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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영원한 진리와 완전한 선과 아름다움은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 -A :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영원한 실재’란 ‘관념’일 뿐이다~” 정신을 '안정시키는 무엇'과 불안하게 만드는 무엇을 학자들은 어떤 언어로 개념화 했는가? 인간은 무엇에 의거해 신념을 형성할 수 있게 되고, 무엇으로 인해 신념이 해체되어 방황하거나 뜻밖의 깨달음을 얻고, 삶을 자기방식으로 유희하는가? 위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간이 견실한 신념을 갖게 되거나 잃게 되는 원인과 과정을 출생 시기부터 반추해보자 어린시절의 아이에겐 양육자와 외부세계의 각종 에너지들이 밀려들어와 ‘나’라는 무엇을 형성시킨다. 그 ‘나’는 자신 안에 들어온 ‘그것’들이 무엇인지 도무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삶이 무엇인지 모른 채 한동안 지낸다. 나와 세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료한 앎'은 언어를 습득한 이후에, 즉 세상을 언어적 '의미로 이해'하는 능력을 습득함과 더불어 이루어진다. 양육자와 융합되어 지내던 아이가 언어를 통해 '실재'를 '의미'로 이해하는 능력을 습득하는 순간부터, 그는 '언어적 의미'를 통해서야 세상을 분별하고 타자일반과 안정된 관계를 맺는 '사회적 삶'을 살아가게 된다. 즉, 의미분별을 하는 순간부터 인간정신은 '실재 자체'에서 (주관-객관으로) 분리된 채, 사회적 의미를 지닌 대상들과 의미 교환 관계를 맺게 된다. 그것은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어 자기 자신과도 (자연본능으로부터 소외되어) '의미'로만 만나게 된다. ("나는 학생이다. 주부다, 신앙인, 회사원,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여자, 남자, 성공한 자, 무능한 자...인간이다") 내가 나를 사회에서 통용되는 '의미'로 이해하는 순간부터, 나에게는 (대타자에 의해 나도모르게 내게) 부여된 그 의미를 현실에서 충실히 실현하려는 욕망과 목표의식이 생기게 된다. ("나는 '엄마, 딸, 여자, 직장인'으로서 내가 지키고 수행해야 할 바에 충실해야 한다.~") 자궁 밖으로 태어날 때부터 불안을 느낄수밖에 없는 인간은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양육자와 융합해 지내다가, 양육자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에서 양육자를 대체할 만한 힘을 제공하는 '상징적 믜미'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싶어한다. 그 간절한 욕망을 반영하고 채워주는 목적으로 '영원한 완전성을 지닌, 항상된 돌봄을 주는 전능한 존재'라는 '의미'가 생성되어 구성원들에게 전파된다. 그것이 '실재'인지 단지 '관념'-'언어적 의미'일 뿐인지에 대해 인류는 과거 5천년간 수많은 탐구와 논쟁을 해왔다. 그 결과를 어떻게 몇 마디 말로 요약할 수 있을까? 수만년 전부터 각 시대와 사회는 질서 유지를 위해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삶의 목표와 방향을 안내하는 안정된 '의미'를 생성(발견)하여 제공해왔다. 그 의미들을 철학자는 '동일성'이라 칭한다. '동일성'은 인간 정신의 불안을 없애주는 독특한 효력을 지닌 '영속적 의미'를 뜻한다. (진리, 선, 아름다움, 성스러움...) 항상성을 지닌 그 의미를 (양육자 대체물로) 마음에 깊이 새겨서 간직하는 한, 인간은 위태로운 환경속에서도 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아울러 인간은 그 의미 속에 갇혀서, 그 의미가 요구하는 삶만을 쫒게 되는 경직된 존재가 된다. 또한 그 시대의 '중심 의미'가 담아내지 못한 실재 및 인생이 지닌 수많은 차이 요소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 시대가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며 권장하는 의미동일성에 정신의 초점을 맞추며 살아감으로 인해, '그 의미 밖의 세계'를 인지하지 못하게 되면, 특정 동일성의 의미체계 속에서 안정감을 유지하던 그 시대인의 삶에 어느순간 뜻밖의 재난이 닥치게 된다. 