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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간 지속된 프로이디언 꿈분석 수업이 며칠 전에 종료되었다. 수업참여자들과 선생 사이의 예축하기 힘든 '무의식 역동' 때문에, 매 년 다른 흔적과 여운을 남기는 꿈클레스! 올해 꿈클레스의 특이점은 학기 종반부에 프로이드와 매우 다른 정신해부도와 정신발달론을 강조한 융의 꿈관점을 3주에 걸쳐 음미한 데 있다. 첫 주는, 융의 정신해부도인 <자아 대 자기, 개인무의식 대 집단무의식, 개성화 과정> 개념을 필자가 안내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상의 냉대를 견디며 프로이드가 평생 탐색한 '의식이 불편해하는 사실이나 금지된 욕망들로 구성된 개인무의식' 배후에, 개개인들이 지각못하는 또다른 힘은 없는가? 융은 이 물음을 진지하게 던진 선구자였고, 꿈, 신화, 정신질환..을 생성시킨 '미지의 힘' 탐구의 결실을 '집단무의식'으로 개념화하였다. 집단무의식이란 우리 내부에서 작동하고 있는 우리가 모르는 거대한 인류무의식을 뜻한다. 융이 정리한 '정신 해부도'를 간략화하면 다음과 같다 : 자아의식/그림자(개인무의식) ~> 페르조나(사회적 얼굴)/아니마-아니무스(본래적 성, 내적 인격) ~> '자기'( 원형,집단무의식)/마성인격 현대의 우리가 정신의 안정된 균형을 이루고,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전체적으로 왜곡없이 이해하며, 확장된 '자기실현'을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융이 안내하는 정신해부도 각각을 경험과정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야 한다. (은밀한 호기심과 더불어) 혐오감을 일으켰던 프로이드와 달리, 융이 당대 인류에게 당당하게 공개한 정신(보물)지도는 '개성화 과정'이다. 그것은 곧 인간이 정신의 온전한 성장을 성취하기 위해 평생 실행해 가면 좋을 정신활동의 내용, 단계, 방향을 지칭한다. 그것에는 인생 과정에서 발굴해내 소유해야 할 '보물들 항목'들도 적혀있다. 그 보물을 소유하려면.. 일차적으로 우리는 알고 싶지 않아서 회피해온 '내 안의 부정적 요소들인 그림자'들을 하나씩 직면하여 자아에 통합해야 한다. 무의식에 분열된 그림자들을 직면하는 것은 어색하고 유치하고 불편하고 섬뜩하기에, 자동 회피된다. 그런데 자기 내면의 열등한(부정적인) 요소들인 그림자를 계속 회피하면, 그것의 힘이 점점 비대해져서 어느순간 자아의식을 점령하여 무력화시키게 된다. 잘 지내는 듯 보이던 개인이 어느날 현실에서 뜻밖의 실수를 저질러 힘든 상황에 처하는 것은, 오랜기간 외면해온 그림자의 괴력에 갑자기 자아기능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인격의 발달을 방해하는 무의식의 그림자들을 하나하나 대면하여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력자'(정신분석가..) 의 도움관계가 필요하다. 자아의식이 섬뜩하고 수치스런 그림자를 통합해내는 과정은, 이미 그 과정을 통과한 비범한 조력자의 도움이 있어야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 개인의 인격 성장을 가로막는 제1 그림자는 '유년기의 부정적 엄마표상'이다. 최초 양육자가 개인의 정신에 남긴 그림자인 '부정적 엄마상(엄마 콤플렉스)'을 대면하여 그것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인간은 결코 정신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소유한 '성인' 정신성을 획득하지 못한 채, 엄마의 욕망에 좌우되는 아이의 정신성을 벗어날 수 없다. 엄마콤플렉스를 극복해낸 다음에는, 타자일반과 상징적으로 관계하는 사회적 인격(페르조나)을 형성하고 개발하고 세련화하는 오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소외시켜온 '본래의 성'(아니마-아니무스)을 대면하고 구체적으로 경험하면서 그 에너지를 자아에 통합해야 한다. 사회적 직업-신분-성별-나이와 연관해 개인이 사회로부터 교육받고 요구받아 드러내는 나의 인격 모습은, 나의 진짜 모습과는 다르다. 사회적 얼굴은 사회의 시선을 지각하고 사회의 요구를 수행하는데 적합한 특성을 지니지면, 과도할 경우 개인의 자연적 욕구가 과잉 억압된다. 이 얼굴을 마치 내 인격의 전부(본질)인 양 착각하여, '사회적 역할'에 자신의 에너지를 다 쏟아온 (성실한, 경직된) 사람은, 외부적으로 일견 듬직해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은 미숙하고 불만스런 소외 상태에 처하게 된다. 사회적 역할(직업적 얼굴)과 자기 '본연의 내면욕구'(아니마-아니무스)를 각각 알아서 (고민과 갈등과 노력과정을 통해) 만족시키는 활동은, 사회적 존재이자 자연적 존재인 인간이, '욕망의 균형있는 만족과 발달'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만하는 핵심 과제이다. 