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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이성을 만났는데 막상 사귀고 보니 너무 힘이 들었어요. 에너지가 탈진되어 학교에서 낙제를 하고 정신이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세상에는 여러 유형의 인간이 있다. 삶의 과정에서 어떤 섬품의 대상을 만나는가에 의해 개개인에게 각양각색의 드라마가 전개된다. 좋은 성품의 사람을 만나면, 없던 능력이 발현되어 인생에 꽃이 피게 되고, 병리적 성품의 대상을 만나면, 정신이 혼미해져 무기력해지거나 원인모를 사건 사고를 겪게 된다. 이 중에서 특히 혹자가 모르고 그를 만날 경우 평생 축적해온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고 나쁜 기운에 전염되며 정신이 깨져서 큰 곤경에 처하게 되는 몇가지 인격 유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악성 자기애다. 그것은 어떤 특성을 지니는가? 경계선인격 전문가 컨버그는 정신증과 신경증 사이에 위치하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악성 자기애인격은 전형적인 자기애 인격장애, 자아동조적인 가학증, 성격에 구조화된 공격성, 편집증적 성향을 지닌다.” 위 내용을 하나씩 음미해보자. 자기애 인격은 자신의 취약한 자존감을 보충하기 위해, 늘 타인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타인의 삶을 자신을 위하게끔 사용하고 통제하려 든다. 악성 자기애의 경우엔 그 통제 양태가 교묘히 가학적이며, 자신이 세상(대상)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면 자포자기적 자학 상태에 처한다. 자신의 통제에 의해 주변 대상들의 삶이 침범 받아 손상될지라도, 자신의 행위가 이미 자아에 동질적이기에, 이상하다는 느낌이나 자각, 반성이 없다. 그래서 타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부인'과 투사, 박해환상이 함께 작동하여, 문제의 원인이 외부 대상 탓으로 지각되므로 타자에게 버럭 화를 내게 된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못믿을 나쁜 쓰레기들아~” 그의 성격 내부에는 소화되지 못한 공격성이 들끓기에, 타인과 다툼이 일어날 때, 가차 없는 공격적 태도를 취하게 되고, 그로인한 사태에 대해 후회나 죄책감이 미미하다. (도덕감 결여) 분열된 가학적 초자아를 타인에게 투사하는 편집증적 인지 구조를 지니기 때문에, 그/녀에게 타인은 과장되게 우상화되거나 적(또는 하찮은 바보)로 양극화 된다. 따라서 그가 공격하여 손상시킨 타자는 가치롭거나 자신과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무가치하고 경멸당함이 마땅한 대상으로 평가절하된다. 이런 악성자기애자와 ‘의견 대립’이 일어나면, 속에서 튀어나오는 강력한 공격적 기운으로 인해,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예기치못한 싸움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파국의 부담은 모두, 악성 자기애자인줄 모르고 관계한 사람의 몫이 된다. 악성자기애는 타인의 피해나 상처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악성자기애자의 분열된 정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정적인 투사적동일시 내용물이다. 그것에는 그/녀가 살면서 소화해내지 못한 온갖 부정적 감정과 환상들이 담겨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무기인 그것에 쏘인(침투당한)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가령, 보통 삶의 정서 리듬은 좋았다가 나빳다가 변화가 있는 법인데, 악성자기애자의 부정적 투사적동일시에 쏘인 대상의 정신은 자기자신에 대한 무가치감과 더러운 기분에 계속 시달리게 된다. (이 부정적 정서와 환각들은 정확히 악성 자기애자의 분열된 내면 상태를 반영한다.) 바로 이런 괴력 때문에, 그/녀를 겪어본 부모 자식 형제 동료 제3의 인물 등등 가까이 만난 대상들은 그/녀에게 꼼짝 못하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도모르게 기꺼이) 악성자기애자의 심리적 만족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적 대상이 된다. "그 분의 요구를 거부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거부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그냥 그렇게 살아요." “탁 보면 그 대상이 내게 어떤 용도로 얼마만큼 필요한지 금새 감이 와.. 내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즉시 폐기처분시킬 거야~” 대상을 지배하려는 욕망과 대상에 대한 권력행사를 추구하며, 대상이 자신에게 굴복했고, 그/녀 자신이 자율성과 자유를 확보했다는 사실이 암시적으로 재확인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대상에 대한 가학적 통제와 공격이 자제된다. 악성 자기애자는 초자아가 분열되어 있고, 자아정체성이 통합되지 못했기에, '전체적 대상관계'를 공고화하지 못한다. 