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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나타나...저와 섹스했어요. 땀이 흠뻑 젖을 정도로 격렬하게...아. 행복했구요. 깨고 나서도 그 장면이 생생했어요. 몇 년 동안 찌뿌듯했던 심신이 모처럼 개운해진 느낌이었어요. 내게 뭔가 새로운 생활이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 ㄱ : 아버지와 관계가 어떠했나요? 세상을 떠나셨나요? ㅁ : 아버지는 살아 계시고요. 오래전부터 저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어요. ㄱ : .... 꿈분석 클레스에서 어느 30대 여성 수강생이 표현한 말이다. (무의식을 교감하는 정신분석클레스에서는 이런 꿈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 꿈의 의미는 무엇인가? Freud에 의하면 보통 사람의 경우 근친상간 내용을 담은 꿈은 검열되어 희미하게 되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장되며, 노골적으로 표현될 경우 불안이 발생해 성교 직전에 꿈에서 깨어난다. 깨어나서도 기분이 찝찝하고 불안정해져, 곧 망각되거나 망각하려 애쓴다. (정신구조상) 의식은 결코 ‘그것’을 즐길 수 없다. 그런데 위 몽자는 그 꿈장면이 꿈에서도 깨어나서도 너무도 생생하고 행복했고,,,삶에 에너지를 얻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위 꿈이 어떤 의미이기에, 몽자는 보통 사람과 다른 정서 반응을 보인 것일까? 혹시 이 꿈을 꾼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다른 정신성을 지닌 것인가? 꿈속에서 그리고 꿈을 깬 후 지속되는 몽자의 꿈감정은 많은 경우 무의식의 상태(꿈사고)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아울러 꿈 감정은 서로 대립되는 요구를 해대는 정신 내부(intra-psychic, inter-systemic) 조직들 전반에 대한 ‘자아의 총체적인 느낌’을 반영한다. 꿈의 내용과 연관된 ‘몽자의 반응’에 초점을 맞춘다면, 위 꿈은 금지된 소망을 충족하는 의미가 아니다. 금지된 소망의 표현이었다면, 초자아의 준엄한 비난과 자아의 ‘억압 방어’가 작동되어 꿈에서 결코 행복감을 누릴 수 없고, 깨어나서도 좋은 기분 상태를 지닐 수 없다. 오히려 극심한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려야 한다. 그렇다면 이 꿈은 어떤 동기에 의해 생성된 것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일차적으로 이 꿈에서 ‘아버지’는 현실의 친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유년기의 아버지이다. 상세히 말한다면, '도덕적 금기 명령'을 하는 오이디푸스 중기 이후의 아버지가 아니라, 성차이 지각 이후부터 도덕적 금기 명령과 거세공포를 지각하기 이전 ‘사이 시기’의 아버지이다. 여자아이에게 그 시기의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며,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는 힘을 지니며, 자신의 요구를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으로 믿어지는 전능한 매력을 지닌 대상이다. 그런 아버지와 결합하는 것은 모든 여자(아이)의 보편적 소망이다. 이 꿈은 오랜 기간 현실세계에서 힘들게 살아오면서 어린시절의 아버지와 유사한 대상을 만나지 못해온 몽자가 (재결합하고픈) ‘보호자를 바라는 소망 꿈’이다. 주목할 점은 ‘아버지와 성관계’를 했음에도 불안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왜인가? 이는 몽자가 지닌 무의식적 소망의 무게중심이 ‘금지된 성욕 충족’보다, 전적인 돌봄을 제공해주는 보호자 내지 자주 불안정해지는 ‘자기’를 응집시켜줄 힘을 지닌 '이상적인 대상’과의 합일에 있기 때문이다. 온전한 '자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보충해주는 '자기대상'‘(self-object) 경험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하는 Kohut의 눈으로 보면, 꿈속의 ‘아버지’는 몽자의 '여자로서의 소망'을 충족시키는 ‘금지된 쾌락 대상'이기 보다, '인간‘으로서의 실존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자기대상' 역할을 하고 있다. ("ㅁ! 그대는 내가 영원히 함께하고픈 귀한 존재야~") 옛부터 '아버지'는 '이상적 대상'의 상징표상이다. ‘이상적인 자기대상’과의 결합 욕구는, 원시시대부터 존재해온 인류의 자연심성이다. ‘신과의 합일’, ‘왕과의 합일, ’교주(성직자Father)와의 합일‘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자와의 합일....자신이 가장 가치롭게 여기는 고귀한 대상과의 합일...은 ’금지된(노출되면 창피한) 쾌락 충족‘과 질이 다르다. 그것은 ’불안하고 하찮고 위태롭던 생존‘ 상태로부터 ’안전하고 귀한 생활 상태‘로의 질적 도약, ’구원‘의 의미가 크다. 그 상태에서의 행복감은 ’금지된 음탕한 짜릿한 쾌락‘과는 다른,,,일종의 충만감, 자존감이 보충되는 기쁨,..이기에, 자신의 의식이나 타인에게 노출되어도 수치스럽지 않다. 