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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마다 욕망의 유형과 우선순위가 참 많이 다르다. 어떤 이는 자신이 '권력'있는 자임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어떤 이는 '재능'있는 자임을 '인정'받기 원하며, 어떤 사람은 '존재가치'를 '존중'받기 원하고, 어떤 사람은 '사랑'받기를 원한다. 어떤 사람은 억울한 상처를 단 한번이라도 온전히 공감받고 이해받기 바라며, 어떤 사람은 서서히 깊이 들어가는 '대화'를 원하고, 어떤 이는 대화 없어도 좋으니 영원히 함께 있어주기를 바란다.... 사람은 이토록 다르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나와 동일하게 느끼고 생각하며 같게 반응할 거라고 기대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평준화된 사회 이데올로기 학습의 결과인가? 자신과 똑같이 공감해줄 대상을 찾는 '약한 자기'의 징후인가? 타인이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태도를 보일 때 분노한다면 그/녀는 어떤 인간인가? 하인쯔 코헛은 프로이드 학파의 탁월한 대변자였다. 그러다가 전통 이론으로 온전히 이해되지도 치유되지도 않는 내담자 사례들을 주목하고는 50대 후반부터 프로이드 학파(자아심리학)와 '다른' 자신의 이론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그가 '자기심리학'을 주장하자, 정신건강을 위해 동료와의 친밀관계가 매우 소중함을 강조하던 그는 자신을 '회장'으로 추대했던 미국 정신분석학회 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심한 스트레스로 '암'이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환경에 처하자 그는 신경증과 다른 보다 심각한 '자기애 성격장애' 이론을 혼신을 다해 정립한다. 그는 왜 자신의 현실 관계에 치명적 파국을 가져올 주장과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일까? '자기애 장애'로 고통받는 인류를 구원하고 싶었기 때문인가? .... 그것 뿐인가? 그의 책 <자기의 회복>을 읽으며 왠지 이런 생각이 든다. "코헛은 '자기애 상처'가 참으로 심한 사람이야. 자신이 반복해서 절실히 체험해온 내용이기에, 강한 외부압력과 현실불안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꿋꿋이 자기이론을 주장할 수 있었던 거야." 그가 자기의 체험과 생각을 외부세계를 향해 강하게 표현하는 그 순간, 소위 '정신'의 전문가인 그는, 부드러운 피드백을 주고받던 일상의 대화 관계를 더이상 맺을 수 없게 된다. 왜인가? 그의 동료들이 소위 '나쁜 사람'이기 때문인가? 코헛의 정신이 이상해져서인가?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탁월한 사고력과 세련된 교양과 나름의 정서소통 능력을 지닌 정신분석 전문가들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서로 다른 경험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다. 정신 기질도 다르고, 경험한 내용과 정신의 핵심문제도 다르고, 욕망 내용도 다르다. 그 다름을 망각하고 '하나의 이론' 을 공유하며 살아온 동안에 그들은 마치 서로 깊이 소통하는 양 동화된 동료관계를 영위하였고, 코헛은 미국정신분석학회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한 진실을 더 깊이 공감받고 싶어한 그 순간, 그렇게 견고해 보이던 정신분석가들 사이의 끈끈한 동료 관계는 묘하게도 '종이장'처럼 찟어지고 구겨진 관계가 되었다. 코헛은 거듭거듭 호소한다. "이론이 '다름'은 상호 파괴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신경증 분석에는 프로이드 이론이 보다 타당하지만 '자기애적 성격장애'에는 자기심리학이 더 필요합니다. 두 이론을 상호 보완하면, 인간 내면을 보다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집단으로부터 소외당한 코헛의 최후는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그가 죽은지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 프로이드 학파는 코헛 이론의 일부를 수용하였고, 국제정신분석회에서 '자기심리학'은 주목받는 써클을 형성하게 되었다. 자신의 기대와 '다른' 행동을 하는 개인의 가치를 '현실관계에서' 인정한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조차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관용과 사랑을 호소하는 종교가들이나 철학자들조차, 심층 이해와 공감를 역설하는 정신분석가들조차....자신과 다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을 보면, 속에서 불쾌감이 솟아, 정신 깊은 곳에 '분열'된 온갖 쓰레기-이물질-불안-독침을 그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뿜어 댄다. 그것들에 표적이된 보통인간의 정신은 글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된다. 심한 경우 하찮고 더럽고 재수없는 쓰레기-이물질-불안 덩어리가 되고 만다. 이것이 복잡한 권력 역학에 의해 타협형성되는 현실을 온전히 직면하지 못한 채, 섯불리 자신의 '다름'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개인에게 주어지는 냉혹한 현실이다. 그래 세인의 눈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좀처럼 자신의 개성을 편안하게 표출하지 못한다. '독'을 쏘아 댈 가능성을 지닌 인간들의 돌연한 표적-희생양이 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도 생활 환경이 참 많이 변했고 변하고 있다. 이미 수십년간 '정신분석'의 거대한 파도를 헤치며 형성된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같아야 함'을 주장하는 자가 더이상 존경스러움, 성품좋음, 성숙함의 인격 모델로 간주되지 않는다. '다름'을 수용하지 못하거나 향유하지 못하는 자는 현실적응력을 상실한 인간이거나 '자기'가 취약한 인간 내지 편집증자로 해석된다. '현실 자아'가 온전히 발달한 자라면, 자신과 '다름'을 견뎌주고, 존중해주며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 그가 부부, 부모, 자식, 동료, 거리의 사람, 노인, 아이, 외국인, 그 누구이든..... 한반도의 좁은 땅에서 '정신분석'이든 '철학'이든 고독한 학문을 하면서 특정 이론에만 경도되어, 마치 자기 정신의 존립이 훼손당하는 양 '다른' 입장의 진리성에 배타적 태도를취하는 인간들을 보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 그들에게서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며 뭔가를 영원히 반복하려드는 '과대자기'와 '자기애적 상처'가 느껴진다. 그리고 자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는 아이의 어떤 생각과 행위도 결코 허용하지 않던 드센 자기애적 엄마와 감정교류 없이 규칙준수만 요구하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 흔적이... "먼저 내 상처를 충분히 공감해줘봐. 아니면 난 당신같은 이물질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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