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 정신분석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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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운명의 힘
관리자(cjlee7600@hanmail.net) http://www.freudphil.com
2015년 09월 07일 01:04 1403
“참 이상해요. 사람들이 저를 모임의 리더로 대해주었는데, 어느 순간 상황이 변하며 제가 왕따가 되더라구요!
너무 당황스럽고 허무하고 불안해져서, 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혼자 지내왔어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꽤 열심히 살아왔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저에게 발생한 것인가요? 정말 알고 싶어요 ~! ”

인류의 삶은 대체 어떤 힘들에 의해 지금과 같은 양태로 펼쳐져온 것인가?
우리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외부대상들과의 관계에서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끌려가고, 종종 묘하게 꼬여가는 인생!
인생을 그렇게 만드는 그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프랑스 영화 한편을 주목해보자.

프랑스 정신분석학계는 태어나기 전부터 개인들을 에워싸며 (의식모르게) 특정 양태의 삶을 살도록 요구하고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힘들 중에, 특히 '상징계의 힘'에 오랜 세월 주목해왔다. 그 힘이 인간 삶에서 어떤 양태로 작동하는지 잘 드러난 영화의 제목은 ‘de force’[<‘힘’에 관하여>]이다. [한국 제목은 '위험한 공범']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 범죄조직이 거액의 돈 운송차를 습격해 돈을 탈취한다. 그 현장에서 돈 운송하다 살해당한 직원이 우연히도 장관의 아들이다. => 나이든 장관은 아들의 죽음에 비통해하며 울고, 그 곁에 장관을 위로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범죄대책회의가 열린다. 그 자리에서 강력한 범죄 척결 결의와 더불어 모든 법적 권한을 특별검사에게 '위임'한다.

출세지향 성격을 지닌 여검사는 범죄 해결에 유능하다 소문난 여성 형사반장을 호출한다. 직업에 충실해온 형사반장은 장관아들 살해사건의 범인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법적 처벌을 위한 ‘증거 자료’가 부족해, 그들을 구속하지 못하고 있다. 반장의 상황 보고에 만족한 검사는, 반장을 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

검사와 형사반장은 범죄자들을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을 구상하던 중, 문제 해결에 이용할 수 있는 적합한 대상 K를 발견한다. K는 아내와 딸의 미래를 위해 감옥에서 모범수 생활을 하는 중이다.
-> 형사반장이 그를 찾아가 감옥에서 곧 빼줄 테니, 범죄자 소탕하는데 도움 달라는 ‘거래’를 제안한다.
-> K는 범죄세계의 신의를 지키고, 아내와 딸과의 ‘건전한 삶’을 위해, 그 거래를 거부한다. 그는 얼마 있으면 모범수로 가석방될 가능성을 지닌 상태다.
-> 검사와 형사반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반드시 수행해내야만 한다. 검사는 출세욕에 의해, 반장은 베테랑 형사의 명예를 위해 '법적 임무수행의 이름으로' 매정하게 K를 함정에 빠뜨려 거래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 반장에겐 골칫거리이자 유일한 자식인 17세 아들이 있다. 사춘기(반항기)에 접어든 그 아들은 법을 무시하는 범죄 행동을 저지른다. 아들은 어릴 적부터 늘 바빠서 온전히 돌봄주지 못한 유명한 엄마(형사반장)와 경직된 성격의 군인 아버지로 인해, 권위자 일반의 말씀에 대해 불신하는 ‘반사회성 성격’이 형성된 상태다. 그는 도둑질을 죄책감 없이 실행하다 경찰에 붙잡힌다. 청소년 범죄자로 경찰서에 갇힌 아들의 법적 처리를 막아야 하는 부담을 지닌 엄마인 형사반장. 검사는 반장의 이 약점을 이용하고, 아들의 감옥행을 막기 위해 이번 과업에서 기필코 공을 세워야 한다.

- 장관아들을 우연히 살해했던 그 범죄조직 두목에게, 제3자에 의해 새로운 매력적 범죄 제안이 들어온다. 두목은 기존 범죄 공모자들을 소집한다.
- 엄마 말, 아버지 말을 전혀 듣지 않는 형사반장 아들이 또다시 새로운 마약 범죄를 저지른다.

