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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충격대처법
관리자(cjlee7600@hanmail.net) http://www.freudphil.com
2014년 02월 08일 19:05 2876
일상의 삶을 살다가 뜻밖의 ‘충격’을 받으면 그 인간은 어찌 되는가?
‘충격’은 정신에 어떤 후유증을 일으키며, 그것에 대처하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인가?

충격적 상처(trauma) 경험에 대한 반응 양상들은 개인에 따라 매우 다르다. 어떤 사람은 ‘망상’을 형성해 충격을 준 그 현실을 부인하고, 어떤 사람은 공포증(공황 장애)나 신체화 증상으로 충격으로 인한 긴장을 방출하며, 심한 사람은 정신증이 발병하고, 더 심한 사람은 자살을 한다. 이에 비해 어떤 인간은 (부처, 니체, 프로이드처럼) 충격 준 그 대상과 사건의 원인을 세세히 탐색하여 인간현실을 더 깊고 넓게 조망하는 깨달음의 계기로 활용한다.

왜 이렇게 사람마다 그 반응이 다르게 되는가? 이에 대해 정신분석은 여러 가지 설명을 제공한다.
그 중 하나가 ‘언어표현 능력’이다. 프로이드와 라깡 학파는, 혹자가 섬뜩한 충격을 받았을 때, 그 충격 내용을 구성하는 불쾌 감정(놀람, 수치감, 불편감, 불안, 우울, 자책감..)-부정적 생각-부정적 이미지-정신신체의 손상 느낌을, ('의미화 작용'을 거쳐) 충격을 준 그 대상이나 중요한 어떤 대상에게 "언어로 충분히 표현해낼 수 있는가!"가 그가 미래에 어떤 유형의 반응을 보이게 되느냐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해석한다.

정신증 전문가 Bion은 꿈의 언어적 기능을 유독 강조한다. 어떤 충격으로 인해 소화되지 못한 어떤 감정이 일단 꿈의 이미지 언어(그림언어)로 표현되면, 그것이 정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엇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중요 징표로 해석한다.

'충격을 기억에 떠올려 (그때 일어난 감정과 더불어)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 인생에 얼머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를 S-Y 사례를 통해 음미해보자.
S는 50대 여성이다. 그녀는 그동안 딸 Y와 '두 몸이 한 마음으로 융합'해 지내며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생활을 해왔다. Y는 명문대를 졸업한 전문직장인이고, S는 자랑스러워 보이는 어머니였다. 그러다 Y가 20대 후반에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시달리다 심각한 사태에 처하자, 얼마 후에 정신증이 발병했다.
대체 평탄에 보이던 집안에 왜 이런 흉사가 갑자기 연이어 생긴 것인가?

엄마의 말을 늘 진리로 믿고 살던 Y는 결혼을 앞두고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홀연 자기 얼굴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눈’과 볼이 왠지 얼굴의 다른 부분과 부조화되고 흉하게 지각되어, 급기야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했다. 그런데 수술 후 그녀는 자기 모습이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다는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그래 병원에 재수술을 요청했고, 재수술 후에도 자기 얼굴 모습에 좌절하여...급기야 결혼식을 앞두고 삶을 포기했다.

보통사람의 눈으로 볼 때, Y의 얼굴은 본래 호감 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성형수술도 성공적인 편이었다. 그런데 결혼식이라는 외부 행사를 앞두고 무의식의 어떤 무엇이 갑자기 Y 정신의 약한 부분을 비집고 의식에로 올라와 증상을 일으킨 것이다. Y는 기억도 나지 않는 유아기에, 격노한 S로부터 얼굴에 ‘가혹한 무차별 타격’을 입었었다. 그로인해 몇 달간 머리를 벽에 박으며 울부짖는 증상을 지녔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분열 방어가 쓱 작동되어 '충격받은 그것'이 무의식에 봉쇄되고, 그후부터는 엄마를 신처럼 이상화하고 엄마 말에 무조건 순종하며 일견 명랑해 보이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얼굴'이, 신경쓰이는 많는 대상들에게 한꺼번에 주목받는 결혼식에 즈음하여 돌연 어떤 불편감이 일어나고, '충격에 자지러지던 어린시절의 나'가 갑자기 무의식에서 의식에로 회귀된 것이다. 도저히 소화할 수 없었던 (공포스럽던) 유아기 충격이 어둠의 심연에서 어느날 갑자기 외부세계를 향해 쓱 자태를 드러낸 것이다. 그녀가 (갑자기 이상하게 지각되어) 수술한 얼굴 부위는 실은 유아기 때 격노한 엄마에게 참혹스레 타격당한 '그 부위'였다.