앞의 과정들이 온전히 체험되고 소화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인간의 궁극적 완성태'이자, 정신의 대극적 요소들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초개인적 인류 차원의) 자기(Self)'에 (개인적 경험차원의) 자아(Ego)가 온전히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집단무의식에 내재된 인류의 보물인 원형 에너지를 개인의 자아가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현실에서 이루고 싶었던 일들(큰 과업)을 경이롭게 성취할 수 있게 된다. 개인 내면의 중심부에 위치한 인류의 거대한 '자기' 에너지를 개인의 자아가 현실에서 사용하여 민족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인류의 시대적 정신을 새로운 차원으로 고양시킨 인간을 '영웅, 성현, 위인'이라 칭한다. 현대인인 우리가 영웅을 탄생시키는 인류의 원형에너지(보물창고)에 접속하여 그것을 주체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개성화 방향은, 개인마다 양태가 매우 다를 수 있다. 융에게 꿈해석이란, 개인이 타고난 잠재능력을 현실에서 온전히 실현(자기 실현)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힘들(그림자, 부정적 아니마-아니무스, 콤플렉스)을 하나씩 직면하고 대결( 자아 통합)하여, 인생의 궁극 목적인 ('자기' 속의 원형에너지를 자아의 경험현실에서 사용하여 그 시대의 인류가 필요로하는 과제를 성취하는) '자기 실현'에 도달하게끔 분석가와 몽자가 함께 꾸준히 노력해가는 작업이다. [인간 삶에 밀려드는 뜻밖의 곤경과 불안들은, 우리로하여금 익숙한 기존 정신성에 은폐된 문제들을 대면하는 모험을 시작하여 정신을 새롭게 성장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심층의 '자기'가 발생시키는 뜻깊은 메시지이다. 우리의 내면에는 개성화 과정을 성취할 수 있는 잠재에너지 (인류원형, 선험목적)가 늘 존재한다. 그런데 이 에너지는 '무의식 심층의 자기'가 보내는 상징 메시지를 자각하고 감응하여 시대(현재상태)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신의 모험을 하는 자에게만 접속되고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좀처럼 자각하지 못한 채, 왜곡된 부분지각을 반복하고 좁은 시야에 갇혀서 살 뿐이다.) ] 둘째 주엔, 35년간 융이언 분석 훈련을 받고 융이언 분석을 실행해온 중진 융분석가가, 융의 인생관을 소화된 언어로 안내하였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적어 본다. 융의 제1전제이자 핵심 명제는 <인간은 '자기 실현'을 추구하는 존재이다.>이다. 꿈은 정신의 불균형 상태를 보충하려는.. 전체정신인 자기(Self)의 자율적 활동에 의해 생성된 결과물로서, 그 '목적'은 몽자인 우리를 어디를 향해 끌고 가려는 데 있다. 꿈에 내재된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려면, 기존 정신이 지각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떠올려 정신의 틀을 확충시키는 '해석 작업'이 필요하다. 발현된 꿈들에 내재된 목적의 일차적 내용은 삶(대상, 현실)에 대한 '일방향적(편집적, 부분적) 지각'을 넘어 '전체적 인식'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차원' 배후에 늘 '인류 차원'의 목적지향적 윰직임이 작동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개개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격한 사건들은, 상당부분 의식모르게 작동되는 인류무의식의 거시적 힘에 기인한다.) 우리가 현재 지니고 있는 개인차원의 '자아의식'과 다른 작용(인류의 '자기' 활동)이 꿈에 일어나며, 이것을 성찰할 때 자기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확장'된다. 정신을 확장시키는 데 유익한 자료들은 특히 꿈과 신화에 잘 나타난다. 인간은 <그림자 대면 작업>과 <본능 대면 작업>을 거쳐야만 비로서 인격의 변화가 일어나므로, 꿈해석의 상당 부분은 자연히 이 과정에 집중된다. 자신의 장점을 타인에게 부각시켜 성공을 이루는 사회적 삶에 적응하려면, 자연스레 사회적 인격(얼굴) 이면에 숨겨야만 하는 나의 미숙한 요소들인 '그림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에서 성공적인 전문직업을 성취한 댓가로, 일정부분 억압하고 외면해온 그림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융은 우리가 그림자에 어느순간 압도되어 뜻밖의 증상에 시달리거나 무기력해 질때, 이런 곤경이 지금 우리에게 일어난 의미가 무엇인지를 '자기 실현이라는 거시적 목적 차원'에서 숙고할 것을 조언한다. 