어떤 합일이 ‘금지된 쾌락 소망의 표현’으로 지각되는 경우, 그 합일은 현실에서는 물론이고 꿈속에서 조차 결코 적나라하게 실현될 수 없다. 이것이 소위 경직된 초자아를 지닌 신경증자들과 사회적 도덕성을 지닌 보통 사람의 심리 구조이다. 남녀 성차이를 모르는 유아에게 그리고 성차이를 지각하긴 하였지만, 성적 욕망 표현이 아직 아버지에 의해 금지당하기 이전 시기인 오이디푸스기 초기(4세 이하)의 아이에게, ‘아버지’는 자존감의 근원이자 정신을 응집시키고 조직화하는 ‘자기'(Self)를 형성하는데 거대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이상적 자기대상’이다. (역으로 몽자에게 '이상적 자기대상'으로 지각된 현실의 모든 대상들은 꿈에서 '아버지'로 상징화될 수 있다.) 30대의 몽자는 오랜기간 진정한 ‘이상적 대상’을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해왔기에, 삶이 계속 힘들고, 정신이 늘 결핍에 시달려 왔다. 위 꿈은 그런 삶의 맥락에서 꾸어진 꿈으로서, 금지된 소망충족보다 결여된 ‘이상적 자기대상’과 결합하는 꿈이었기에, 에너지를 보충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타인들에게 그 꿈을 표현하는데 당당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Kohut의 관점에서 보면, 위 꿈은 몽자에게 현실에서 ‘이상적 자기대상’ 보충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거나, 이미 현실에서 ‘이상적인 자기대상’ 결핍이 보충되고 있다는 ‘현재 자기상태’를 반영해주는 꿈이다. Jung 학파의 입장에서 보면, 위 꿈 속 ‘아버지’는 인생의 나아가야 할 바를 안내해주는 ‘지혜노인’ 내지, 서로 대립되는 요소들을 조화롭게 통합하여 잠재된 집단무의식의 에너지를 자아에 제공해주는 기능을 하는 ‘자기(Self)’의 표상이다. 꿈에서 몽자는 오랜기간 ‘(인류의 본능에너지 보유체인) 자기’와 단절되어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정신분석의 도움으로) 비로소 (인류의 원형인) '자기'와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생생히 접촉’하고 그 에너지를 흡입한다. 그로인해 오랜 동안 세상을 원망하며 피해의식을 지니고 살다가, ‘대극이 합일되고 정신 균형이 회복되어, 비로소 오랜 기간 침체되었던 심신이 개운해 질 수 있었다. 이에 비해 꿈에 감춰진 의미(꿈의 '내용')보다 무의식적 소망들에 대한 자아의 방어 유형(꿈의 ‘형식’)에 주목하는 자아심리학자는, 위 꿈이 금지된 소망에 대한 몽자의 자아방어기능이 온전히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반영한다고 본다. 몽자가 금지된 소망의 변장없는 표출에 대해 꿈과 현실 모두에서 ‘이상해하는 자각’이 없음은 몽자의 초자아가 미숙하고, ‘경계를 세우고 분별하는 자아의 기능’이 미발달해 있다는 징표이다.(또는 더 깊고 위험한 퇴행적 욕구와 원초 불안을 숨기려는 방어가 작동된 타협형성물일 수도 있다.) 아울러 '이성의 부모와 결합하고픈 오이디푸스기 욕구'에 대한 방어가 작동되지 않음은, 몽자의 자아가 언어적 규범습득 이전 상태인 최초 보호자와의 무경계적 융합 상태(엄마-유아 공생기 상태)를 지향하는 ‘구조화되지 못한 인격’(under-structured personality)에 머물러 있다는 징표이다. 이 경우 이 꿈의 의미는 몽자가 준엄한 도덕규범과 냉정한 평가들이 난무하는 현실세계에 적응하기 힘든 미숙하고 위험한 자아상태에 있으며, '자아의 구조화된 발달'을 위해 유년기 부모가 미처 제공하지 못한 대리자아 기능을 보충해주는 조력자(자기대상, 분석가..)의 도움을 몹시 필요로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경우 꿈 속 ‘아버지’는 (현실에서 융합하고픈 어떤 '이상적 대상'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실상은 ‘유아기에 품어주고 전적으로 보살펴주던 전능한 엄마’를, ‘아버지와의 성교’는 ‘그 엄마와 융합하고픈 ('나'를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퇴행) 욕망’을 방어로 '전치시킨 타협형성물’이다. (자존감 결핍이 주 문제인 30대 독신 여성에겐 차마 ‘엄마 품에 안긴 아기로서의 자기’ 모습보다는, ‘아버지와 성교하는 여인’이 차라리 더 번듯하고 가치로운 꿈속 ‘자기 상’(self image)으로 지각되었을 수도 있다.) 어떤 꿈해석이 실재(The Real)의 심연을 찌르는 것일까? 이에 대한 판단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꿈에 대한 연상들이 다중으로 전개되는 '정신분석 상황'이라면 위 꿈에 대한 세밀한 판단과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프로이드, 자아심리학, 융, 코헛... 각각은 꿈의 의미와 몽자의 내면상태에 대해 우리에게 뭔가를 보게 도와준다. 욕망 충족과 생존을 위해 타자들과의 관계망에 얽혀 때로 의지와 무관하게 이리저리 휩쓸리다 노쇠하는 인간 삶에서, 꿈은 우리의 '진짜 마음'을 보게 해주는 신기한 거울이다. 꿈은 몽자의 내면상태를 상징으로 전하거나 이해하기 어렵게 변형 할지언정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단 한번이라도 진정한 자기 모습을 대면하고 싶다면 '합리화된 생각들'을 내려놓고 자신의 꿈을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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