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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벌레없는 세상'- Toxic Nourishment 2.
김은옥(rroye@hanmail.net) http://www.freudphil.com
2009년 06월 12일 17:23 3134
벌레없는 세상을 꿈꾸며...

꿈인데요.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에 사방에서 바퀴벌레들이 튀어 나와요. 급기야 제 입속으로 들어가서 제 몸이 불어나기 시작해요. 나중에는 몸이 너무 커져 터져버렸어요.

온몸이 벼룩으로 뒤덮여 있었고, 시꺼멓고 우글거리는 벌레를 잔뜩 토했는데 벼룩알에서 끔찍한 기생충이 끝도 없이 나와요. 눈에서도, 귀에서도, 코에서, 입에서도...

방 바닥과 천장에 벌레들이 가득해요. 쏟아져내릴까봐 끔찍해요.

장판밑을 털어내고, 쓸어내도 벌래들이 자꾸만 늘어나요.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몰라 그자리에서 마비되었어요. 피할 수가 없어요. 도망을 갈수 없어요.

큰 귀뚜라미가 방에 들어왔는데 무서워 죽을 것 같아요. 이리저리 방방 튀어 다니고, 내보내려고 방문을 열었는데 사방에서 귀뚜라미들이 튀어 들어와요.

어떤 사람이 죽어가요. 발부터 섞어 구더기가 득실거려요. 형태는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구더기들만 남아 있네요.



"짜증난다. 살기 싫다. 꼴보기 싫다. 나 자신이지만 혐오스럽다. 사라지고 싶다. 다 부수고 싶다. 죽여버리고 싶고 나 또한 죽고 싶다. 모두 파괴하고 싶다. 끝내고 싶다!" 오늘도 그녀의 입에서는 자신과 세상 그리고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 쉴 새없이 튀어 나온다.

'심한 자기부정'을 천성적으로 타고 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녀가 살아오는 동안 경험되어 온 자기의 고난에 대하여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별로 사랑해주지 않고 툭하면 돈 때문에 죽고 싶다는 엄마, 자신감이 없어 어린 자식을 한 없이 깍아 내리는 나약한 엄마, 자기밖에 모르는 탐욕스러운 엄마, 자신의 허기진 마음에 주고 또 주지만 자식이 무엇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지 못하는 침범하는 엄마, 절망감이나 자기혐오가 커서 분노로 거칠게 파괴하는 엄마의 아이는 삶에 대해 안정감을 가질 수 없고 타자들이 제공하는 따스함과 지원을 받는 능력을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벌레는 유년기나 아동기때 경험한 애착관계의 단절이나 불안전한 애착으로 인한 고통을 가리킨다. 이런 고통은 의식에서 제거되어 현재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벌레는 내사된 나쁜대상 즉, 자기감에 해로운 엄마의 속성으로 아이를 갏아 먹고 있는 우울과 자기파괴성을 나타낸다.

자신의 신체 안과 밖에서 벌레에 의해 공격받는 꿈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엄마의 광증과 증오에 가차없이 공격당한 경험을 드러낸다. 엄마의 격노(적대감, 질시, 혐오등)의 표적이었고, 그 격노가 지나갈 때까지 스스로 무감각해야만 했던 그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주된 느낌이다.

내부와 외부의 박해자들에 의해 치명적인 공격을 받은 아이는 자신의 짓눌린 상태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너무나 미운 것들에 대한 분노가 투사되고 그로인한 박해불안 때문에 삶의 경험들을 온전히 대면하고 수용할 수 없어 배우지도 못한다.


그녀가 어렸을 때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과보호적인 그녀의 엄마는 자신의 욕심에 맞추어 아이에게 먹으라고 강요를 했다. 막 자라나는 아이의 식욕을 자신의 욕구로 확신있게 부정한 것이다(진짜 준 것이 아니다).

현재 그녀는 관계안에서 화가나거나, 불안하거나, 긴장될 때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 아마도 엄마와 연결되기를 원했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받을 수 없어서 실제의 행동에 있어서 엄마를 거부하고 또 엄마에 의해 거부되었다는 감정만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주어진 엄마의 선물들은 인격적인 것이 아니었다. 엄마가 무엇을 주는 것은 자기에게 꼭 맞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엄마 자신이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욕구가 많지만 현실적 대처방식이 없어 실천하는 힘 또한 약하다. 사회적 기민성이 떨어지고,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 유연하지 못해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오해받고 손해를 자꾸 본다. 또한 항상 뭔가 허전해서 자꾸 더 얻어내야하고, 더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기대만큼 오지 않으면 그 좌절감에 가슴이 무너진다.