- 경찰의 함정에 빠져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탈옥한 죄수로 전락한 K. 전국에 보도된 남편의 탈옥 뉴스를 보고 충격받은 K의 아내! K가 아내에게 은밀히 전화해 만나자, K의 탈옥을 원망하며 K를 떠나간 아내!
탈옥수 상태에서 아내마저 상실해 절망에 빠진 K를 반장이 찾아가자, 분노에 차서 칼을 드리대며 아내 대신 섹스 대상이 되라 요구하는 K. 주어진 임무를 성공시키기 위해, K와 자발적으로 성관계 맺는 반장. 성관계 후 가까워진 두 사람. 반장은 K에게 마약범죄에 빠진 아들을 정신차리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 반장아들을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과정에서 우발적 사고로 아들이 중상 입어 입원하자, 반장에게 미안한 마음에 '거래'를 수용하고, 과거의 동료이자 반장이 처벌하려는 대상인 범죄조직 두목을 찾아간다.
- K의 출현에 동료로 반기는 범죄 두목, K를 의심하는 또다른 조직원 R. 임무수행을 위해 K가 R을 죽이고, 새로운 범죄를 실행하는 그들.

- 극적 반전 : 비행기에서 거액의 보석가방을 탈취한 직후, 원래 계획과 다르게, K는 범죄두목을 안전히 탈출시키곤, 반장과 비행사를 인질 삼아 신문기자를 불러달라고 요청, - 나타난 신문기자에게 "자신이 의도와 무관하게 경찰의 범죄소탕작전에 휘말리게 된 것임"을 밝히고 자수한다.

-그 무렵 반장 아들이 사망하고, 충격받은 군인 아버지(반장 남편)는 격노한다. 아들 사망 원인을 K 때문으로 오해한 그는, 범죄현장에 찾아와, 자수해 연행되는 K를 향해 총을 쏴 죽인다. 그 장면을 목격한 여성 반장의 충격! “안 돼~!”
-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목격한 (아들 잃은) 장관은 우울한 모습으로 현장을 떠나고
사건을 해결해 출세하는 것에만 관심가진 이기적인 여검사 얼굴 대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다 총 맞아 죽은 K의 모습이 대비되듯 마지막 장면으로 초점화 된다! >

끊임없이 전개되는 일련의 드라마틱한 사태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뜻밖의 사건들의 흐름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영화 속 인물들.
각 주체들의 판단과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사! 이렇듯
개개인들의 삶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그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프랑스 정신분석학계는 주체들로 하여금 사회의 요구를 결코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그 냉엄한 힘의 정체를 '대타자무의식'이라 칭한다. 프로이드학파가 주목했던 억압된 내적 욕망에서 나오는 힘인 개인무의식보다 훨씬 광범위한, 주체 '밖'에서, 주체들 '사이'에서 작동되는 무의식적 힘에 의해 엮어지는 인간 관계들의 복잡한 파노라마를 이해하려면, 상징계의 힘과 실재계의 힘(본능, 상징계 질서를 전복시키는 X무의식!) 함께 주목해야 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자기자신과 세상을 지각하고 이해하며, 인생 계획을 세운다. 따라서 '언어'는 '인간'을 구성하는 본질이다. (본능을 갖고 태어난 아기는 '언어'를 습득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본능으로부터 소외되는 대신 타자관계에서 상징적 '의미'들을 생성 교환하며 살아가는 '언어적 존재'로 변형된다. 이런 변형에 실패하면 정신증자가 된다!)

언어의 힘에 주목하는 프랑스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보면, 인간사는 일종의 언어적 기표들 사이의 연쇄 운동으로 이해된다.
각 기표들은 고정된 의미를 지니지 않은 채, 그것이 '위치'하는 맥락이 변화함에 따라 끊임없이 그 특성과 의미가 변화한다.(의미의 불확정성)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의미와 특성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계속 변화한다..

형사반장(기표1) : 강력하고 노련한 힘을 지닌 경찰력의 모델 -> 아들을 방치해 불량소년이 되게 한 엄마 -> 부부사이 행복감을 못느끼는 아내 -> 범죄자 K와 성관계하며 쾌감을 느낀 한 여성 -> 아들을 교육할 능력을 지니지 못해, 능력있어 보이는 제3자인 K에게 아들 교육을 부탁하는 헌신적 엄마 -> 아들의 중상과 죽음에 비통해하는 엄마 -> K와의 거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남편에 의한 K의 죽음을 목격하며 충격받는 복잡한 인간!....

