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런 '진리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니 꿈만 같습니다. 교수님은 제 인생의 '구원자'이십니다!" 오래 전 모 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에서 정신분석 강의를 할 때다. 방학 중에 전체 강의를 미리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학기 중엔 하루에 한 번씩 인터넷에 접속해 질문을 올린 수강생의 글에 답해 주는 게 선생의 역할이다.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백오십 수강생들은 녹화된 선생의 이미지와 음성을 시청한 후 자기 생각과 느낌을 사이버 게시판에 '문자'로 표현한다. 이십대부터 육십대의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수강생들의 기운이 문자속에서 종종 무게 있게 다가온다. 그러던 어느 학기다. 학기 강의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선생을 찬양하는 현란한 언어들이 사이버 공간 여기저기에 현수막처럼 걸려 있다. "정신분석을 만난 건 제 인생의 가장 큰 행운입니다. 깨달음을 전하는 진정한 말씀을 이제야 만났습니다..." 한 번도 대화 나눈 적 없는 대상에게서 불쑥 나온 언어였기에, 게시판을 바라보기가 불편하다. 찬양하는 말을 쉽게 표출하는 사람이 돌변하던 부정적 경험들과 분열된 정신구조가 떠올랐기에 왠지 기쁘지가 않다. "이 사람 때문에 골치좀 썩겠군..." 상황과 동떨어진 조급하고 과한 찬양은 주로 ' 그 대상'에게 뭔가를 절실히 바라는 동기에서 나온다. 대상을 하늘같이 높힌 후 그 대상과 동일시(융합)함으로써, 대상의 능력과 영광을 자기 것으로 공유하고픈 마음이..("당신은 세상에서 최고야! 나는 당신이 총애하는 대변인이고...") 또한 그는 자신이 찬양하는 그 가치로운 대상으로부터 각별한 관심, 인정, 배려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정작 절실히 원하던 관심을 주는 순간 기쁨은 잠시 뿐이다. 그의 내면 한켠에선 그것을 귀히 수용해 진득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부족한(대단치 않은) 무엇으로 만들며, 또다른 요구를 연이어 해대어 상대를 탈진하게 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 이리 각별한 걸 보니, 당신도 그리 대단치 않은 인간이군!" "내 결핍이 채워질 때까지 부디 끝까지 봉사해줘.." 반대로, 관심을 끌려는 그의 노력을 그 대상이 외면하게 되면, 마치 자신이 하찮은 존재로 무시당하고 공격당한 것인 양 왜곡하여. 거친 비난을 쏟아 낸다. "사람을 제대로 존중할 줄 모르는 오만하고 이기적인 놈아, 네가 얼마나 잘 났는지 어디 두고 보자~" 악성 자기애 성격자를 만나는 순간 그 누구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처럼 부담 주는 그와 관계를 맺을 수도 없고 보복당할까봐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큰 화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일반적 방법은 상징계가 부여한 공적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게 되거나, 취해도 별 효과가 없거나, 이상한 상황에 연루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자기애자의 파괴욕동과 투사적동일시가 워낙 강해 타깃 대상이 그 기운을 감당해내지 못하면, 인생사는 엉뚱하게 꼬여 의지와 무관하게 굴러간다. 그 한 사례를 음미해보자. 과도하게 친밀한 언어를 쓰면서 어느 날 선생의 이메일로 불연 듯 접속해온 '찬양 군'은 삼십 대의 사이버대학 심리학과 학생이다. 그는 사이버 공간에 불쑥 등장해,, (선생이 좋아할 거로 착각한 양) 선생을 '찬양하는 언어'들을 여기저기에 맘껏 뿜어댄다. 