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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 생명체들은 선조에게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 프로그램을 태어날 때부터 평생에 걸처 반복 재연한다. 각기 다른 '種'들이 펼치는 각각의 반복 파노라마는 묘하게도 자연계의 조화로운 순환 질서를 구성한다. 자연생명체들에게 반복행동은 병리증상이 아니라 '종족'을 지키는 자연성인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 과거 세대의 삶이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거부할 수 없는 필연성인 '본능의 법칙'을 넘어 반성적이고 주체적인 선택 활동인 '자아의 문화’을 이룩했다고 자부해온 인류의 삶은 일견 동물보다 고상하고 진보적이고 자유로와 보인다. 그런데 '무의식을 주목해 보면', 인류 역시 대부분 그 부모나 선조의 인생을 자신모르게 반복하며 산다. 소설가 박완서의 경우 그 반복 고리가 유달리 선명하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렸을 때 돌연 세상을 떠났다. 대가집 며느리이자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어린 딸(완서)을 본가에 맡긴 채, 아들(오빠)만 데리고 경기도 마을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식을 공부로 성공시킬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억척스레 노력했다. (엄마 오빠와 갑자기 헤어져 홀로 남겨진 어린 완서의 마음이 무척 곤혹스러웠을 거다.) 오직 자식 키우는 낙으로 사신 그 홀어머니의 정성과 애정에 보답하려했는지, 아들과 딸은 다행이도 총명하게 자라났다. 그러던 중 6.25 전쟁이 터져 거주지가 적군에게 점령되었고, 당시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에 다니던 완서의 오빠는 집 쌀독에 숨어 있다가 인민군에게 발각되어 총 살 당하였다. 희미한 기억에 의하면 그 때 그녀는 너무도 무서웠고 어머니는 거의 실성한 모습이었다. 그 후 어머니는 남은 인생을 희망 잃은 사람처럼 사셨고, 그녀는 오빠가 다닌 대학애 들어가 '국문학'을 공부했고 어떤 남성을 만나 어머니가 반대하는 결혼을 해 아들하나 딸 넷을 낳았다. 그러다 속에서 솟구치는 원인모를 감정과 상념들을 억제할 수 없어 40대에 문인으로 등단해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던 중, 남편이 (아버지처럼) 병들어 먼저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얼마 후, 마치 숨어있던 운명의 힘이 그 실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양, 그토록 애지중지 키워 듬직해진 치과의사 아들이 (오빠'처럼') 젊은 나이(27)에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는다. “똥 싸는 모습조차 한없이 귀여웠던 그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그때, 박완서에게 순간 “왜 차라리 저 (딸)년이 아닌 네가~!”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울먹이듯 솟구쳐 나왔다. “왜 하필 네가~~!” 그녀 인생의 가장 소중한 대상이 사라진 그 순간....그녀에게 밀려든 '실재계'의 아가리, 죽음본능의 섬뜩한 자태....속에서 그녀는 문득 의식 뒤에 숨어 늘 (뭔가 이상한 무드로) 그녀 인생을 따라다녔던 '그것'의 실상을 '확연히' 보았다.... "그랬구나! 너무도 잘났던 그 오빠가 황당하게 끌려가 살해 당하던 그 때, 세상이 너무 무서워 숨죽이고만 있었던 그 때,...허공과 나를 멍한히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그 눈빛과 마음이 바로 이거였구나! ... 어린 나를 홀로 시골에 남겨둔채 애지중지하던 오빠만 데리고 서울로 갔던 그 어머니! 내겐 그토록 엄히 대하시던 그 어머니에게 알 수 없는 마음 속 서운함이 있어, 그 엄마를 속 썩이기 위해 엄마가 원치 않는 남자와 결혼했고, 그 남자(남편)와 하나가 되어, 노인이된 홀엄마를 외롭고 어색하고 서운하게 만들며 오랜기간 떨어져 지낸 것이었구나 !" 마치 알 수 없는 무엇이 인간사를 (소설처럼) 각색하고 조정하는 듯, 교묘히 반복되는 그 굴레의 숨은 실상을 절감한 (압도된) 완서는 그 운명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완전자 신’에게로 귀의한다. "이 모든 게 저의 '교만'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의 속 좁은 눈으론 결코 헤아릴 길 없는 완전한 주님이시여. 당신이 제 뼈져린 삶에 내려 주신 그 숭고한 뜻을 이제 소중히 믿고 받들겠습니다! ” ("더이상 욕심과 절망에 충격받음 없이 이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 프로이드는 수년간의 치열한 정신분석으로조차 좀처럼 해소되지 않던 심각한 신경증 사례 속에서 삶욕동과 대립되는 ‘반복강박’이라는 섬뜩하고 강력한 힘을 발견하였다. 안정된 삶을 지향해가던 의지와 욕망 율동을 한순간 마비-전복시키고, 심각한 실수와 증상행동을 반복시키는 저항할 수 없는 운명적 힘! (벗어날 수 없는 어떤 길 안으로 주체를 '끌어당기는' 무의식의 힘! 자신모르게 기묘히 재현되는 (어린시절과 유사한) 충격 상황과 상처 감정, 대인관계 패턴, 치명적 실수, 중독 행위!) 오직 죽음만이 그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양 신경증자와 인류를 조종하며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반복강박 심연! 정신분석의 주요 과제는 인간의 모든 의지적 노력들을 비웃듯 무너뜨리는 반복강박의 근원을 추적해, 그 힘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어하거나 덜파괴적인 양태로 '타협 변형'시키느냐에 있다. 그대 삶이 너무 가혹하게 꼬이거나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 자만하는 어느 순간 그대 인생을 힐끗 바라보라. 그대는 혹시 지금 자신모르게 '누구'(세상떠난 부모, 형제,,)의 인생을 대신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망각된 과거 시절에 맺히거나 고착된 어떤 감정과 태도를 또다시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 성격장애자는 섬뜩한 외부환경을 안심되게 편집왜곡해 대처하던 유년기 환상구조와 생존방어 양태를 자신이 현재까지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부인'한다. 반복되는 문제점을 직면시키거나 정신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자신과 가족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알려주면 큰 모욕과 공격을 당한 양 당황하며 격노한다. 어린시절 무시당하고 야단 맞던 상처, 불안, 분노가 '진실'을 들추는 현재 대상에게 '전이(환상화)'되어 솟구치기 때문이다. 상처의 깊음과 고통감내력 약함이 마치 치명적 수치인 양 감추기 위해 강박적으로 오만해지는 독불장군이자 자기인식 혐오자가 성격장애자다. 객관적 인식력을 지닌 신경증자나 보통사람조차 설령 자신의 '반복' 사실을 자각한다 해도 뼈저리게 반성하고 오랜기간 '훈습'하지 않는 한 그것에서 벗어나기란 쉽지도 간단치도 않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자신의 분신인) 알(자식)을 낳기 위해 수만리 바다 끝 고향 계곡을 향해 필사적으로 거슬러 오르는 (어미)물고기의 운동방향과, 뭔가에 애착(불안)을 품고 지금 그대가 고집스레 나아가고(회피하고) 있는 방향이 무엇이 다른가? 당신은 본능유전자의 지시를 단순 반복하는 동물과 다른, 자기 삶의 진짜 주인공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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