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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학교공부, 대인관계. 이것들이 대체 내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세상도 내 인생도 하찮케 느껴지고, 그냥 죽고 싶어요~" B : "이 세상에 진정 확실한 것이 있는가? 인간이 영원히 안심하고 믿어도 좋은 무엇이 과연 존재하는가 ?" 인간에겐 병리적 의심과 성숙한 의심이 함께 있다. 가령 편집분열 요소와 자기애 고착 성향이 높은 사람에게는, 외부세계가 전하는 메시지들에 대해 ‘긍정적인 자동 믿음’이 아닌 ‘부정적인 의심과 자동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그 결과 외부세계의 자극들에 가치와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편집된 지각으로 왜곡하며 수용하지 못하는 증상이 반복된다. 외부세계의 변화무쌍한 자극들을 가치롭게 수용하여 '스스로 소화'해내는 작용이 멈춘 인간은, 정확하게 그 순간부터 정신의 발달이 멈추게 된다. 생물학적 나이만 먹을 뿐이다. 이에 비해 인류를 진화시킨 최상급 의심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철학자의 의심이다. 철학적 의심의 진면목을 내게 전해준 대표 모델은 David Hume 과 Nietzsche. 그리고 원로 철학자 박동환이다. (철학자의 의심은 정신분석학자의 의심과 어떤 점에선 같고, 어떤 점에선 다르다. 정신분석가는 기본적으로 의식에 나타난 정신현상들과 언어 표현들이, 과연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의심한다. 종종 의지와 달리 작동되는 정신신체 현상들이 '무의식의 진실'을 어떤 방어기제를 통해 어느정도 변장시켜 의식에로 표출된 것인지를 주목한다. 아울러 현재 나의 삶이 타자의 욕망에 따른 것인지, '진정한 나'의 욕구를 반영하고 만족시키고 있는지를 의심한다. 이에비해 ) 철학자의 의심은 현재 이 세상이 우리에게 전해준 ‘진리’라는 이름의 그 무엇이, 과연 우리가 삶을 바쳐 탐구하고 그것에 따라 삶을 살아도 될 만큼의 진실성과 가치를 지닌 것인가?를 묻고 또 묻는다. 각종 불안에 시달리는 인간에게 어떤 강렬한 희망을 갖게 하는 (현실의 결핍을 완벽히 채워줄 힘을 지닌 것으로 기대하는) 거룩하고 완벽한 ‘진리’가 실재하는가? '진리'라는 의미에는 삶의 진정한 본질과 (마땅히 추구할 가치를 지닌) 궁극목적과 행위규범 가치관이 담겨 있다. 따라서 그 진리를 믿는(‘최상의 가치’로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은 곧 그것과 더불어, 그것의 말씀에 따라 (순응하며) 사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보통의 문제가 아니다. 철학자들은 그가 살던 시대와 사회가 '진리[:최상의 생활방식]'로 규정하는 어떤 삶을 평생 계속 사는 것이 과연 최상의 선택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냥 사회가 요구하고 권유하는 ‘진리’를 믿고 따르며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한 생존방식일 수 있건만, 어떤 사람에겐 기존 사회가 전하는 ‘진리’ 모델에 결핍과 불만족이 느껴지기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뭔가를 찾으려 방황하곤 한다. Hume은 18세기에 당대인이 확실한 진리라고 믿던 생각들에 대해, 엉뚱한 의문을 제기한다. 가령, 우리가 진리로 믿는 <‘대상’의 동일성, ‘나’의 동일성 / (현상을 원인과 결과로 생각하는) ‘인과성’, & (삶을 규범지우는) 도덕적 ‘당위성’> 이 과연 확실한 경험적 지식 근거를 지니고 있는가? 그는 세계 각지를 정복해 국가의 풍요를 누릴 수 있게 한 '과학의 힘'에 매료된 당대 영국인들이 확신했던 과학적 진리판단 기준인 경험관찰 할 수 있는 객관적 ‘감각 자료’에 근거해, 현존하는 주요 관념과 이론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경험주의 논리추론을 극대화한다. 그 결과 놀랍게도 확실한 상식으로 통용되던 세 관념(인과성, 동일성, 당위성)이, ‘사실’에 근거된 과학적 진리로 검증되지 못함을 드러낸다. 