몸에 끈적이게 달라붙는 듯한 그의 문자들이 선생의 이메일과 수강생들의 사이버 게시판 공간을 수시로 점령한다. "사람의 마음 속을 어찌 그토록 세심하게 파악해 자상하게 전해주실 수 있는지 놀랍고 경탄스럽습니다. 정신분석이라는 오묘한 학문이 있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드디어 제 인생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부디 저를 제자로 삼아 주세요. 열심히 공부해 교수님의 수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접속하고 교류하지 못한 채, 자기 속에서 일방적으로 튀어나온 말들은 현란하고 자기도취적이다. 이런 특성을 프로이트는 "생각 속에서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유아의 '자아전능 사고'라 칭했다. 이런 사고는 타자와 '상호주체적 교류'를 하지 못한 채, 주로 주관적 자기애적 상상계 공간에 거주하는 자의 특성이다. 주체가 자기애를 충족시키는 상상계에 고착되면, 그의 영혼은 ('타자로부터의 진정한 반응을 경험하지 못하는') 공허한 독백만이 존재하는 시공간 굴레에 갇히게 된다. 찬양하는 언행에 대해 별도의 반응을 주지 않은 채, 여느 수강생과 다름없이 대하는 태도를 취하자, 메일과 사이버 쪽지가 계속 밀려든다. 급기야 묻거나 허락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내밀한 개인사를 일방적으로 표출해, 선생의 정신 속으로 피할 수 없게 파고든다....그에게 '정신분석 선생'이란 이 모든 관계들을 마땅히 품어주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하는 대상이다.("완벽함을 뽐내는 '자리'에 있는 당신은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반드시 알아야 해!") 타인의 정신 영역에 경계 없이 침범하여 아이처럼 요구해대는 그의 언어와 태도가, 무엇을 원하고 의미하는지 짐작되지만, 그렇다고 그 욕구를 일일이 채워줄 수는 없다. 정신분석 수업은 억압되어온 '무의식을 역동시켜 자기인식'하게 하는 목표를 지닌다. 선생의 역할들 중 하나는 적절한 거리에서 수강생들의 자아를 응집, 확장, 강화시키는 데 유용한 '정신분석적 의미'들을 안내하고, 그에게 '적합한 경계'를 세워주는 것이다. 그런데 '찬양 군'은 사이버 수업공간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선생을 향한 학생의 태도가 아닌 '모성적 관심과 돌봄을 갈구하고 요구'해대는 아이의 태도를 드러낸다. 서른 살 학생과 아이 태도 사이의 차이와 경계를 지각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정신이 상당부분 현실계에서 철수해 유아적 상상계에서 살고 있다는 징표다. 내부에서 샘솟는 본능욕동 자극들과 주관적 상상계에 대해 초주관(객관)적인 경계들을 세워주는 상징계의 의미ㆍ규범 기능이 작동되지 않으면, 인간은 안밖에서 한꺼번에 밀려드는 복잡한 현실 자극들을 온전히 감당해낼 수 없게 된다. 상징적 의미체계를 작동시키는 중심기표인 '아버지의 이름'이 개인의 정신내부에 견실히 자리 잡지 못했거나 미약하면, 누구든 어느 순간 (충동의 즉각 분출을 지연시키는) '의미분별(경계인식) 기능'이 마비되는 정신증 상태에 함입된다. 무의식을 자극하는 정신분석 수업은 종종 수강생의 마음을 무의식의 정서와 연관된 과거(유년기..) 시절로 퇴행시킨다. 찬양군의 경우 깊은 퇴행이 일어나, 유아기에 느꼈던 '충분히 좋은 돌봄을 주는 엄마'를 재경험하고픈 강렬한 전이 욕망과 환상이 역동했던 것 같다. 아울러 그의 정신에 긍정적으로 내면화되지 못해 결여된 '아버지의 언어'를 보충하여 '자기'가 해체되는 원초 불안과 위험에서 벗어나고픈 욕구가 일어났던 것 같다. 그래서 강의 초기부터 선생을 '구원자'라 찬양하며 (현실감이 부재한 상태로) 가까이 융합하려 한 것일 수 있다. 무의식을 역동시키는 정신분석 선생의 자상한 동영상 이미지와 소화하기 쉽게 '먹여주는' 언어에, 어린시절에 잠시 느꼈던 '무엇이든지 다 알고 채워주는 '전적인 돌봄을 베푸는 좋은 엄마'와 신기한 '이상화 대상' 전이가 함께 일어나, 부모에게 받지 못한 온전한 이해와 관심을 보충해 달라고 아이처럼 요구해댄 것이다. 