가령 그림자로 인한 고통 증상들의 일차적 목적의미는 "우리가 그동안 외면하여 소외시켜온 정신 부분들을 더이상 방치하지 말고, 앞으로의 삶에서 꾸준히 대면, 보충, 발달시켜 정신의 전체적 균형을 이루라"이다. 그림자 통합이 어느정도 이루어지면, 보다 고양된 정신발달을 위해, 사회적으로 강요된 성 역할(페르조나)에 의해 억압해온 자신의 '본래의 성'(아니마-아니무스)을 대면하고 보충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꿈과 현실 모두에서 '머리가 아닌 경험을 통해 보충'되어야 한다.... 꿈해석할 때 두 양태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꿈은 꿈에 나온 이미지들을 현실 대상들의 반영으로 생각하고서, 꿈을 이해하는 <객관단계 해석>과 꿈 속 이미지들이 몽자의 '정신세계를 상징화'한 것으로 이해하는 <주관단계 해석>으로 구성된다. 객관단계 해석은 자아가 외부세계의 대상관계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느끼고 투사하는지 알게 해준다. 그로인해 자아의식의 편협된 (주관적) 왜곡 상태를 벗어나게 해주므로, 자아를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이에 비해 주관단계 해석은 '나'라는 개인정신과 독립된 정신세계인 인류무의식에 대한 통찰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다. 꿈을 해석할 때는 이 두 단계의 해석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강 후반부엔 내담자의 꿈들에 나타난 그림자, 아니마-아미무스, 자기의 원형들에 대해 구체적인 꿈사례 해석이 있었다.) 셋째 주엔, 내게 프로이드 꿈수업을 2년간 습득한 후, (필자가 추천한) 융분석가에게 1년간 꿈분석을 받은 경험을 지닌 두 상담사가, 융이언 꿈분석 경험이 자신에게 준 에너지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이 무엇이었는지 대해, 자기 꿈을 매개로 발표하는 신선한 시간을 가졌다. 프로이드와 융의 꿈해석을 함께 체험한 두 발표자의 공통된 목소리는, "프로이드의 꿈해석은 개인 내부의 무의식 요소를 세밀하고 집요하게 직면시켜 성찰을 돕는데 비해, 융은 '바다같은 거대한 지혜'에 도달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였다. 꿈클레스 종강 시간에 1년간 프로이드의 꿈해석 관점을 안내해온 선생인 내 속에서 자연스레 다음의 말이 수강생들을 향해 나왔다. "개인무의식에 접속하여 그것을 세세히 음미하는 프로이드의 꿈관점과, 자아의식의 경계를 거시적으로 확장시켜 인류무의식에 접속하게 하는 융의 관점을 열린마음으로 함께 포용해 보세요~!" 꿈선생의 말이 수강생들에게 어떻게 수용되었을까? "많은 수강생들이 프로이드와 융의 관점을 함께 수용하라는 말에 큰 부담이 느껴지고 정신이 혼란스러워했어요" 라는 말이 꿈클레스가 종결된 얼마후 내게 들렸다. 수강생들의 그 반응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꿈선생인 나 조차 프로이드와 융의 개념과 관점이 정신내부에서 일으키는 충돌에 당황했고 이를 나름 소화하는데 무려 10여년의 뜸드는 기간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록 지금 당장은 혼돈스러울지라도, 열린마음으로 서로 다른 관점을 함께 수용하여 소화해가는 길이 , 정신분석 공부 지평을 확장시키는데 유익하지 않은가? 그런데 인간 마음의 움직임이 참 묘하다. 프로이드 꿈해석 관점이 지닌 가치와 매력을 과거 십여년간, 그리고 지난 1년내내 강조해온 꿈선생인 내가, 왜 하필 수업을 마무리하는 무렵에 꿈해석의 영광을 프로이드에게 돌리는 횡보가 아닌, 약간 엉뚱하게, 융분석가를 초빙하고 융꿈관점 소개를 (최초 의도와 다르게) 3주 씩이나 진행한 것일까? 왜 (프로이트 꿈관점의 가치를 강조하던 과거 학기들과 달리) "프로이드와 융을 함께 참조하는게 좋다"는 말로 마지막 메시지를 표현하게 된 것일까? (지인들의 죽음이 이어지기 시작한) 장년의 언젠가부터 개인차원의 무의식에만 집중하는 정신분석 관점과 개념 틀에 대해 조금씩 한계가 느껴졌었다. "이것이 전부인가?" 거대한 인류무의식에 접속한 인간(성현, 괴물)이 전하는 기존의 정신경계를 확장시키는 전율의 소리와, 개인무의식의 내밀한 무엇에 접한 인간의 격동적 소리를 함께 듣는다면, 진리를 추구하는 분들에게 커다란 기쁨이 아니겠는가? 꿈해석 수련자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파동이 한동안 있겠지만.. 프로이드 꿈수업 과정에서의.. " 융의 정신해부도 안내 -> 융이언 분석가의 특강(융이안 꿈분석 실습) -> 융이언 꿈분석 체험자의 자기분석적 꿈해석 발표" 로 진행된 '3회기에 걸친 융이언 꿈해석 수업 구성'은, 지금 돌이켜보아도 '마음 경계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관점과 목소리를 수용하는데 희소성을 지닌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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