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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이 일으킨 '먼지'에 번뇌가 일어난다."(客塵煩惱) '모든 번뇌는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에 기인한다'(一切唯心造)고 강조해온 佛家에서, '객진번뇌'가 수도자들의 수련과 경전에 자주 언급되어왔다는 말을 어느 불교학자에게 듣고 긴 여운이 남았다. "그렇겠지 '객 진'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승려는 현실에 대한 지각을 부인하고 마비시킨 정신증자일테니..." 불가에서 '객'이란 지나가는 나그네, 잠시 대면하는 손님... 덧없는 이세상에서 만난 (부모형제를 포함한) 모든 타인을 의미한다. 그 객이 일으키는 '먼지(塵)'란 타자와의 관계에서 받을 수밖에 없는 불쾌한 자극과 기운들이 압축된 기호다. 현실에서 피할 수 없는 그 자극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독하고 유혹스럽고 모욕스럽고 과도했기에, 어떤 사람들은 세속의 쾌락조차 진저리치며 기꺼이 포기한다. 나아가 반복되는 '고통의 원인과 의미'를 알고자 궁극적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믿어진 불가에 입문한다. 쾌락을 추구하던 생활 양식을 무겁고 침울하게 변질시킨 '먼지'란 급작스레 정신을 파손시켜 만성 고통과 블랙홀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섬뜩한 상처'를 부드럽게 변장시킨 기호다. 태어날 때부터(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둘러싼 거대 타자들의 부담스런 요구와 뜻밖의 충격 앞에 무기력하고 수치스럽고 불안한 현실을 차마 '말'로조차 다시 떠올리거나 대면하기 두려워 '사소한 먼지(티끌)'로 변형시킨 것이다. 어느 불교학자가 말한다. "불가의 경전에는 정신 내면의 번뇌를 각성시키고 진정시키는 유익한 가르침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외부세계가 어떤 원리에 의해 움직여지고 현실의 어떤 요소들이 유난히 정신에 영향을 미치며, 외부세계의 문제들을 어떤 방법으로 대처해 개선할 수 있는지에 관한 안내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 불가의 탁월한 깨달음을 현대사회 속에서 구체적 힘을 발휘할 체계적 실천 운동으로 정립하기가 간단치 않습니다." 부처가 과연 당대의 '현실'을 몰랐을까? '외부세계'가 개인의 마음에 미치는 그 엄청난 영향력을 간과했을까? 오직 자기 마음 속만 들여다보면, 삶의 모든 번뇌가 소멸되어 자유 자재한 현실 향유가 가능하다고 보았을까? 심리적 고통의 원인은 주체의 정신내부와 주체 밖의 외부세계 양쪽으로부터 온다. 내부세계에는 본능욕동들이 끊임없이 솟구치고, 본능에 끌리는 '나'를 혹독히 비난하는 소리와, 욕동 만족이 과도 좌절됨으로 인한 불쾌(우울, 수치, 갈등, 열등감...). 상처, 소망, 환상, 불안...이 역동한다. 그리고 외부세계에서는 '나의 소망'을 배려치 않는 냉정한 현실계의 요구들이 끊임없이 나를 둘러싸고 밀려든다. 이 요구들(현실 규칙들)을 무시하고 욕망대로 행동하는 그 순간...현실계로부터 냉혹한 징벌을 당하게 된다. 타자와의 접촉을 피할 수 없는 한, 그것이 인간이든 자연이든 인공 물질이든 타자의 특성과 요구를 온전히 자각하고 배려하지 못하면, 그로인한 혹독한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그리고 '객'은 '나'가 어찌할 수 없는 강력하고 거대한 타자로 '나'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의 '외부세계'에 현전해왔고, 또한 어느덧 이미 우리 마음 속에 들어와 자리잡고 있다. 주관환상만도 객관실재만도 아닌, 나인 것도 나 아닌 것도 아닌 무엇으로...안과 밖 모든 곳에서 '그것'(X)이 나를 응시하고 이리저리 움직이게 한다. '객진 번뇌'란 타자로 인해 생길 수밖에 없는 운명적 고통들에 대해, 고통의 원인에 대한 오랜 탐구와 수양을 거듭해온 불가 수도자들이 특유의 '거대한 자아' 관점에서 정리한 유머다. 죽음, 병, 늙음, 형벌, 뜻밖의 재난 앞에서 "몸의 고통과 정신이 난도질 당하고 얼어붙는 온갖 공포가 밀려들지라도, 한갖 덧없는 나그네 여정일 뿐인 이승에서 일어나는 번뇌에 괴념치 말자..." "어머니...부처님...이제 그만...객진이 난무하는 번잡한 이 세계에서 벗어나 아무 자극도 없고 태어남도 죽음도 없는 청정무구하고 영원한 당신의 진리세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부디 ... 해탈 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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