자신이 어떤 이유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각할 능력이 결여된 그에게, 그의 요구를 감당해주며 무의식을 조금씩 직면시켜 유아적 환상과 상상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수도 있다. 그것이 '바람직한 선생상'일 수 있다. 과거 학기들의 경우 그런 관계가 무던히 어어져 왔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유독 그 학기 그와의 관계에선 "사이버 공간에서 맺는 관계로는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으니, 백오십 수강생들에게 관심을 고루 주기 위해선 특정인에게 깊은 관심 쏟기 어려워~ " "한 사람을 세세히 신경써야 하는 정신분석 임상 관계와 백오십명을 고루 접하는 정신분석 수업 관계는 엄연히 다른 것이야.."라는 '합리화'된 생각과 정서가 자주 일렁거렸다. '찬양 군'은 타자의 마음상태에 대한 관심과 지각 능력이 미성숙해, '진정한 선생'이라면 자신을 위해 마땅히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만 한다는 자기애적 요구를 불쑥불쑥 해댔다. 그 요구를 자상하게 수용해줄 수도 있지만, 문자로만 접촉하는 대상임에도 왠지 어떤 부담과 불편감이 일어나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 그의 찬양 메시지와 관심 요구에 계속 무반응 하던 어느 날이다. 게시판에 "OOO 선생은 학생에 대한 애정이 없는 비인격자다. 누구를 가르칠 자격이 없는 자다..." 라는 말이 사이버 게시판 여기저기에 도배되어 있다. 분열되어 있던 무의식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군. 예상했던 불길한 일이 일어났군.. 얼마나 견뎌야 할까...'신경 쓰기 싫다'는 기분이 왠지모르게 마음 한구석에서 일어난다. 사람에 대한 능동적 관심과 가능한 빨리 반응하던 평시의 태도와 달리, 이상하게 그에 대해선 유독 반응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계속 들었다. (이 마음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혹시 찬양군을 마땅히 돌봐야 했던 위치에 있던 '그 분이 지녔던 기분'인가? 아니면 누구와도 소통을 못하며 지내온 '찬양'군 자체의 마음인가? 아니면 내 안에 묻혀있던 '무엇'이 일으킨 마음인가? 향후 전개된 사태를 주시하면 그곳에 어떤 단서가 나타날 것이다..) 왠지 학생지도 의욕이 크게 떨어진 채, 정신분석 강의에 공명된 수강생들의 정신을 안전하게 상호 교류시키는 '휴식처, 공부방, 거울' 기능을 하는 게시판에 펼쳐진 그 욕설들을 그냥 방치하며 며칠을 보냈다. 그러자 과거 학기들과 달리, (마치 의욕이 소실된 선생 마음을 수강생 모두가 알고 있는 양) 강의에 자극받아 올려지던 진지한 물음들이 게시판에 올라오지 않거나 시들해 졌다. 선생의 권위를 파괴하는 문자들이 여기저기 '자리'하는 게시판은 마치 오염된 몸, 오염된 집, 상한 음식이 섞여 있는 식탁처럼 분위기가 탁하다. 지난 2년간 정신분석 선생을 향해 던져지던 경외감, 진지함, 신비감, 놀람이...사라진, 세속의 인터넷 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런 수업 환경이 견디기 힘들었는지, 어느날 '암' 투병 중에 있던 어느 60대 수강생 분이 진지한 물음을 게시판에 올렸다. "향후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잘 모르지만, 정신분석 강의를 듣고 저의 인생을 비로소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은 무엇인가요?" 