K (기표2) : 과거의 거물급 범죄자 -> 아내와 딸의 좋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기 위해 죄수들에 봉사하는 모범수 -> 경찰의 유혹을 거부하며, 과거의 범죄 동료들과의 신뢰를 지키려 노력하는 투철한 의리를 지닌 자 -> 불가피하게 주어진 경찰의 함정에 빠져, 경찰의 임무를 돕는 과정에서 목적수행을 위해 가책 없이 다른 죄수를 살해하는 전문 킬러 -> 동료들과의 의리도 지키고, 경찰의 요구도 수행하는 타협책을 실행하는 주체성과 도덕성을 지닌 자. 형사반장을 신뢰한 자. -> 결국은 살해당하고 마는 약한 존재...

장관 (기표3) : 사회에서 법을 수행하고 지키는 큰 힘을 지닌 자 -> 범죄자들에 의해 무기력하게 아들을 잃는 아버지 -> 범죄 소탕 명령을 하는 주인 위치에 있는 자 -> 검사, 반장, K, 범죄자들의 관계를 특정 양태로 몰고 가도록 힘을 쓴 자. -> 아들을 죽인 핵심 범인을 놓치고, 범인 검거에 협조한 K의 죽음을 목격하며, 법을 집행하는 권력의 한계와 결함을 절감하며 우울해하는 노인...
이토록 삶의 상황이 변함에 따라서, 주어진 각 기표의 의미가 끊임없이 달라진다!
기표 4, 5, 6,...

완벽한 힘을 지닌 절대기표는 영화에도 이 세상에도 보이지 않는다!(이것이 프랑스 문화의 특징이다)
세상사를 반영하는 영화 속 인물들은, 각각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힘의 요구 압력에 이끌려,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삶을 계속 살아가게 된다. 서로 다른 기표들로 구성된 이 세상에서, 기표들 사이의 관계는 어떤 ‘힘’에 의해 우연히 결합되기도 하고 충돌하며 해체되기도 하는, 예측하기 힘든 파노라마를 펼쳐댄다. 그 어떤 기표도 절대 불변적 고정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갑작스레 침투하는 타자성의 어떤 요구와 힘에 끌려가다가 본래 특성이 변질되는 삶을 살아간다.

상징계 내에서 타자를 향해 힘을 행사하는 주인기표인 장관도 실상은 우연히 살해당한 아들의 죽음 앞에서 무력하고 늙은 인간일 뿐이지만, 아들의 복수와 법의 질서 유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아버지의 이름’으로 범죄자 처벌 명령을 하달하는 순간, 엄청난 위력을 타자들에게 발휘하는 존재가 된다.

장관의 눈에 뜨인 여성 검사는 출세욕구와 능력을 인정받고픈 욕구에 의해, 최상의 임무 수행자를 발견해내고, 형사반장과 범죄자 K는 보통사람이 알지 못하고 해내지 못하는 범죄 심리와 해결책을 수행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특정 양태로 몰고 가게 만드는 그 힘의 근원을 우리는 객관적으로 지칭하기 어렵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특정 개체들일 뿐이다.
명령내리는 그 힘의 근원은 상징계의 특정 구조에 기인한 구조율동이기에 의식의 언어로 구체화되기 어렵다.
장관 -> 검사 -> 반장 -> K, 범죄자...들은 상대적이고 잠정적인 차원에서 '주인-노예(명령자-복종자-저항자) 관계'에 놓여있게 될 뿐이다.

힘있는 위치를 점유한 주인기표(장관)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노예기표는 수감자 K로 표상될 수 있고, 형사반장으로 표상될 수도 있다.
그 영화가 주목하는 건, 삶을 옥죄어 오는 (운명처럼 지각되는) 그 거대한 상징계의 힘에 '저항하며 자신의 고유 욕망을 표현하려는 주체적 시도'를 (노예로 인지되던) K 가 행했다는 점이다 !
그 저항의 결과는 대부분 비극적이다. (극소수의 성공자가 이따끔 나타나는데 그가 소위 '영웅'이다.)

상징계의 요구를 벗어날 수 있는 주체나 기표는 인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상징계 내부에 속해 사는 한, 그 누구도 '자유인'이 되기는 어렵다. 법을 대변하는 장관도, 법을 일탈하는 범죄자도..