그것은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그 시대의 중심 의미체계(동일성)가 포섭해내지 못한 실재의 요소들(수많은 차이성들)이, 오랜동안 인지되지 못한 채 있다가 어떤 계기로 갑자기 의식표면에로 솟구치는 (예상치못한 힘을 드러내는) 순간, 기존 의미로는 도무지 예측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 뜻밖의 사태에 처해 당대 인류의 정신이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개인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가지 의미와 신념만을 꼭 붙잡고 살아온 사람들은, 그 신념과 의미 '밖으로 부인되고 억압된 자아이질적 힘들'에 의해 언젠가 예상치 못한 곤혹스런 부작용을 겪게 된다.) 그 시대가 구성원들에게 학습시키고 요구한 특정 동일성(중심 의미체계) 밖으로 한번도 나와보지 못한 보통사람들은 인생사에서 돌출하곤 하는 재난의 원인과 본질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보다 완벽한 의미 내지 새로운 구원자가 나타나 불안을 해소해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안전한 울타리 기능을 하던 의미체계 '밖'에서 엄습하여 동일성(기존 신념)을 해체시키는 '무질서한 차이성의 힘들을' 편안히 버텨내고 수용해낼 수 있는 인간은 극히 드물다.('초인'이 되거나 '광인'이 된다!) 10대~20대에 인간은 학교와 사회에서 "이 세상에 영원한 가치를 지닌 무엇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학습과 종교를 통해 배운다. 그리고 배운 특정 동일성 관념이 제공하는 특유의 에너지를 정신에 깊이 소유하여 낯선 현실에서 오는 불편과 힘듬을 버텨낸다. (신념-환상의 힘) 30대에는 ‘진리와 도덕’의 절대가치를 겉으로 내세우면서 속으로 비웃는 듯한 부조리한 현실들을 겪으며, '의미의 무기력'에 대해 실망과 의심들이 일어나 '의미동일성'을 실재로 믿는 신념이 점점 옅어지고, 생경하고 거북한 차이성들을 드러내 실감시키는 불안정한 현실사태들에 당황ㆍ전율하면서 삶에 대한 인식(해석)을 새롭게 확장-재구성한다. (의심과 새로운 자각의 힘) 40대 이후의 인간은 '현실에서' (낯익고 고상한) 동일성과 (낯설고 공허한) 차이성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은 채 양쪽을 두루 지각하고 사용하는 탈-이분법적 경험이 어느정도 어떻게 가능한가에 관심을 두며 이러저런 시도를 하며 살아간다. (환상과 실재, 어느 한쪽에만 집착하지 않고 그 둘을 번갈아 음미해 감당해내고 향유하는 창조적 유희의 힘) 인간에겐 동일성의 의미와 신념이 있어야 고통스런 자극들이 밀려와도 삶의 목표를 정립하고 버티며 끝까지 추구해갈 수 있고, '의미가 실재를 온전히 반영하는가?'라는 ‘동일성에 대한 의심’ 활동을 '실재에 대한 새로운 자각', 새로운 의미 발견으로 전환시키는 반성능력이 있는 사람일 경우, 뜻밖의 충격으로 인해 세상에 대한 동일성 신념이 깨지고 차이성('못보던 실재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에도 일방적으로 좌절해 추락하기보다 그 고통경험에서 "아, 인생이 이런 것이었구나~!"하는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의미 구성을 꾸준히 시도할 수 있다. 예술가의 혼을 지닌 분이라면, 차이성('환상이 사라진 실재')의 적막함을 대면한 후 허무의 늪에 빠지지 않고 존재의 심연에서 미지의 생명 기운이 피어나 얼룩으로 오염된 정신과 허무해진 삶 공간을 고유하고 다채로운 창조 무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동일성 관념(형이상학적 의미들)이 주는 안온한 상태에 머물다가 뜻밖의 상처를 주는 현실사태에 직면해 동일성의 해체과정(차이성의 대면 과정)을 버텨내며 거쳐 온 사람은, 더이상 그 사회에 떠도는 현란한 의미를 단순히 진리로 맹신하지 않으며, 차이성에만 몰두하지도 않는 '탈 경계' 상태에 진입하게 된다. 동일성의 신념이 유독 강했고, 의미동일성에서 '의미 밖 차이성'에로의 벗어남(분리-독립) 과정이 유독 치열했던 사람일수록, 더 깊고 무게있게 (특정 관념과 관습적 분별에 속박되지 않는) '탈 경계' 상태를 주체적으로 소화하며 살아낼 힘을 지니게 된다. 세상의 거친 파도를 수차례 거쳐온 중년 이후의 사람들은, 특성 이념과 신념에 종속되거나 고착되기보다 (고정된 하나의 입지점에 속박되지 않은) 탈경계 차원에 들어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펼쳐지는 삶의 파노라마를 주체적이고 창조적으로 해석해내고 의미와 비의미(의식과 무의식)를 함께 유희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에서 이런 탈-경계 삶을 실행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의식/무의식이 분열된 정신구조를 지닌 인간존재의 특성상, 동일성과 차이성을 두루 조화롭게 향유하는 탈경계술의 모델은 일종의 환상적 이상에 머무르기 쉽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각 능력과 상상적 자기도취' 성향이 비대하게 발달한 데 비해, '사회현실'과 ‘생리-심리적 현실’의 각종 제약에 갇혀 살 수밖에 없는, 사고와 실재(실천) 사이가 괴리와 불균형이 심한 특이 생명체이다. 