여느 학기 같으면 질문자의 진지함에 공명되어 따스히 반응하는 답글을 곧바로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왠지모르게'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리곤 비일상적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대학원생 조교가 답글을 빨리 달아달라 요청 해왔고, 짜증이 올라와 '무의식'을 음미하는 정신분석 수업에서 응답하는 적절한 시간은 선생이 판단하는 것이라 답했고, 며칠 동안 답글을 주지 않자, 답답해진 조교가 선생 대신 답글을 달고 말았다. (조교 역시 선생에 대한 찬양과 욕설이 뒤섞여 떠도는 그 사이버 공간에서 생성된 어떤 묘한 기운에 감염되어 평시 태도와 전혀 다른 반응을 한 것이다.) 과거 이십여년간 대학 강의에서 한번도 일어나지 않던, 조교가 선생의 수업권을 침범하는 기이한 일이 생긴 것이다. 조교의 행동에 (예전 같으면 엄중히 문책을 했을 텐데) 묘하게도 나는 모른 척 덮고 지나간다. 그리고 학과장 교수에게 연락해 게시판에 올라온 '찬양 군'의 글들을 삭제하는게 다른 수강생들의 정신 보호와 수업 활성화를 위해 좋을 거라 전한다. 그런데 학과장은 "학생들이 심리학 기초가 없이 정신분석 수업을 들어 부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는 의외의 말과 더불어 "학교 제도상 학생이 올린 글을 지울 수 없다"고 반응한다. 그리곤 '관계를 어긋나게 하는' 묘한 기운이 계속 떠돌아 다닌 결과인 양, 그 학기 말에 나는 '부디 한 학기만이라도 더 강의해달라'는 학과장의 진지한 요청을 거절하고, 2년간 지속해온 사이버 강좌를 전면 중단한다.(상대방 태도가 진지할 경우, 평시의 나는 그 제안을 수용한다) 가르치는 활동에 자부와 기쁨을 유지해 왔었는데, 이상스럴 정도로 '귀찮은 느낌'! 강의에 아무 미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토록 새롭고 흥미롭고 화기애애하던 사이버 공간 속 인간관계와 관심이 왜 어느 순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어긋나고 마비되고 파괴된 거지? 대체 원인이 뭘까? 특이한 일들은 결코 한 가지 원인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 당시 신경써야할 여러 일들이 있었다. 그 여러 요인들 중에 사이버 공간에서 피할 수 없게 밀려들었던 '찬양 군'의 '찬양/욕설 문자'들과 어떤 '강한 기운'이 모종의 기능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배후엔, 일상의 의식으로 살아가는 보통사람에겐 지각되지 않는, '찬양 군'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의 어떤 힘이 있 다. 과거에 그가 겪은 무엇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게 만드는 그 거대한 힘의 파동에 휘말려, 현실에서 그와 접속된 대상들에게 일상을 벗어나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 것이다. 충격이 없으면, 인간은 '무의식의 메시지'에 구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무의식이 의식에로 자체를 드러낼 땐, 일상의 관계와 정신균형을 깨뜨리는 충격이 일어난다. '찬양 군'의 무의식이 정신분석 선생, 조교, 학과장, 백오십 수강생들의 정신에 준 외견적 충격 재료는 '극도의 찬양(All Good)과 극도의 욕설(All Bad)'이었다. 그런데 외부에 드러난 충격적 문자들 이면에 훨씬 강력한 뭔가가 있다 ! 무의식의 분노가 강하고 정신구조의 '분열'이 심한 사람을 만나면, 그 순간부터 그에게서 발산되는 그 어떤 기운에 휘말려...타깃 대상과 그 주위 대상들은 자신의 의지와 달리 이상스런 경험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원인도 모른 채...어연중에 어떤 사건의 주역이 되거나 피해자가 되곤 한다. 이것이 소위 중요한 인간관계(부모-자식, 선생-제자, 배우자, 유명인사-X,..) 에서 일어나는 뜻밖의 사건 사고들 배후에 숨겨진 무의식적 힘의 파동, 즉 전이와 역전이다. '전이(轉移,transfer)'란 주체(A)가 현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대상'(B)을 만날 때, '어린시절에 중요했던 대상'(C)에게 지녔던 '유아적 감정, 환상, 생각, 관계 흔적'이 활성화되어 그걸 현재 대상(B)에게 '무심결에' 투사하는 활동이다.