사회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기표(인물, 대상)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위치'에 덧붙여 모종의 인연(유사성, 모순성)에 의해 이질적 존재상태로 있다가 우연히 서로 가까운 존재로 엮어지기도 한다.
가령 자식 잃은 장관, 반장, 아내와 딸을 상실한 K, 인간적 정을 느꼈던 K의 죽음을 목격하는 반장...은 소중한 대상을 잃은 존재라는 '유사성' 의해 전혀 이질적 존재 상태에서 어느순간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은유적 동일시) 관계로 무의식에서 '연결, 재-의미화'된다. {"어, 서로 이질적으로 대립하던 대상들이, 알고 보니 '같은 사람'이네!"...그런데 서로 밀접한 관계를 느끼는 이런 상태는 '잠시' 지속될 뿐이다.)

- 형사반장의 아들과 범죄자들은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법과 규범('아버지의 말씀')을 불신하며 저항한다는 유사성을 지녔기에 은유율동을 펼치는 무의식의 힘에 의해 현실에서 서로 연결(접촉)되고
- 검사와 범죄자는 자기도취에 빠지게 하는 특별한 힘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유사성을 지녔기에, 서로 대립되는 사회적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별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영화 속에서)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듯 보이던 이들이 현실에서 우연히 만나 가깝게 관계하게 되고 진하고 섬뜩한 사건들을 발생시키게 된 배후 원인은, 이들이 서로 '자신모르는 어떤 유사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모종의 유사성을 지닌 대상들이 만나 그 유사성이 우연히 공감되거나 공유되는 순간, 그들 사이에 강렬한 동질감과 새로운 의미가 창조되고 짙은 흥분을 담은 드라마틱한 '은유 율동(A=B. "너와 나, 우리는 한 마음이야~")'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또한 의지와 이성이 의도했던 것과 당황스러울 정도의 다른 결과를 나타나게 하는 존재의 '환유 율동'이 작동한다 : 영화 속에서, 의도와 다른 사태가 일어남. - 범죄소탕 작전이 의도된 대로 진행되지 않음. - 장관의 목적, 검사의 목적, 반장의 목적이 같은 줄 알았는데 실상은 각기 다르고, 각기 다른 목표 성취 전략을 가지는데, 각 주체는 처음 의도와 매우 다른 결과를 대면하게 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늘 예기치 않은 변수가 나타나 원래의 목표 실현이 어긋나고 다른 결과로 대체되는 환유 율동을 재현하는 기표들이다.
K의 경우 도와주려던 반장 아들을 사망게하고, 영원히 함께 하려 노력했지만 아내가 떠나게 되고. K를 도와주는 대상(과거 범죄 동료)이 위태롭게 되고, K에게 위험을 감지해 관계 맺기를 반대했던 범죄자 R을 불가피하게 죽이게 되는 등등 K와 접촉된 사람들의 신변에 늘 기존의 안정성을 변질 해체시키는 변수가 생긴다.

이것은 K와 우연히 연결된 이질적 기표들(장관, 검사, 반장)이 지닌 모순된 힘과 접촉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거 K와 관계 맺던 사람들 인생에 일어난 파국적 변수이다. 법을 수호하는 경찰의 힘과 법을 어기려는 범죄자들의 모순된 힘이 K를 매개로 접촉하면서 충돌의 파동과 파노라마를 일으킨 것이다.

K는 아내와 딸의 신뢰를 회복하고. 범죄동료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은 욕구를 지니고, 반장은 '법'을 수호하여 (대타자에게) 인정받고픈 욕망, 아들 보호 욕망을 지닌다. 그런데 상징계에 의해 각 주체들의 '자리'는 규정되어 있고, 그 자리를 수용하는 순간, 자신의 욕구가 아닌, 대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게 되는 주체들이 된다. 그 결과, 각자의 임무(역할) 수행 과정에서, 임무수행(대타자의 요구) 대 주체의 욕망 사이의 갈등, 충돌이 일어나며, 자신의 욕망과 다르게 움직이는 삶, 타자의 침범, 묘한 꼬임이 발생한다.