그 관념들은 삶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과정에서 오랜기간에 걸쳐 생성되어 정착된 사회관습의 산물이며, 생존본능이 일으킨 (생존에 유익한 기능을 하는) ‘자연적 믿음’(natural belief)의 일종임을 드러낸다. Hume은 경험주의 사유 추론을 극대화할 경우, '냉철하고 엄밀한 사유'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결과적 진실’이 '아름답고 선하고 유익한 진리'와 다른 당황스런 내용일 수 있음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런 ‘불편한 진실’은 일상생활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보통사람의 경우는 그것에 도달하는 (사유) 과정에서 자연본능과 관습적 사고(상식)에 의해 끊임없이 내적 방해를 받게 된다. 보통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생존에 유익함과 행복'이지, '진실 인식'이 아니다. 이에비해 철학자는 당대 사회가 제공한 사유체계 속에서 그 체계 ‘밖’으로 나와 존재의 실상을 보고 싶어 하는 이색적인지적 욕구를 지니며, 이를 실행하고자 삶을 안정화시키는 상식적 사유의 타당성에 계속 의문을 던지는 존재다. 상식을 깨뜨리는 활동가는 일반인의 정신에 혼란을 일으킨다. 그래서 그는 보통사람과 정치가에게 귀찮고 밉쌀스러운 존재로 지각되어 소크라테스처럼 사회에서 거세당할 위험을 지닌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적 관습과 철학적 사유 사이의 충돌이 일으키는 파장을 잘 아는 노련한 외교관 직업을 가진 Hume은, 반성능력에 의해 얻어진 '냉정한 철학적 지식'보다, 삶을 안정시키는 '자연적 신념'과 공동체의 관습(convention)이, 보다 현명한 삶의 지혜를 담고 있을 수 있다는 말로서, 현실과 조화롭게 타협한다. Nietzsche 는 전통 형이상학의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확신과 '도덕 관념'이 인류사에서 최초 발생되는 과정과, 일련의 투쟁과정을 거쳐 '진리'로 정착되는 과정, 현재 우리의 정신 속에 ‘귀중한 의미’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선입견을 내려놓고 세세히 추적해가는 발생학(계보학,genealogy)적 의심의 진수를 보여준 철학자다. 전통 철학자에게 자부심의 토대로 작용했던 “세상에는 목숨을 걸고 추구해볼 가치가 있는 영원불변하는 진리가 있다.” “완전한 善이 이 세상이든 내세이든 실재한다” 라는 형이상학 관념에 발생학적 의심을 제기하면, 어느순간부터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듯 기성관념과 믿음을 해체시키는 니체의 색다른 목소리들이 들려 온다. "'진리'란 언어의 은유효과로 생성된 의미환상의 일종이다." "'나'라는 무엇은 본래의 실재가 아니라, '주어'-술어 문법에 기인된 의미환상의 일종이다." "'도덕적 당위'란 사회유지를 위해 필요했던 핵심 환상이다." ,"철학은 언어, 개념, 논리, 의식의 힘에 대한 자기도취 한계에 갇힌 의미환상 놀이다."," 삶의 보호막 기능을 하는 환상들을 모두 걷어내고 '실재'를 직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는 괴물로 변할 수도 있다!", "자기 삶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해석할 힘을 지니지 못한 인간은, 힘있는 타인이 제공한 의미를 받아먹으며 길들여진 노예에 불과하다.", "삶을 주체적이면서 다체롭게 살려면, 철학자의 '진실의 눈'과 예술가의 '미적 환상의 눈'이 함께 필요하다."... 이런 말들이 혹자의 정신에 각인되면, 그의 정신성은 어찌되는가? 진리와 환상을 가치매기는 상식의 기준이 뒤바뀌고, ‘하늘이 뒤집어지는’ 현기증 현상이 일어난다. 니체가 예견했던 그대로, 그의 말들을 이해하려 곱씹던 내 안에서 일련의 정신현상들이 펼쳐졌는데, 오랜기간 마음의 안정을 주었던 형이상학 관념들이 마음에서 균열되고 해체되면서 허무주의의 몸살이 일어나고, 관념의 보호막이 사라진 ‘날 것의 실재’가 심신에 엄습하며 이 세상과의 안전했던 인연 줄들이 한순간에 끊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출렁이고, 동시에 인간의 실상에 대한 예상치못한 자각들이 깃들고, 철학 선생을 구지 지속해야만 하는 욕구와 당위감이 옅어지고, 정신이 공허해지는 동시에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고, 관념이 아닌 셍리심리적 현실에서 세상을 지각하고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180도 전환되는 현상이.. 