어린 아이는 불안 할 때 엄마와 가까움을 추구하는데 엄마와 시각적, 신체적, 정서적으로 가까워짐으로써 보호받고 안정감을 얻고 싶다.

이러한 애착욕구들이 애착인물과의 상호작용에서 충족되지 못하거나 충족된다 해도 일관성 없이 충족되거나, 과잉 반응(과잉보호)을 보이거나, 거부나 무시와 같은 좌절이 빈번히 주어질 때 아이는 애착관계에 손상을 입게 된다.

이런 위협적이고 무서운 경험이 아이의 내적 모델로 형성되면 고통과 불안이 커질 때마다 이상적인 애착인물의 존재를 더 강렬하게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애착인물에 대한 자기의 표상이 불안정하면 사소한 상실과 분리 경험조차 심각한 위협으로 지각되어 좌절이나 상실이 주어질때 격한 자기애적 분노(narcssistic rage)가 일어난다.


그녀는 성미가 까다롭고, 사소한 외부의 자극에도 쉽게 모욕을 느껴 적대감을 마구 드러낸다. 또한 원하는 욕구가 무시당하거나 좌절되면 분노와 보복환상으로 공격을 예측하고 격분한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 자신을 비난하거나 좌절시킬 무엇이 있는지 늘 탐색하는 것이다.

엄마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모든 사람에게 유사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자신을 돕고 사랑해주는 좋은 애착인물을 만들수도 없다.

이런 경험의 반복은 자기를 위협하게 되므로 자기를 산산조각낼 위험에 처하게 한다. 이럴 때 이것을 막기위해 그녀는 망상적인 거대한 환상으로 자기조절을 하려고 시도하게 된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절대적으로 힘 있는 사람이다. 나를 버릴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난 결코 그가 필요하지 않다. 사실은 그 사람이 날 힘 있게 보고 의지한다. 나는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은 그것을 알아야만 한다!" 이 반응적 책략이 성공하지 못하면 심한 우울과 무력감과 자기공격적 행위에 빠진다. 자아로의 리비도 집중은 과대망상으로 표현되며 실패시, 우울불안에서 비롯된 불쾌감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녀는 증오의 분위기가 지배하는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녀의 부모는 스스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서로를 증오했다. 그녀의 무가치하다는 느낌은 그녀의 엄마가 분별없이 쏟아 부었던 끝도 없는 무가치감과 같은 것이다. 그녀의 엄마는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런 질서도 없이 그녀를 대하고 있는대로 성질을 부렸다. 그녀가 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마땅치 않아 경멸했다. 아마도 그녀의 존재를 부러워하는 엄마의 시기심이었을 것이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기심으로 상처를 받으면 생생함과 편암함을 주고받는 인격발달과정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시기심의 공격은 전체 발달과정을 단절시키며 정신 에너지로 하여금 선한 것을 나쁜 것으로 보고, 나쁜 것을 선한 것으로 보게 하는 등 정신 에너지가 복잡하고 소모적으로 잘못 사용되어진다. 자기애적 성격장애, 분열적 상태, 정신병적 상태 또는 본격적인 편집증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그녀 또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상대의 탓이라고 비난했다. 늘 경멸과 조롱의 잔소리에 길들여진 그녀는 그 독속에 인이 박혀 모든 사람들을 물어 뜯었다. 그녀의 엄마는 마치 좋은 지원과 사랑을 주듯 독을, 벌레를 주입했다. 그 벌레는 그녀에게 신랄한 악의와 의심과 독설이 되었다.

그녀는 스승이든, 목회자이든, 상담자이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부모에게서 받은 나쁜감정을 경험해야만 한다. 힘든 관계를 서로 파괴적이지 않게 그녀가 감당할 수 있으려면 독으로 물든 감정의 폭풍을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상담자와 함께 수많은 공포와 주기적인 우울, 충동조절을 이기지 못해 나오는 파괴감정을 버텨나가야 한다.


그녀는 상담을 통해 현재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 스스로에 대해 처리하지 못한 나쁜 감정들이 모든관계에서 독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까다롭고 사람을 소진시키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맞다! 그렇다!. 그녀가 자신에게 속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충분한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모든 관계는 나아지겠지.

그녀는 늘 관계와 사람에 대한 무심함과 분노가 혼합된 평가절하하는 자신의 태도로 인해 혼란 스럽다고 한다. 최악의 상황들을 끄집에 내어 상대가 볼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보도록 강요해서 모든 관계를 파괴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과 수입에 대해서도 스트레스가 크다. 자신이 직업활동을 계속하지 않으면 파산하거나 경제적 부족으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고,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돈을 벌 수 없을 거라는 공포속에 살고 있다. 사실, 물질적 지원보다는 가족으로부터 정서적으로 충분히 지원받지 못해서 자신 또한 가족을 정서적으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공포임을 그녀는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때때로 그녀는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자신을 도와주거나 좋은 관심으로 대한다는 것을 알거나 느낄 수 없다. 단지 자신을 이용하기위해 약간의 친절을 베푸는 것이라고 막연히 확신할 뿐이다.