장관들(대타자)의 회의와 결의 -> 범죄자 소탕 명령 -> 검사 (중간매개물) -> 반장 등등은 대타자의 요구를 수행해내야만 상징계 내에서 성공한 직업인의 위치와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상징계의 임무 수행이 이상스럽게도 그의 인간성 실현 내지 주체성의 성장을 보증하지 못한다! 이것이 사회 속 직업인들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아들 잃은 '장관의 비탄과 욕망과 명령'은 상징계 속 아랫사람들에 의해 온전히 공유되어 수행되었는가? 일련의 인간(기표)들에 의해 명령수행이 진행되었지만, 정작 핵심 살해범은 혼자 도망가고, 범죄두목과 직접간접으로 접속되었던 엉뚱한 사람들만 죽음(K, 반장 아들, 범죄조직원)과 비극(반장, 반장 남편, k의 아내와 딸..) 에 처하게 된 현실! 욕망의 성취가 끊임없이 다른(엉뚱한) 무엇으로 대체되게 만드는 존재의 환유율동!

범죄자들이 표출하는 몸짓(범죄)의 위상은 무엇인가? 범죄자란 법을 일탈해 법을 뒤흔들어 상징계의 한계와 결함을 드러내며 불안을 일으키는 존재인 동시에, 법의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 법을 유지시켜주는 기능도 한다.
이들을 통해 법 일탈 행동의 매력과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비극을 유발하는지가 드러나기도 한다.
( 반장아들 사망, K가족 붕괴, 범죄에 접속된 각 주체의 삶의 양태가 순식간에 격동하며 비극으로 바뀜.)

범죄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내맘대로 향유하는 권력(재물) 획득? 대타자에 대한 복수? 질서 전복의 쾌감, 승리감, 해방감? 금지된 소망충족? 주이상스의 반복 재현? 유년기에 상처준 무의식의 나쁜 부모를 향한 침뱉기, 오줌똥 갈기기? '좋음' 일반에 대한 시기심과 무차별적 파괴욕동, 대타자가 제공한 신뢰할 수 없고 안전하지 않은 (결함 투성이의 과거-현재) '환경 일반'을 향한 격노 표현, 죽음욕동!... 이 요소들 각각이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배율로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비밀스런 힘은 상징계의 반복적인 구조(질서화) 율동 틈새에 끼어들어 강력해 보이던 상징계의 질서를 일순간 전복시키는 제3의 힘인 ‘실재계(X)'에서 나온다.
사회적 관계를 통해 각자 위치가 정해진 삶을 반복하며 사는 개개인들에게, 뜻밖의 사태를 일으켜 기존의 위치와 행동을 변형시키는 그 낯선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당신의 인생에 어떤 일이 생기면 삶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될 것 같은가?
정신분석가들도 마치 점쟁이처럼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주체의 특성과 인생행로가 획기적으로 바뀌게 됨"을 주목한다.
좋은 대상인줄 알고 접촉했다가 그동안 축적해온 정신의 질과 삶의 자원이 송두리채 해체되기고 하고, 뜻밖의 비범한 에너지를 획득하기도 하는 인생사. (너무 강하거나 병리성이 쎈 대상과 접촉하게 되면, 보통사람은 그의 기운에 영혼이 함입되어 조정당하거나 본래성을 상실할 수 있다! )

귀인이 곁에 있어도 인식하지 못해 외면하거나 배척하기도 하고, 나쁜 대상인 줄 알고 거부했다가 좋은 대상이었음이 뒤늦게 자각되어 후회하기도 하고, 엉뚱한 대상에게 자신이 연루되어 오해당하고 모욕받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자신의 진심과 진실을 제대로 표현해 타자에게 온전히 이해받는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상징계가 정해준 역할을 하러 만났다가 '또다른 운명의 힘'에 의해 예기치못한 사건을 겪고 놀래며 흩어지는 인간 관계들! 기표들 사이에서 생성되는, 이성이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인 관계 율동들!

삶의 과정에서 우연히 접촉하게 되어 우리의 영혼에 깊은 흔적을 남긴 그 기표들(부모, 선생, 동료, 애인, 배우자, 상급자, 법, 도덕,..)은 대체 어떤 특성을 지닌 대상들이었는가?
<힘에 관하여> 영화 속 K, 형사반장, 장관, 검사, 불량 아들, 범죄두목과 조직원들...은 그대가 만났던 과거와 현재 대상들 및 그대 자신과 어떤 같음과 다름을 지니는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언어로 이해되는 걸 거부하는, 기표들 사이의 관계를 예측불허하게 움직이게 하는 그 근원적 힘을 탐구하고 소화해내 안내하는 '그 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어쩌면 그 분은 베일에 숨어서야 힘을 발휘하는 '오즈의 마법사' 정도가 아닐까? 그는 우리가 사는 이 사회 속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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