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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평생 행복과 불행 리듬은 무기력하고 민감했던 시기에 '누구'를 만났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반영해주는 신뢰되는 대상을 만나면 정신의 결핍들이 견딜만하게 직면되어 차근차근 보충과 발달이 일어난다. 반면에 내 마음상태를 애써 표현해도 이해하지 못한 채 자기주장만 반복하는 대상을 만나면, 내 정신은 '그'가 규정한 틀(벽) 속에 갇혀 더 이상 주체로 성장할 수 없게 된다. "넌 부족한 게 많은 아이야. 난 너를 너보다 잘 아니, 내 말만 들으면 돼!" 이런 상황은 부모와 자식 사이, 형과 아우 사이, 제사의 주역과 다른 가족 구성원 사이, 선생과 학생 사이, 부부 사이, 연인 사이, 직장 선배와 후배 사이에서 일어난다. 이해받지 못하고 상호소통 없는 이런 일방향적 관계가 오래 지속되면 인간의 정신은 어찌되는 걸까? ㅇ: "본받고 싶었던 대상을 떠올려보세요" ㄴ: "떠오르지 않아요...없어요" ㅇ: "뭐를 진정 하고 싶으세요" ㄴ: "글쎄요...그냥.." ㅇ: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ㄴ: "...모르겠어요 " 외부의 누군가가 '나'에게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관계해왔어도 외부를 향한 마음의 문이 이미 닫혀 있으면, 그 관심과 애정 표현 자극들은 의식에 지각되기도 전에 정신에서 '폐제'(기각)된다. 그로 인해 정신에 어떤 타인으로부터도 '진정한 관심'을 받아본 기억이 없게 된다. (수십년을 함께 지냈는데) 정말 없다! 안 느껴진다! '좋은 기억' 흔적들이 없기에, 타인과의 관계는 늘 어색하고 불편하다. 필요한 대상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으려 의식으로 애써 노력해도 친절한 미소를 띠고 세련된 언어를 나누어도... 만남 이후에 남는 것이 없다. 나는 늘 똑같은 나일뿐이다. 맑고 투명하지만 정서의 메아리가 없는 유리벽에 갇힌 메마른 생체인형! 외쳐본다. "나는 안전해. 병균 없는 곳에서 안전히 살고 있어~" 반복되는 메아리 "너는 안전해. 아주 잘 잘고 있어~" 벽을 뚫고 나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개구쟁이처럼 세상과 놀고 싶다! 그러나 이건 하나의 마음일 뿐, 내 속의 '그것'은 세상을 믿을 수 없다 거짓과 위선으로 얼룩진 오염된 '그'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최초 대상'을 삼키면서 형성되고, '아버지, 세상'을 내면화하면서 형성되는 '나'라는 무엇! 타인들이 남긴 흔적들의 움직이는 집합체. 그 '나'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 알고 싶지 않다. 뭔가가 두렵다. '나'가 없을까봐! 너무 빈약할까봐 내 안의 '그'가 섭섭해하며 화낼까봐! 더 이상 '나'에게 접근하지 마라. 나는 그 누구보다 존귀한 살아있는 인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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