벌레는 죽음이나 한계를 의미한다. 불길한 어떤 악, 혹은 결함이다. 엄청난 자기 공격과정은 외부의 지지가 결여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녀를 짓누르고 있는 파괴적인 힘을 다룰 수 없고, 줄여주지 못해서 그녀의 공격성에 누구든 살아남지 못하면, 그녀는 그 힘에 휘둘려 늘 홀로 남겨져야 한다( 버려져 있어야 한다).

그녀의 얼굴은 아기처럼 부드럽고, 따듯하고 밝지만, 행동은 순종적이지만 그녀의 내면은 벌레로 가득차 있다. 그 벌레는 투사되어 그녀 자신이 아닌 주변인들에게서 느껴진다. 남편이든, 자녀이든 주위 대상들은 그녀의 벌레, 나쁜 독, 응축된 증오와 부정적인 측면을 담고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괴물이랄까.

그녀는 남편에게서 정서적으로 멀리 있고, 비판적이고, 인색하고, 충분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 격노를 안고 매일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분노는 누적된다. 체내에 침전되어 근육과 신경과 혈관을 오염시키고, 지각와 판단도 오염시킨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분노폭팔과 시기심에서 비롯된 인격적 비난을 쌓아 두었다면 상대가 충분하게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부정적이고 비뚤어진 편견으로 그 사람을 헐뜯게 된다. 어린 시절은 경험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해 하나도 버려지지않고 저장되었다가 비슷한 상황에서 우울함, 불안, 분노등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한다.

예전의 경험처럼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듣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알 수없어서, 자신의 감정을 뒤틀린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타인을 힘들게 하면서 감정을 철회하거나 보복하도록 자극한다.

부모가 자신에게 반응했던 방식을 '반복강박'으로 흉내내는 것이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보급받는 것은 독과 벌레에 중독된 상태이다. 그 결과 그녀는 자신에게 무관심이나 경멸을 줄 사람을 늘 필요로 하게 된다. 부정적인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을 때, 공허감으로 현실적인 느낌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독이 에너지원이라니!).

그녀는 좀 살만하고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자신의 파괴성에 무너졌다. 스스로 삶을 향하는 몸짓을 지원할 역량이 결핍되어, 도움을 받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항상 불행해야 했는데, 벌레가 없는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벌레는 물고, 가렵게 하고, 부어오르게 만들고 질병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 세상과 우리 몸 안에는 눈에 보이는 벌레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로 가득차 있다. 사람은 벌레 없는 세상을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상담은 예전에 살아왔던 방식과 다른 훈련을 통해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벌레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노력없이 좋은 세상이 그냥 찾아와 주길 기대한다. 아마도 파괴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할 말을 참는 것으로 수동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고통은 존재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삶의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다. 벌레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은 어려움 없는 세상에 대한 몽상일 뿐이다. 고통없는 상태를 바라는 개인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다 제거하고 성가시게 하는 것의 원천을 없애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손상된 자아의 자기애적 환상일 뿐이다.

자식이나 남편이 고통의 원인이라면 그들을 제거하고 싶은 바램은 합리화되고, 거부와 부인을 통해 그들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짜증과 고통을 안겨주는 타자나 자신을 없애고 싶은 충동은 치명적이다. "자식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멀리 떠나고 싶어요. 안 보면 편할 거예요. 귀찮아요. 그만두면 그만이죠. 필요없어요. 혼자 살고 싶어요."



그녀는 다시 꿈을 꾸었다.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 집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흡족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느껴졌어요. 어린 시절 살던 구조라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도 있었고 모던한 인테리어가 맘에 들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그 집을 사용한 사람이 없었던지라 청소를 해야했지요. 군데 군데 얼룩이 있었고 바퀴벌레가 있었어요.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게도 도와주어 말끔하게 청소를 했어요. 아주머니가 있어 안심이 되어 저도 바퀴벌레를 빗자루로 쓸어내는데 두렵지 않았죠.


그녀의 벌레를 죽이는 꿈은 아마도 고통을 기꺼이 감당하려는 그녀의 성취를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약간의 자유를 얻었을까?, 삶에서 기쁨을 맛보았을까?, 좋아하는 사람과 접촉이 되었을까?, 웃고 있을까?, 누군가의 도움이 고마울까?, 상처를 준 사람들때문에 슬플까?, 후회할까? 희망하고 있을까? 감사할까?, 행복할까?, 신을 알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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