그는 상대의 장단점을 두루 전체적으로 지각하지 못한 채,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선별해 '부분지각'한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대상의 특성들은 구지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나의 욕구를 제대로 채워주느나 못채워 주느냐 그것 뿐이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개인적 사정이 있고...그런 것은 나와 무관하고 전혀 알고 싶지 않아. 단지 그가 내 요구를 거절했다는 그 사실에 화가 치밀어~” 대상에 대한 '전체 지각'을 못하고(관심없고), 대상의 부정적 요소를 마음에 담아 참아내고 소화해내는 능력이 없어, 현실 대상관계에서의 고통스런 시행착오 경험들로부터 배움을 축적할 수 없다. 대상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요소만 지각하고 이용하며, 불편한 요소는 반복해서 ‘부인’하기 때문에, 인생에 새로운 발전이 없고, ‘현실’에 대한 가치감과 존중감도 없다. “나는 사람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어! 그냥 관심 있는 척 할 뿐이야.” “누가 내게 잘해주는 것조차 때로 부담스러워...나를 이용해 먹으러 드는 느낌이 들고...” 공격성의 투사로 인해 그/녀에게 외부대상은 신뢰해선 않되는 잔인한 무엇으로 경험되며, 대상항상성이 결여되어 사랑스럽고 상호 만족스런 대상일지라도 부정적 느낌을 받으면 관계가 쉽게 파괴되고 만다. " 믿을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좋은 관게란 없어~" 생존을 위해 잔인한 대상에게 전적으로 굴복하거나, 힘있는 느낌과 공포에서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거짓되고 냉소적인 의사소통을 사용하여, 관계하는 대상에 대해 방관자가 된다. 그로인해 오랜세월 만날지라도 관계의 '깊이'가 축적되지 않아, 불쾌한 자극이 주어지면 그 관계는 곧 해체된다. 초기 아동기 때 부모로부터 폭력을 목격하거나 경험했기에, 어떠한 좋은 대상 관계도 전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며, 선한 것은 약하고 신뢰할 수 없다고 믿고 경멸한다. 힘있는 대상은 생존에 필요하긴 하나 신뢰할 수는 없고, 가학적 존재로 여긴다. 강력한 부모 대상에 의존해야만 했던 고통은 격노로 변형되어 표출되고, 이 세계는 공격성이 난무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곳으로 지각된다. (유아기에 각인되었던 그 불안한 세상과 치열하게 싸워 자신을 지키는 것이 평생 그/녀의 근본 심리-근본 과제로 작동한다.) 대상을 진심으로 이상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좋은 성품을 지닌 대상이나 정신분석가를 만나도 '정신성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 이상화 실패는 그/녀가 권위자에게 피학적으로 복종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자기 자신을 이상화된 잔인한 폭군(전능통제 환상)과 동일시하고, 자신의 힘만이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 확신하며, 대상을 가학적으로 통제하는 것만이 약한 존재들의 반발에 대비하는 대안책이라 믿는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어.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에게 얻은 것이 하나도 없어~” 그/녀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공들인 삶의 에너지들은, 그 대상으로부터 감당하기 싫은 부정적 자극을 받는 어느 순간 홀연 모두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절하되어 흔적도 없이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지적 합리화로 포장된 통제되지 않는 잔인한 공격성과 상대를 모욕하는 언행이 우리에게 지각될 때면, 이미 그/녀가 쏟아낸 투사적동일시 배설물에 의해 뇌가 오염되고 조종되고 손상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영혼을 지키기 쉽지 않아 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인격의 심리적 뿌리를 들여다 보면, 그/녀는 부적절한 초기 대상(엄마) 관계(과잉충족/과잉좌절), 혹은 신뢰로운 아버지 관계를 온전히 내면화하지 못한 피해자(부모의 희생양)에 불과하다. 그/녀 속에는 불안정한 주위 환경에 불안해하고, 존중받지 못한 수치심에서 벗어나고자 안달하고 분노하는 '참을성 없는 모욕당한 아이'가 있다! "불편해하는 이 마음을 제대로 달래주지 못하는 참 한심하고 경멸스런 대상들아~" 자존감이 손상당할까봐 그 누구도 믿지 못하며, 진실같은 거짓말로 타인을 집요하게 자신에게 봉사하는 도구로 만드는 힘을 지닌 이 사람을 가까이 만나게 되면 어찌 대해야 하는가? 화사한 미소 고상한 도덕언어와 진정성을 앞세우며, 탁월한 언변과 염력으로 타인의 정신을 지배 조종하는 그/녀를 만나게 되는 순간, 그대의 인생은 어느덧 그대 것이 아닌, 주체성('자기감')이 몽롱해진 로봇 인형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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