'결혼'은 남녀가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분리’하여 독립성을 지닌 주체(새로운 아버지-어머니)로 변화됨을 '세상에 알리는 상징 의례’이다. 그런데 S와 Y 두 모녀는 끈끈이 융합되어 ‘아버지 없는 상상계’ 속에서 살아왔기에, 엄마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상징하는 결혼식 의례가 왠지 낯설고 두렵다. ‘유아기 충격’이라는 운명적 사건이 없을 경우, 불편한 외부자극으로 인한 보통의 불안은 자아에 의해 진정이 된다.

그런데 유아기 충격이 매우 심각한 것이고, 그것이 현재의 어떤 불안과 ‘결합’될 경우, 자아의 방어막을 뚫고 '소화되지 못한 채 응고되었던 무의식의 상처가 외부로 직접 분출('행동화')되거나, 주체 '밖'으로 '투사'되고 다시 자신에게로 '내사'되어 의식지각에 왜곡된 환각을 일으키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다. Y에겐 정신이 불안해질 때, 불행히도 그 불안을 진정시켜줄 엄마 외의 다른 힘있는 제3의 대상이 주위에 존재하지 않았다. 즉 엄마로부터 Y의 정신성을 '분리'시켜줄 힘있는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Y의 엄마 S는 유년기에 내면화된 '부정적 아버지상'으로 인해, 권위자들이 요구하고 명령하는 상황이 매우 부정적으로 지각되어, 직장생활도 결혼 생활도 모두 실패한 상태다. 그녀에겐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오직 자식 Y 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는 Y가 아버지에게 가까워지면 혹여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갈까봐 노심초사하며, 딸의 아버지 관계를 철저히 봉쇄하고 부정적으로 물들이고 지워왔었다.

그 결과 Y에겐 자신의 모습이 괴상한지/괜찮은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말해줄 권위 있는 상징계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운명적으로 ‘엄마인간’이 된 Y에게, 엄마가 준 유아기 상처로 인한 환각 증상을 가라앉혀줄, 엄마 이외의 제3의 권위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형외과 의사가 그녀에게 해주는 어떤 좋은 말도 Y의 불안과 자기 얼굴에 대한 부정적 지각을 결코 가라앉힐 수 없었다. 망각된 '무의식의 상처로 인한 부정적 자기 표상’을 "바르게 고쳐 달라”고 의뢰한 성형외과 의사는 그녀에게 일종의 ‘아버지의 (심리적) 대리자’다. 그런데 신체(얼굴) 성형은 결코 그녀의 무의식에 분열된 정신적 상처를 온전히 보충해주지 못한다. “네 모습 지금 참 괜찮아!” 라고 ‘아버지의 위치’에서 힘있게 말해주는 진정한 권위대상이 그녀 정신에 부재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자신을 어머니의 굴레에서 구제하여 어머니보다 더 큰 권위가 살아 움직이는 상징계를 체험하게 해주지 못했던, ‘ (어머니보다) 약한, 무책임해 보이는 아버지’ (대리자) 의 성형 손질은, (그녀도 모르는 망각된) 그녀의 깊은 상처를 온전히 회복시키지 못한다. 그래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계속 괴상하게 지각된다. 무의식의 충격 흔적과 현재의 스트레스가 우연히 '결합'될 경우 발생하는 '잠정적 정신증'(환각) 상태를 벗어나게 해줄 어머니 외의 제3 권위 대상의 부재로 인해, Y는 정신이 붕괴되는 불안을 감당하지 못해 고심 끝에 삶을 포기한다.

날벼락같은 Y 사태에. S는 그 현실을 어찌 감당하였는가? 딸 이외에 그 누구와도 전인적인 '대화 관계'를 맺어온 대상이 없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충격을 자기 자신과 중요한 누군가에게 ‘언어로 표현해낼’ 심리능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불편한 상황이 다가올 때마다 관계를 피하고 철수하며 살아온 그녀는, (동일한 망상과 방어를 반복할 뿐) 자신에게 밀려든 부정적 사태들의 내적 원인에 대해 차근히 직면하거나 성찰하려고 애써온 적이 없었다. 그로인해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충격’은 원상태 그대로 계속 S의 정신 내부를 휘졌다가...급기야 그녀의 자아가 내부현실과 외부현실을 모두 감당해낼 에너지가 고갈 되자, 자기보호 차원에서 안전하지 않은 외부세계로부터 침투된 온갖 정신적 지각을 무차별적으로 제거하거나 마비시키는 '분열'기제가 대대적으로 작동하는 정신증이 발병한 것이다.
“더이상 믿을 수 없는 이 낯선 세상과 교류하고 싶지 않다~지각하지도 느끼고 싶지도 않다~”

그녀의 정신 내부엔 ‘분열’ 작용과 파괴(죽음)욕동이 심화되어 이 세상과 연관해 정신에 각인되었던 기억흔적의 모든 연결 고리들이 전반적으로 파괴(해체)된다. 그 결과 종합적 사고 활동과 언어적 표현기능이 마비되어 멍 한 상태가 된다. 정신을 '간신히 버틸 수 있게끔 해주는 어떤 망상'에 함입된 그녀는, 살아 있는 듯 보이지만 삶이 마비된 꿈없는 생물체다.


