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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1년 때였다. 당시 우리 사회는 유신 독재체제가 환경을 지배하고 있었고, 내겐 지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북돋아주고 불안을 달래줄 사람과 사상이 절실했었다. 뭔가 거대한 힘을 지닌 철학자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암울한 현실을 잊고 싶은 욕구는 아마 당시대 젊은 지성인들의 공통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한국에서 프로이드는 ‘성’과 관련된 주장을 한 이상하지만 유명한 학자로 막연히 알려져 있었다. 그의 명성과 ‘성’에 대한 관심에 소문난 책 <꿈의 해석>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책 해설부터 시작해 본문에 들어가자 따분함과 당혹감이 밀려들었다. 프로이드에 관한 잘못된 안내와 선입견 때문인지, 자존감을 높여줄 ‘고상한’ 지식을 바랬거나 뭔가 흥분 자극을 바라던 당시의 정서 상태 때문이었는지, 그 책은 지적 흥미도 성적 만족도 제공하지 못했다. 몇 십 쪽도 차분히 음미하지 못한 채 나는 책을 집어던졌다. “프로이드는 참 한심한 자다. 인간성이 얼마나 심오하고 다양한 것인 데, 인간 본질을 고작 ‘성’으로 밖에 설명하지 못한단 말이냐. 참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그 후 원인모를 불안의 의미와 가치를 존중해주는 볼노브의 <실존주의란 무엇인가>, 까뮈의 <이방인>, 레마르크의 <개선문> 등에 몰입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극도로 억압된 성적 긴장을 간접으로나마 해소시켜 줄 뭔가를 늘 바라는 묘한 이중성을 지녔었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 욕망과 성에 대한 고상하고 가혹한 도덕감, 지성인으로서의 과대 자존감 등이 각기 역동하면서 마음엔 불안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프로이드가 바로 그 심란함의 원인을 설명해줄 최상의 전문가라는 것을 당시의 누군가로부터 안내받을 수 있었다면, 내 인생 과정은 지금과 참 많이도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정신분석’이 무엇이며, '꿈해석'이 어떤 정신가치를 지니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그 누구도 없었다. 그 누구도...! 그런데 이상하다. 억압된 성욕이 목까지 찼던 당시의 내게 왜 정작 프로이드의 ‘성’ 담론이 그토록 혐오스럽게 느껴진 것일까? 왜 나는 자신이 찾던 '진리'를 바로 눈앞에 보고도 눈 뜬 장님처럼 지내온 것일까? '그것'에 접촉하지 못하게 교묘히 방해해 온 그 심연 세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 답은 무려 이십년의 긴 우회로를 거치고 나서 우연히 다시 찾은 프로이드에게서 얻게 되었다. ‘무의식’과 신경증에 대한 저변 지식이 축적되고 나서야 비로소 <꿈의 해석> 내용 하나하나의 심오함이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고, 나도모르게 “당신의 고통 원인을 찾아내 상실했던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비밀열쇠가 꿈에 있습니다~” 외쳐대는 꿈선생이 되어버렸다. 그 후 십년 동안 클라인, 위니컷, 코헛, 컨버그, 라깡을 만나 내 삶을 힘들게 한 또다른 방해 세력들의 정체가 가슴으로 겹겹이 전해져왔다. 꿈결같이 흘러간 세월! 어느덧 장년이다. 감당키 힘든 욕동을 잠재우느라 ‘학문’의 관념세계 속에 몰입해온 인생. 꿈 많던 소년의 얼굴이 벗겨진 머리가 되어서야 향락도 접근도 허락지 않던 심연의 세력들은 마치 이젠 그 정체를 알아도 됨을 허락하는 양 슬며시 자태를 드러낸다. 생이 어느덧 끝나간다는 신호인가? 누군가가 ‘나’라는 존재에게 기입해 놓은 묘한 인생 각본! "'지혜의 여신'은 욕동이 수그러든 '황혼'녁이 되어서야 신비의 날개를 펼치며 뭔가를 찾아 헤매던 인간에게 살포~시 날아든다...." ("~~ 때문에 그대는 ~게 살 수밖에 없었어....그게 바로 그대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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