게다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동작동되는 내면의 강력한 방어기제가, (불안을 일으킬 여지를 지닌) '실재'에 대한 적나라한 대면[차이성과 동일성의 실상]에 이르는 진입로를 막고 있기에, 안전감을 주는 특정 신념(동일성)에 의식모르게 계속 고착되려 하고, 생경한 차이성들을 완강히 외면하게 된다. ("그대는 정신을 응집시켜주면서 속박하는 '언어적 의미체계'의 '밖'으로 나아가본 적이 있는가? 잘못하면 '미칠 수도' 있는, 어떤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는 그때 그 순간에, 그대는 무엇을 체험 했는가? 언어(의미, 경계) 없이 그대 정신에 쓱 침투했다 나갔다 드나들며 사라지는 '날 것이 실재'를 직접 느껴 보았는가? ) 안정스레 지내는 보통사람이 탈-경계(탈-의미) 상태에 자발적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자기도취 속에서 '말'로 떠드는) '일종의 착각, 환상'이기 쉽다. 일반인의 경우, 원치 않는 뜻밖의 충격을 받아 기존 신념과 방어막이 깨질 때에야, 세상을 향한 의미작용이 마비된 무의미 상태 내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의미 경계 바깥' 세계를 극히 짧은 시간 희소하게 체험할 뿐이다. 이 초일상적인 시간이 길어지면 심신에 긴장과 불안이 고조된다. ( "아, 어서 빨리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 상태가 더 고조되면 극한의 방어기제인 '분열 작용'이 대대적으로 일어나 어느순간 고통지각기능이 마비되어 세상이 평화롭게 지각되는 정신분열증 상태에 처해, 기존의 희노애락과 의미분별 세계로 되돌아가는 것이 영영 어려워질 수도 있다! (모든 의미분별 기능이 마비되고 경계가 소멸된 무기공 상태!) 그런데 어려서부터 고통을 대면해 소화해내는 자아기능이 발달해온 사람의 경우, 한순간이나마 '실재의 적나라한 실상'을 대면해 감당해내고 그것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정신을 확장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진리 구도자, 존재의 심연을 체험해 표현해내고 싶어하는 예술가, (운명적인 상처나 만성적인 불안과 고통증상으로 인해) 무겁고 깊은 자기대결-자기실현 과정을 추구해갈 수밖에 없었던 소수 인간들의 경우,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게 해줄 심오한 무언가를 발견해내기 위해 자기 자신과 세상과 삶 일반을 향해 열린 마음 구조를 유지하려 노력하며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는 '탈경계 유희'를 시도해 고유의 결실을 이루어내곤 한다. 이들은 하나의 신념과 또다른 신념 '사이', 하나의 관점과 또다른 관점 사이, 동일성과 차이성 사이, 의미와 의미 '사이'의 텅비고 꽉찬 심연과 무형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상을 다채롭게 체험하는 모험을 시도하며, 때로는 의미분별이 사라진 '무경계 상태'의 삶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 속에서 어떤 말이나 이미지로도 형용하기 힘든 엑스타시를 체험하기도 하고, 쾌락원칙을 넘어서는 (고통스런 쾌락인) 주이쌍스나 죽음욕동에 함입되어 (헤밍웨이나 마크로스코..처럼) '자살'을 하기도 한다. ("더이상 이 유한한 답답한 의미-규범 세계에 갇혀서 동일한 몸짓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 이들은 곧 이 세상과 인류가 활력을 잃은 진부한 의미의 늪에 빠지는 것을 예방해주는 인류의 아방가르드인 셈이다. 정신을 응집시키는 동일성의 힘과 정신을 해체(해방)시키는 차이성의 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탈경계 유희술(활력술)을 책에서 머리로만 이해한 것이 아닌, 현실 속에서 각자 체험한 실존 사례를 통해, 조심조심 함께 나누며 상호 보충해주는 공부 모임이 있다면 소시민의 생생한 욕망 언어, 학자의 명료한 언어, 분석가의 경청하는 귀, 예술가의 직관 언어, 종교인의 초월적 영성 언어, 선사의 선정 체험 언어 들이 아우러진 탈-경계를 자유로이 음미하는 만남 환경이 현실화된다면,.. (니체가 그토록 바랬지만 실패해 미처버린) '탈 경계 유희'가 어쩌면 한국인에 의해 실현될 수도 있을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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