강한 ‘충격’이 생겼음은 곧 자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은 강한 외부자극이, 자아의 방어막을 찟고서 정신내부에 침입해 (암이 될 위험을 지닌) 종양덩어리(X)처럼 자리잡은 상태이다. 그 ‘검은덩어리’는 자아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에 강력한 ‘분열’기제에 의해 정신의 한 구석에 봉쇄되는데 그 순간, 그것에 대한 자아의 지각기능도 함께 마비된다. 그로인해 그녀의 삶은 알수 없는 무엇의 기운에 의해 늘 왠지 불안하고 멍한 상태가 반복된다.

그 ‘충격덩이’는 향후에 개체의 건강한 자아부분이 견실한 발달과정을 겪을 경우, 성장한 자아기능에 의해 ‘나중에’ 꿈이나 기억에 떠올려져 사고로 정리되고 언어로 표현되어 성찰되는 순간...비로소 최초의 위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 충격’은 더 이상 암덩어리가 아닌 무엇으로 그 질과 양이 변화된다.

그런데 상상계 속에서 과도하게 융합해 살아가는 가족의 경우, 겉으로는 말을 하며 살지만, 그들은 자신의 내적 상처에의 접근을 회피시키는 ‘제한된 영역의 안전한 말들만 선별해서 사용하는 제한적인 삶을 살 뿐이다. 그들은 ’권위있는 타자의 언어‘를 진정으로 가치롭게 수용하기보다, 무의식의 상처 부분에 접근하는 모든 언어를 회피(거부)하며, ’보고 싶은 것만 반복 지각하는 상상계 속에 산다.("제발 부정적인 말좀 하지 마세요~!") 그곳에서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좋은 구세주 대 나쁜 악마‘, 너와 나 사이의 안전한 2자관계 언어만 있을 뿐, 자신을 제3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지각하게 도와주는 ’상징계(타자)의 언어, 아버지의 언어, 자기반성적이고 상호주관적인 대화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 자신이 믿었던 그 대상으로 인해 생긴 (망각된 초기) 상처를 치유해줄 ‘상징계 언어’를 사용하는 진정한 대타자의 언어를 만나지 못했기에(회피해 왔기에), 세상으로 나아가 '온전한 예비부모'로 검증받는 중요 순간에 '우연'한 듯 보이는 현상들(부정적 얼굴모습, 성형수술, 후유증)이 생겨.. Y가 발병한 것이고, 그동안 절대적 보호자 역할을 해오던 S자신도 딸의 병증에 대처하는 (원인과) 방법을 몰라, 위기를 벗어나게 도와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권위가 살아 움직이는 상징계 현실’을 살아내지 못한 채, (투사적동일시와 원초 정서와 사적인 가족 언어로 소통하는) '상상계의 2자관계 언어'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의식에 잠재된 상처와 연결되어 예상못한 현실의 상처가 생길 때, 무기력한 상태에 처한다. 그들은 부정적인 현실 사태에 대처하게 도움주는 상징계의 수단들에 접속하여, 그것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지니지 못한다. 그로인해 불안의 굴레를 돌파하는데 심각한 난관에 직면히게 된다. “나 너무 힘들어 ! 그만 다 끝내고 싶어...!”

정신분석은 ‘자유연상ㆍ꿈해석ㆍ전이와 저항 분석 ` 증상 분석ㆍ분석관계'를 통해, 일상세계의 사람 관계에선 결코 접속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충격 덩이’에 진입해, (사건 사고 당시에) ‘몸과 정신 속에 박힌 그것’을 세세히 끄집어 언어로 표현해내 성찰하게 도와주는, 존재를 변환시키는 신기한 모험 과정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생사에서 혹여 당신이 뜻밖의 섬뜩한 충격을 겪는다면, 그 충격이 무의식 깊은 곳에로 분열되어 망각되기 전에, 집 가까운 곳의 정신분석가를 찾아가라. 그리고 '자신모르게 난생 처음 쓰는 언어적 표현들을 '이제 됬다!' "아, 이것이 인생이구나!"라는 느낌이 들때까지 정신없이 쏟아내라. '충격'과 연관해 망각되었던 모든 것(망각된 뿌리들, 불편했던 '그것'..)에 관해 카우치에서 아무 생각없이 자유롭게 끝까~지 밷어내라...

그것은 나중에(중요 순간에) 뜻밖의 마력을 드러내는 (원인모를 온갖) 후유증들로부터 자신과 배우자와 자식의 삶을 지켜주는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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