벽을 강요하고, 아이에게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트라우마틱한 사건을 들먹이며 용서를 빌기도하고, 심지어 심리학 용어를 빌어 아이를 공격하기도 한다. "넌 정신병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아이야!"

아이를 제대로 느끼거나 볼 수 없는 엄마는 아이가 슬플 때 두려울 때, 자기 기분나쁜 것까지 더해서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어떤 아이는 이런 무지한 엄마의 반응에 맞춰 자신의 불안 수준을 끝없이 높이는가하면, 또 어떤 아이는 정서를 마비시켜 주어진 감정들이 자신의 것인지 엄마의 것인지 구분하지 못해 헷갈려 하는 혼동을 경험한다.

아이는 엄마의 정서나 말, 행동을 내면화하여 '심리적 자아'를 형성한다. 엄마와의 안전하고 활기찬 상호작용은 다중의 현실 경험들을 내면에서 서로 연결시켜 통합시킨다. 이러한 '정신화 능력'이 형성되어야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무수한 의사소통 코드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있게 된다. 아울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정서적 반응을 지각하고 이해하게 된다.

즉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같은 것을 본다."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상호작용의 의사소통을 통해서만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아이가 겪는 괴로움에 대한 비정신화 반응은(분명하지 않고 즉각적이지 않은 엄마의 반응), 정신화의 성숙을 방해한다. 또한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부정적 지각 때문에 사회적 발달기회를 놓치게도 한다.


개인의 애착경험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계속된다. (친밀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결혼생활은 특히 어릴적 애착관계의 영향을 받는다. 가령 융합했던 배우자로부터 비자발적으로 분리되야하는 상황에서, 애착문제를 지닌 성인은 애착장애 아동처럼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배우자가 없으면 꼼짝도 하지 않고, 새로운 관계나 직업, 취미를 발전시키는 일은 애착장애자에겐 능력밖의 일이다.

공허, 권태, 그리고 불안과 끊임없이 압도해오는 우울과 싸우기 위해 쇼핑이나 술, 성, 도박, 음식, 컴퓨터 게임 심지어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애착의 실패로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는 일이 불가능하기에 애착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려운 사람은, 친밀감 대신 자기를 회복하려는 빗나간 강박적(중독적) 시도들을 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대상에 대해 그리워하고 필요로 하고 의지한다는 것을 진정으로 고백하지 못한다. 그로인해 협력적 대화가 불가능하며, 배우자를 이상적으로 생각하거나 경멸하기 일쑤다. 부부간의 자연스런 애착경험에 대해, 수동적이거나 분노에 찬 몰입으로 배타적 태도를 취한다. 애착이론에 의하면 개인은 혼자서는 자신의 정서상태를 조절 할 수 없다.

성인 애착장애의 특성인 '정신화 능력' 또는 '반성적 사고'의 결함은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하고 또는 엉터리로 예측하고...
보이는 모습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불편한 관계나 상황에 대해 적대감으로 회피하고...
주제에서 벗어난 상관없는 이야기로 소통의 단절을 불러 일으키고...
지나치게 일반화시키고...
극도로 이기적이고, 그리고 대체로 자기의 이익과 무관한 것에 무심하고...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언어적 표현을 못하고, 그래서 지나치게 자세하게 말하고...
제 시간에 해야할 일들을 마치지 못하고, 아예 시작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호의나 기대를 느낄 수 없어 상대방의 요구에 바로 응하지 않고...
무차별적인 인정을 받으려하고...
상호작용하는 모든 인물의 정서상태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상투적이고 피상적인 의사소통만 할 뿐이다.

영유아기의 애착 실패는 '마음상태'에 대해 왜곡없이 생각하는 능력을 훼손한다. 감정적으로는 높은 각성상태에 들어가지만 그 흥분스러운 강렬한 느낌이 '타자 관계'로 이동하게 되면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잘못 읽는다. 어떤 대상에 대해 의식에 지각된 특정 자극과 생각에 대해 (부분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로 판단하기보다, 마치 그것들이 (대상자체의 전체적) '실제'인 양 보이고 느껴진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과장된 반응으로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갑작스럽게 왜곡하는 경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그 결과 위압적인 폭언과 폭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엉뚱한 그녀는 상호교류없이 혼자 웃으며 사람들을 최대한 밝게 환대한다. 아무 의미없이..., 사회적 행동이 조직화되지 않아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오고, 밤과 낮 구별없이 연락하고, 연락없이 찾아오고, 어떨 때 인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고, 매번 오는 약속 시간과 날짜를 혼동한다. 너무 크게 말하거나 작게 말하고, 밀착하려고 사생활을 캐묻는다. 물질적 위안을 주는 것에 민감하고, 지시대로 따라하지 않고,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

금방 싫증을 느끼고,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안다는 지나친 주장을 하고, 자신에 대한 자랑이 크다. 지나치게 사려 깊고, 누구에게든 도움을 주려고 열의를 다하지만 부당한 희생적인 측면 뒤로 자신의 지나친 욕구와 분노를 숨기고 있다. 곁눈으로 상대방을 쳐다보지만 시선접촉을 유지하지 못한다. 비난받을까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부끄러운 행동이나 실수는 망각해버린다. 거짓말을 아주 잘 한다. 알아보지도 않고 화부터 내고 분노의 감정을 부인한다.

자신의 취약한 부분, 책임에 대해 부인한다. 자기만이 소중하다는 관점으로 자신의 요구만 관철시킨다. 음성에 생기가 없고, 옷차림은 나이나 사회적 상황에 맞지 않다. 버림받을까봐 빨리 순종하고 따른다. 상호작용하거나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모른다. 사람들이 자신을 회피하거나 거절하는 것에 대해 당황하는데 사회적인 주고받기의 법칙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누군가 자신에게 해준 조언 한마디에 선물을 주고 밥을 산다. 하지만 '그냥 그러한'상대의 반응에 완전히 좌절하고 만다."


성숙한 사람은 사랑받고 감탄 받고 싶은 건강한 욕구가 있다. 정신화 능력을 성취한 성인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는 자신의 정서상태를 고려하고...
타인의 이해에 비추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수정하기도 하며...
반성적 사고가 뛰어나며, 불쾌한 경험에 대해 방어적이지 않고...
의사소통을 향상시키고...
내면세계외 외부세계 간에 의미있는 연결을 하고...
통찰하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상대방의 말을 추측하지 않고 마음의 분리가 가능하며...
딜레마를 수용하고, 자신의 정신상태에 대해 분열없이 회상과 생각이 생생하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 영국 안나프로이드연구소에서 온 피커 포나기 박사님의 강의 듣고 많은 인간관계를 떠올리게 되었다. 영어로 들어야만 했던 강의라 떠듬 떠듬 이해했지만, 한 해를 지내면서 고단했던 마음을 정리해보는 값진 시간이었다. 상담과 교육을 병행하면서 나름 많은 고충을 겪었다. 올 해 역시 일년가량 함께 수업을 하고도 인사 한 마디 없이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도 크고, 몇 년동안 관계를 하면서도 진전없는 분도 계시다. 또한 진심으로 서로 고마워하고 아껴주시는 소통되는 분들도 있고, 좋은 애착의 결실인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도 있어 힘이 난다. 우리 연구소에 오시는 많은 분들과 교류하면서 진정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이 시간들과 이 길이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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