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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정신 기관 사이, 개인 사이, 가족, 집단 사이에 꼬이고 막힌 소통을 어찌해야 뚫을 수 있을까? 자연 생명체는 '순환'이 막히면 이내 종말이 다가온다. 그래 거대한 지혜를 내포한 본능은 생명을 순환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증상ㆍ재난을 발생시킨다. 병증과 재난은 비록 의식에겐 심각한 고통이지만, '전체 삶' 차원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곳의 꽉막힌 무엇을 '외부로 분출'시켜 위급상태를 완화시켜주는 고마운 생성물이다. 또한 정신 내부이든 외부이든 소통하지 못한 채 막힌 무엇을 계속 방치할 경우, 개체나 집단이 총체적으로 붕괴되는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알리는 생존을 위한 SOS(응급 구조 요청) 신호다. 그런데 재난을 예고하는 이 조짐들의 깊은 의미를 막힘을 지닌 당사자와 보통사람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 채, 이미 길들여진 태도와 주장을 반복한다. ("별 것 아니야, 걱정할 것 없어. 그냥 이대로 살면 돼~ 나와 우리 가족은 별 문제없어 !") 위기의 징후들을 부인ㆍ외면하는 그 과정이 지속될수록 점점 성격구조화되어 미래에 터질 불행의 늪은 깊고 고약해진다. 그 뿌리와 줄기들이 자기 자신 뿐 아니라 가족 대대로 겹겹이 얽혀 '막힌 응어리들'을 무지, 무능, 자만으로 인해 외면한 채 정신밑바닥에 품고 살아온 흔적의 여파들. 인류, 민족, 가문, 개인들의 심신에 유전ㆍ전승ㆍ각인되었다가 의식이 알아채지 못할 모습으로 변장(압축ㆍ전치)되어 나타나는 무의식의 암호들.. 인간이 겪는 심각한 재난과 증상에는 한결같이 이 암호가 담겨있다. 보통 사람에겐 보이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신호들. 복잡한 수수께끼라 아예 그것의 존재를 부인하기에, 속으로 숨어드는 '그것'. 누군가에 의해 온전히 자각되어 풀릴 그 때까지, 어느 세대의 누구, 가족의 '누구'를 병과 재난으로 홀연 거꾸러뜨리는 그것. 정체를 알 수 없고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고 지겹고 억울하고 힘들게 하는 낯선 타자성! 혼자 힘으론 볼 수도 풀 수도 없는 얽힘 흔적들. 이처럼 재난ㆍ증상은 언제나 현재 의식으로 단순히 헤아리기 힘든 오래된 다중 원인들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어느 가족이든 민족이든 과거의 그 집단이 풀지 못한 채 억압해 운명처럼 전승되어온 '고유 내력'이 있는 것이다. 그 내력이 너무 강하거나 복잡하면, 외부대상과의 편안한 소통 관계는 의식모르게 자동 방해받는다. ("뭐야. 사는 게 왜 이리 꼬이고 불편해~!") 오래된 그것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ㆍ집단의 내부와 외부로 순환되지 못한 응어리 기운들을 '꿰뚫어 연결해주는 비범한 주체의 매개 기능'이 필요하다. 옛 시절에 샤먼 왕, 영웅, 구세주란, 위험하고 이질적인 무엇으로 믿어 소외시키거나 단절시킨 영역들, 관계들, 존재들 사이를 연결시키는 매개 사다리를 놓는 자다. 이들은 주술적 '은유'(A=B) 작용을 일으켜, 낯선 존재들을 서로 믿고 관계해도 좋은 동질적 존재로 변환(융합, 매개)시켜주는 존재였다.("두려워마라! 우리는 곰, 호랑이, 하늘..신의 후손이다. 공포스런 외부대상들도 알고보면 우리와 근본이 같은 종족이다~") 집단의 막힌 관계를 소통 순환시키기 위해 자기 에너지를 다 쓰고 탈진해 죽었다가 부활하는 자! 가족이든 민족이든 이 '매개자'를 배출할 수 있는 집단은 향후 '깊은 소통'을 이룩해 견실히 번성해갈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위기로 지각하지 못한 채 막힌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 심각한 문제를 지닌 기존의 관습-생활태도-정신구조를 '해체-재구성'하는 새로운 '매개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가족과 민족은, 환상에 의존해 지내다 '우연, 운명'으로 보이는 뜻밖의 재난에 경악하고 침몰되어, 존재계의 관계사슬에서 홀연 소멸될 수밖에 없다. 서로 대립하는 개인 사이, 집단 내부 관계를 소통시키려면, 자신이 바라는 걸 채우려하기 전에, 타자와 집단이 바라는 걸 '헌신적으로 계산 없이' 채워주어야 한다. 막힌 관계 구조가 해소되는 건, 채움 받은 사람의 마음에 감사함과 신뢰감이 자연스레 깃들어...매개자를 향해 능동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게 될 때다. 이 때가 이물질로 막혀있던 주체와 '타자' 사이의 관계가 진심으로 '소통'할 조건이 형성되는 순간이다. 마음의 원리와 세상의 운행 이치를 깨우치려 '공부'하는 사람은, 일상에 적응하여 복락을 누리려하는 일반인의 정신과 다른 조건을 지녀야 한다. '진실을 탐구하는 자'의 영혼은 일반인의 쾌-불쾌, 옳고-그름 경계 '밖'으로 열려있어야, 집요히 끌어당기는 일상리듬을 벗어나 기존 상태를 변환시키는 매개 기능이 일어난다. '매개자'를 만나지 못해 정신 내부의 박탈된 요소를 채움 받지 못한 사람은, 결국은 그 결핍을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채워야 한다. 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어떻게 채울 수 있는가의 지혜와 실행력은 그가 지금까지의 타자 관계에서 자신과 타자의 결여를 조화롭게 소통하며 채워온 경험 흔적과, 자신의 결여와 욕망에 대해 진정으로 대면하는 능력 정도에 달려있다. 자신의 막힘, 결여, 욕망 뿌리를 직면하는 작업이 곧 '반성'(re-flexion)이요, 반성할 수 있는 인간은 누구나 개인의 사적 차원을 넘어 인류의 결여와 욕망을 이해하고 채우는 힘을 지닌 매개자, 중보자, 구원자, 영웅이 될 수 있는 존재다. 결핍을 사랑으로 채워주는 힘. 소통이 막힌 곳을 뚫어주는 힘. 막힌 귀, 막힌 영혼 속 아픔을 경청해 잠재력을 열어주는 힘은, 인류사의 오랜 '구원자 모델' 전승을 거쳐 오늘날엔 '정신분석'이란 외양으로 발현된다. 죽은 靈(증상)을 이승(의식)으로 되돌리기 위해 목숨 걸고 지하세계(무의식)를 탐험한 샤먼 영웅의 섬뜩한 타계 체험을, 과학시대인 오늘날 어떻게 재연해 생명력을 부활시킬 수 있을까 .. 물어라. 물을 수 있는 자에게야 답이 들린다.. "의식계의 계산 평가 그믈에 깊이 발 디딘 우리들이 과연 고착된 영혼을 훼치어 변환을 가져오는 매개자가 될 수 있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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