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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험영역 제한
관리자(cjlee7600@hanmail.net) http://www.freudphil.com
2015년 08월 31일 13:18 875
“아주 오래 전부터 인격의 발달이 멎은 것 같아요.
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 마음은 아직 스무 살 같고.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왜 그런 건가요?”

사회 생활을 열심히 해왔는데, 정신의 성숙감이 왜 느껴지지 않는 것인가?

그 여러 원인 중 하나는 과거 어느 시점부터 주체의 경험이 특정 영역에 제한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이나 직업이 요구하는 특정 경험 영역에 갇혀 지내며, 생활 환경을 바꾸거나 정신을 일깨우는 ‘새로운 경험’을 못하면 인간은 어찌 되는가?

그의 지각은 특정 영역에서만 온전히 작동될 뿐, 그 밖의 자극들과 영역에 대해선 무감각한 문외안이 되며
자신모르게 정신의 성장이 멈추게 된다.

그가 전문지식을 지닌 박사, 의사, 법률가, 심지어 여러 세상사를 접하는 신문기자일 지라도
외적으로 이러저런 여러 경험을 했을지라도, 그의 정신은 실상 자신에게 익숙한 특정한 자극에만 반응할 뿐이다.

다차원의 자극과 에너지와 의미를 함축한 존재의 실상을 방어없이 내면에 수용하여 일련의 고뇌과정을 거쳐 주체적으로 소화해내지 못하면, 그 개인은 어찌되는가?

기존 정신상태가 자동 반복되고 자아기능의 새로운 확장(발달)이 일어나지 않아, 늘 유사한 경험지각만 반복한다.
생생한 지각, 기분, 뜻밖의 감동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태로 언제까지 얼마나 더 계속 살아야 하나~"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특정 직업에서의 안정성을 강화하는데 삶의 대부분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대상과 에너지의 유입을 원치 않는 성격 내지 풍토에 의해, 겉으로는 신사숙녀같고 화려하지만 정신 속은 어떤 새로움을 수용하기 위한 여유 공간을 갖지 못한 인간들이 꽤 많다.
열린 마음을 가르친다고 알려진 대학이나 종교계 사람조차 예외가 아니다.

집단구성원들이 바라고 필요로하는 바를 정확히 감지해 만족시켜야 하는 집단 지도자 위치에 있는 분들일수록, 자신에게 기대된 사회와 집단의 일을 수행하는데 정신에너지를 계속 쏟아야 하는 부담을 지닌다. 그로인해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거나 수용하여 정신의 확장을 꾀하기가 현실에선 좀처럼 쉽지 않다.

"뭐하며 살았어요?" "기업주가 내게 바라는 바를 채워주려 일하고 돈 벌면서 삼십여년 살았어요"
"무슨 낙으로 사셨나요?" "낙이요? 일하고 술먹는 낙?..."
"그동안 새로운 체험 같은 건 해보신 적 없었나요?" "글쎄요..."

오늘날의 한국인은 청년이건 중장년이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 조건을 얼마나 지닌 것인가?
익명의 사이버 관계가 익숙해져가는 오늘날엔, 자신과 다른 행동을 (시도)하는 타자를 발견하는 순간, 사이버 공간에 다양한 반응들이 생겨난다.
나와 '다름'을 새로움의 가치로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고. 무의식에 해소되지 못한 '공격성'이 가득찬 다수의 인간들은, 이질성을 지닌 타자에 대해 마치 큰 결함을 지닌 대상인 양 ‘도덕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비난 평가하여 희생양을 만드는 데서 낙을 찾곤 한다.

반성적(통합적) 사유가 아닌 원초적(이분법적) 사고로 무장된 극좌-극우로 분열된 사이버 대상들.
이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정신의 통합능력을 상실한' 극좌-극우 언론 매체들.

이런 환경에서 지내는 오늘날의 한국인은 자신의 이상적인 정신모델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과시적인 보여주기 경쟁 문화'와 인간의 모든 활동을 온통 상업화된 상품가치로 단순화시키고 물들게하는 자본주의 구조의 위력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현실에서 시도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한 후 지난 30년간 아내와 자식과 직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는데, 자식도, 배우자도 직장도 내가 원하는 데로 되지 않더군요. 가족 보살피고 돈버는 낙으로 살았는데 나이들어 홀연 직장에서 퇴출당하고, 건강도 좋지 않고. 앞으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인간은 각자 이미 형성된 특정한 경험의 틀을 가지고 삶을 지각-판단하며 살아간다. 그 경험 틀은 자신의 정신을 안정되게 지켜주는 보호막인 동시에, '실재'를 있는 그대로 체험하지 못하게 제한ㆍ구속하는 작용도 한다.

기존의 경험 관점과 경험 패턴이 바뀌어야 비로소 '변화된 생활 환경'에서 '경험 영역'이 새롭게 확장되어 신선한 자극과 쾌감과 삶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과거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고정된 경험관점을 바꾸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다! 혼자만의 생각이나 의지로는 이미 형성된 관점이 결코 수정 변화되지 않는다.

그것을 변형시키려면 자신모르는 무의식과의 대면이 일련의 진통과정 속에서 수행되야 하고, 비범한 조력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진정 변화하고픈 욕구와 조력자 인연은 아무때나 쉽게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인간들은 어린시절의 부모와 학교와 과거 사회가 요구했던 특정 방식의 삶에 순응해 살다가 경험영역이 고착-제한되어, 인생이 늘 좁은 궤도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직장에서 은퇴해도 새로운 제3의 인생을 살기 어렵게 된다.

“사회에서 남보다 앞서 출세해 남들이 부러워하건만, 정작 내 자신은 사는 기쁨이 손톱만큼도 느껴지질 않아요~.
이 상태가 계속되면 무슨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불안해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뭔가를 찾아야할 것 같아요.
어찌해야 기쁨이 느껴지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인가요 ~ ”

겉으론 미소짓는 세련된 얼굴인데
그 배후에 울음과 우울이 가득 뿜어져 나온다

언제부터 저 상태를 반복해온 것일까? 1년? ... 10년? ...50년..

저 뭉친 감정을 풀어내려면 시간이 꽤 필요한데
상담할 시간조차 낼 수 없이 바쁜 직장을 과연 그만두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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