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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각 시기에는 정신의 발달을 위해 대면하고 대결해야만 하는 고유의 과제가 있다."(에릭슨) 개인이 '성숙한 사람~신경증~인격장애~정신증' 중 어느 영역에 ‘위치’하게 되는가는 주로 그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하는 ‘통과의례’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원시시대에서 문명사회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인류집단은 '유아적 정신성'을 ‘성인의 정신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모종의 사회적 '제도 장치'가 필요하다는 걸 뼈아픈 비극체험들을 통해 절감해왔다. 그래서 그것을 만들고 유지하고 보완하는데 정치가와 교육자, 정신치유가들은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일명 '성인식'으로 불리었던 그 과정은 사회가 '그(녀)'를 온전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워내기 위한 '일련의 요구들'로 이루어져있다. 그것은 스무살의 어느날에 가시적 행사로 치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그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상징적 의미-가치체계(문화)에 의해 준비된다. (가령, 학교에 입학해서 공부와 인간관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대학 입시 치르기, 군대, 연애, 직업을 통해 자력으로 관심받는 사회구성원 되기...) ‘성인’이 되는 이 험난한 과정을 회피하거나 탈락한 자들은 그 집단에서 적응하기 힘든 ‘낙오자, 이방인, 왕따’가 되며, 대인관계에 불편을 겪는 사회적 정신질환자로 전락한다. 남자든 여자든, 소년이든 소녀든....그 사회가 요구하는 통과의례를 무사히 거친 자라야 당당한 성인으로 인정받고 누군가에 의해 매력 있는 욕망대상으로 선택되어 성적 결합과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 아이에게 따스한 모성적 돌봄과 자상하고 힘있는 부성적 ‘경계’ 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통과의례를 온전히 치룬 성숙한 부모에 의해 양육된 아이들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제공하는 '비언어적-언어적, 정서적-인지적' 관계 경험과 요구들을 '내면화'함으로써, 미래에 부모가 되어 부모역할을 하는데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대대로 이어지는 부모자식 사이의 '존재 연속성', 안정된 자아정체감, 세대간의 심리적 동질감과 창조적 발달 시도의 배후에는 바로 이 통과의례 기운과 흔적들이 보이지않게 작동하고 있다. '성인식' 시험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과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정신성은 대부분 어린시절에 형성되고 사춘기에 구조화된다. 전통 정신분석이 유독 주목하여 학문으로 체계화한 인간의 최초 통과의례는, 본능과 엄마 애착으로부터 분리되어 본능에 대한 통제 요구와 상징적 의미 관계들로 구성된 아버지의 세계로 욕망의 초점을 전환시키는 <오이디푸스기(아동기) 경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어머니에 계속 달라붙고 싶고, 아버지의 요구를 거부하고 싶다!"는 '오이디푸스 욕구'를 극복하는 것이, 아이기 미래의 주체적인 성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체험해야만 하는 일차 통과의례다. 통과의례 과정을 온전히 '감당한’ 자라야 타자들과의 관계와 역할을 ‘머리’로만이 아닌 존재 전체로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이도 '여러 요인'들로 인해 통과의례를 온전히 거치지 못한 채 중도 포기한 개인은 그 시점에 고착되어 생물학적 나이를 아무리 먹을지라도 더이상 어떤 정신적 발달을 이룰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늘 자기의 결핍을 채우고픈 욕구와 자기문제에 신경이 집중되어, ‘인간일반’에 대해 진정한 정서적 접촉과 신뢰하는 마음을 지니기 어렵게 된다. 가령 '머리’와 외양으로는 부모나 선배 역할을 행할지라도, 결코 마음으로, 존재 전체로 성숙한 부모(인생 선배)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안타깝게도 바람직한 ‘부모-자식’ 관계를 ‘유년기에’ 경험해보질 못했기에, 진정한 선생-제자 관계를 사춘기에 경험하질 못했기에, 머리와 속마음, 의식과 무의식, 말과 행동이 따로 분리되어 작동하게 된다. 가령 통과의례 과정에서 안온한 '어머니 관계경험의 박탈 결핍'이 깊거나, 닮고싶은 아버지 경험을 해보지 못한 개인(‘자기애적 인격’)의 경우 겉으론 존경스런 언어로 주위 대상을 향해 “난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해. 진심이야...” 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의식에선 ('최초 대상'에 대한 분노와 불안과 이에 대한 방어가 작동되어) “내가 원하고 필요로할 때 날 돌봐주지 않은 이 쓸모없는 엄마야! 이제부터 너는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야 해! 너는 나를 위해 제대로 봉사해야만 할 의무를 지닌 내 로버트야...너는 내 통제를 받아야만 하는 나보다 낮은 존재야....”라는 '환상'을 지닌다. 그로인해 (자신도모르게) 자신의 욕망과 생각을 만만해보이는 타인에게 강요하며 좌우하려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리낌없이 파괴하게 된다. 그(녀)가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유년기와 사춘기에 각인되고 구조화된 정신내부 요인들에 의해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식 통과의례'를 무난히 거쳤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근본조건은 무엇인가? 청년기에 직면하게 되는 ‘성인식’ 통과의례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들은 상당부분 ‘유년기의 부모-자식 관계 체험’과 사춘기의 선생-제자, 선배-후배, 동료 관계 체험에 존재한다.(유년기 경험이 사춘기 경험 양태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쳐 반복되므로, 유년기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신경증이 깊은 자일수록 인생의 대부분을 최초 관계 흔적들을 반복 재현한다.) 인생의 첫 번째 통과의례 과정인 어린시절 경험 흔적은 망각되거나 무의식에로 억압되기 때문에, 무의식에서 평생에 걸처 영향을 미친다. 정신분석가들은 그 과정을 보통 2단계로 구분한다. 첫 단계는 ‘엄마와 유아’가 친밀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전오이디푸스기(유아기)의 2자관계(엄마-유아) 체험이다. 다른 하나는 ‘아동’이 엄마와의 애착관계에서 ‘분리’되어 ’아버지-엄마-나‘ 사이의 3자관계에 위치하면서 겪게 되는 험난한 '오이디푸스(아동기) 체험 과정'이다. 어리고 어린 이 기간에 ’환경이 너무 안좋을 경우(엄마, 아버지가 제대로된 관심을 주지 않을 경우) 아이는 생리심리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그 경우 아직 자아가 미발달해 연약한 아이는 그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게 될까? 엄습하는 ’고통과 불안‘을 어찌 처리할 줄 몰라 당황할 때, 누군가가 그 아이의 고통을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하여 경감시켜 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어찌 되는 걸까? 0세~3세, 4세~6세 사이의 아이에겐 어느 만큼의 ’고통 감당력‘이 있는 것이고,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불안의 강도는 (성인에게 적용할 경우) 대체 어느 정도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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