("B는 C와 똑같아!") 주체의 전이는 관계하는 대상에게 무의식적 역전이(counter-transfer) 반응을 일으킨다. 그 역전이의 여러 유형 중에 '일치적(concordant)역전이'와 '상보적(complementary)역전이'가 있다.(Racker) 일치역전이는 내담자(A)가 분석가(B)와 관계하면서 일어난 전이 심리가 투사적동일시에 의해 분석가에게 옮겨가, 분석가가 '내담자와 똑같은 심리상태'에 처하는 걸 지칭한다. [A=B. 분석가:"어, 왜 갑자기 내 정신이 뒤죽박죽 엉망상태지?", "(해석해 주어야 하는데) 왜 갑자기 아무 생각도 안나고 내가 무능한 느낌이 들지?"] 이에비해 상보역전이는 내담자가 분석가와 관계하면서 생긴 전이에서 어린시절 그의 '중요대상이 지녔던 심리상태에 분석가가 동일시되는' 것을 의미한다.(분석가:"어, 저 내담자가 왜 이리 부담스럽고 안보고 싶지?) 내담자 무의식의 감정에너지와 환상적 지각에 현재 대상인 분석가(B)의 정신이 동화(공명, 전염)되면, '옛 시절에 그 대상'(C)이 (어린)주체에게 지녔던 '그 느낌과 관계'를 무심결에 그대로 재연하게 된다.("이 사고뭉치야. 너 때문에 골치아파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다 귀찮다.." B=C :상보역전이) 전이와 역전이의 특성과 율동에 깊은 이해력을 지닌 무의식 전문가임을 자만하던 정신분석 선생이 '인터넷 정신분석 수업 관계'는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정신분석 상황'이나 '정신분석 수업'과 매우 다를 것이라고 방심한 탓에, 계속 자극을 보내던 恨깊은 학생의 강렬한 전이 파동에 어느순간 함입되어 강한 역전이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나쁜 환경(냉담한 부모)에 대한 온전한 현실 지각을 '부인'하는 방어로 인해 '정서와 인지기능이 침체된 아이(찬양이) 상태에 동일시'되어 버렸다.(일치역전이) 그 결과 간절해하는 암 투병 수강생의 질문과 활기가 침체된 온라인 게시판 상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평상시와 달리) 아무 욕구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답하지 못한 채 멍하니 지나치는 어이없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아울러 찬양군 내면속 아이의 엄청난 분노에 동화되어 수업과 연관해 수년간 조화롭게 지내던 대인관계 일체를 단기간에 파괴해 버렸다. 다른 한편으로는, '찬양' 군에게 상처 준 과거의 그 '나쁜 대상(냉담한 부모) 역할'을 그를 향해 무심결에 상담부분 재연하고 만 것이다 ! (상보역전이) : "제발 날 좀 달래줘요! 내게 제대로 된 관심과 애정을 주지 않는 대상들은 모조리 파괴해 버릴거야~!" : "자꾸 칭얼대는 이 꼬마야. 엄마가 힘들고 신경쓸 일이 너무 많단다. 제발 귀찮게 좀 하지마. 저리 꺼져 ~ " (정신분석 치료란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특정 관계를 반복하려드는 내담자에게 분석가가 '기존 대상과 다른 관계 반응'을 제공함으로써, 만성화된 부정적 (전이) 관계 패턴을 변화시키는 활동이다.) [후기 : 역전이 현상은 주로 '정신분석 상황'이라는 '직접적 만남 관계'에서 내담자의 강한 투사적동일시 작용에 반응하여 일어난다. 그런데 투사적동일시가 직접 작동하기 힘든 전자메일이나 인터넷 수업 게시판에 보여진 '비난 문자' 자극에, 정신분석 선생의 정신이 영향받아 평상시와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 문자 자극이 그걸 접한 선생의 무의식의 무엇에 '연결'되어 생생한 공명 반응이 일어났다는 징후다.(Freud의 고전역전이) 뿌옇게 망각된 '그것'이 의식에 홀현 떠오른 것은 위 일들이 있은지 한참 지난 후이다. 돌이켜보니 원인도모른채 신경증 증상에 시달려온 인간들을 해방시켜보자는 야심을 갖고 정신분석을 일반대중에게 처음 강의하던 무렵, 수강생들과 기탄 없이 관계하며 그들의 고민을 듣는 즉시 '조건없이' 해소해주려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찬양군처럼 선생에게 유독 친밀하게 다가왔던 대상에게 많은 관심을 주었다가 뜻밖의 힘든 일을 겪은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 되돌아보니 찬양군과 연관해 일어난 일련의 인간 관계 양태들은, 그 때 겪었던 관계 양상들과 매우 유사했다. '어, 이럴 수가..' 일련의 메일과 게시판에 쓴 문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계한 (얼굴도 모르는) 찬양군에 대해 나의 의식이 '나름 숙고했던' 반응들은 놀랍게도, 무의식에 잠재된 과거시절 어떤 대상의 전이를 '직접' 겪으며 일어났던 강렬한 자극과 놀랬던 감정에 대한 '현재 정신'의 무의식적(환상적) 역전이 반응이었던 것이다 !(의식은 자신이 무의식에 어느만큼 좌우되고 있는지 좀처럼 지각못한다!) 어찌 보면, 찬양군은 일상세계에서 접해보지 못한 '속마음을 이해시키고 공명시키는 뜻밖의 정신분석 동영상 강의'를 경험하는 순간, 자기(애)를 보충하고 자신을 구원할 비범한 능력을 얻기 위해, 만능인 부모와 하나가 되고 싶어하던 아이의 욕구 상태로 퇴행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아이 때처럼 전능한 부모(정신분석 선생)와 하나되어 그 능력을 흡수하고 싶어, (관습규칙을 망각한 상상계 속에서) 간절한 문자 메일을 계속 보낸 것일 수 있다. " 당신을 닮고싶어 찬양하는 나의 이 좋은 마음을 대체 왜 그리도 몰라 주시는 겁니까~" 이 때 부모(선생)가 아이에게 정성을 기울여 그 마음을 공명해주는 '감정이입'(empathy) 반응을 했다면, 찬양군은 재능을 발달시키고 '견실한 자기'를 형성했을 것이다. 주목할 점은 여느 학기에 보통의 학생들 관계에서는 위 생각이 자연스레 숙지되고 배려되어 선생-학생 관계가 잘 소통 순환되었는데, 왜 찬양군과 접촉했던 그때 그 상황에서는 유독 부담스런 정서와 부정적인 해석과 방관하는 태도가 선생의 정신을 지배했는가이다. 어쩌면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었다가 실망한 상처가 무의식에 있다가 찬양군의 어떤 특성과 우연히 결합되고 의식에로 치솟아, 놀란 마음을 추스리려고 아이처럼 융합하려든 찬양군을 과민하게 경계한 것일 수도 있다... 결국 무의식에 내재된 과거의 믿음과 실망, 이상화와 비난 관계 흔적과 율동이 ..그에게서 내게로, 내게서 그에게로..과거에서 현재로..서로 영향을 미치며 옮겨가 반복 재연된 것이다. 개개인의 무의식 속 환상 대 환상이 내뿜는 기운과 파동에 서로 전염되어...허상을 진실로 착각하고 오해하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인간 삶의 괘적들! 한 때 인간들의 관계가 애정과 포용심으로 이해되고 공명되다가 돌연 소통이 꼬이고 원망하고 뒤집히게 만드는 'X' 의 율동 ! 학기가 끝나고 그 일이 잊혀질 무렵 찬양군에게 메일이 왔다. "교수님 낙제 점수 주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겐 다른 교수님들과 다른 뜻밖의 결과였어요. 힘들게 해드렸는데도 저를 배려해주신 그 마음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냑제시킬까 고심하다가 혹시라도 상처가 될까봐 낙제를 간신히 면한 점수를 준 것에 대한 그의 반응이었다....뭔가 옹골지게 꼬인 기운에 함입되어, 제대로 도움주지도 받지도 못한 선생 제자 관계!) 여러 유형의 전이-역전이 움직임을 주목해 충분히 이해한다면, 우리는 인간사에 관여해 파동을 일으키는 미묘한 'X' 의 구조를 인식하여 '상당부분' 대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쓱 밀려와 운명처럼 엮기며 펼쳐지는 'X' 의 율동은 무의식이기에, 그때그때 현실에서 전체적으로 지각하거나 전적으로 바꾸거나 벗어날 수는 없다! 인생사의 숨겨진 의미는 늘 큰물결이 지나간 한참 후에야 비로소 힐끗 파악될 뿐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