인류사에 등장했던 이러저런 철학들은 각 시대의 필요에 의해 생성된 고유 의미체계라는 것이 발생학 차원에서 선명히 지각되고, 지금까지 내가 추구해온 욕구와 삶의 과정들도 이 시대의 의미체계에 물들어서 추동된, 이 시대가 내게 원했던 결과물임이 자각되고,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가 순연히 전해지는 상태. 니체는 현대인에게 의미와 무의미, 안전한 삶과 모험적 삶, 공허와 충만, 진실추구의 섬뜩함과 희귀함을 '함께 유희하라' 안내하는, 전율과 부담을 주는 괴인이다. 철학자 박동환은 “행복한 삶을 살고 싶으면 철학 때려치우고 보통사람처럼 상식을 믿고 살면 된다.” 라고 종종 비아냥 거렸다. 애써 노력하여 어떤 사유 결과물을 그 분에게 제시하면, “나름 노력했구먼. 그런데 거기서 머무른다면 구지 ‘철학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질 이유론 부족해~” 라며 늘 뒤끝을 남겼다, 불안을 변형시킬 감동스런 진리를 빨리 얻고 싶어하는 제자들에게 늘 “백척간두에 올라가서 한걸음 더 내딛어보라” 요구하는 격이었다. 습득한 어떤 지식에 대해, 의심을 내려놓고 안주하는 순간, 그때 그곳에 너의 ‘자리’가 너의 한계가 고만큼만으로 굳어지는 것이니, 진정한 철학자가 되고 싶으면, 살아있는 한 의심을 결코 내려놓으면 안 된다 ~ 였다. 새로 부각된 어떤 철학이론의 향기ㆍ에너지를 섭렵한 후에 그 이론의 어떤 결함을 찾아내고는 보다 완벽해 보이는 동서양의 다른 철학들을 이리저리 탐색해온 의심의 철학자 박동환은 내겐 따라가기 힘든 ‘골치 아픈 선생 모델’이었다. 나는 한편으론 품위 있는 안정을 누리고 싶었고, 다른 반쪽은 새로움을 접촉하고 싶었는데, 즉 존재 일반에 내재된 동일성과 차이성 비율을 반반씩 인정하고 싶었는데, 그 분은 존재가 끊임없이 변화되고 질서가 뜻밖의 힘에 의해 전복되고, 가장 화려하고 완벽해보이던 ‘진리’들도 시대환경이 변하면 그 결함이 드러나 해체되는 ‘부정성, 차이성’의 거대한 힘(Xx, x-x)의 흐름을 계속 주목해야 함을 강조한다. 박동환에 의하면 특정 시대와 사회가 지녔던 특정 ‘의미 체계’ 내부에서 정립된 (특정) ‘진리’라는 의미의 빛나는 동일성(초시간적 영원성)은 잠시 지속될 뿐인 반짝임(환상)에 불과하고, 모든 존재와 이론들과 관념들의 실상은 언제곤 밀려오고야 마는 거대 파도인 ‘그것’(The Real, X, 차이성, 죽음..)의 힘에 우연히 접촉하는 순간 해체되고 망각되어 심연에 뭍히고 만다. 이런 존재의 낯선 실상 앞에서, 인간이 대비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가?를 계속 묻는 그. 마치 세상을 즐기는 것에 흥미가(능력이?) 없어 보이는 어떤 선지자가 그럭저럭 즐겁게 살고 있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이 세상이 위험한 곳이니 보이지 않는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고 고독하게 외치는 꼴이다. Hume, Nietzsche, 박동환은 그들이 속한 시대를 넘어 다른 정신성을 지닌 새로운 시대를 원하고 예견하고 사다리 역할을 한 선구적 철학자들이다. 이들은 개인차원이 아닌 인류차원의 새로운 생존틀을 짜는 게임에 관심을 쏟았던 듯 보인다. 철학자의 의심은 현재 우리가 믿는 ‘진리’가 과연 거짓없이 실재하는지, 그것이 어디로부터 기원한 것인지, 진정 인간에게 유익한 가치로운 것인지, 그것의 정체를 제대로 알고서 믿고 관계하는 것인지.. 현시대의 상식 관점을 너머서 보려고 노력하는독특한 활동이다. 그런데 상식을 믿으며 현실세계의 요구들에 적응하려 애쓰며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게 '철학자의 의심'은 과연 어떤 심리적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일까? 이러저런 스트레스를 떠않고 살아가는 현재 한국인에게 Hume-Nietzsche-박동환의 '철학'은 과연 어떤 정신적 열매를 맛보게 하는가? 이들은 각각 개인 영혼에 큰 스케일의 자유와 해방을 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의 철학적 의심은 보통사람들이 바라는 행복감을 유지-향상시키는데 별 구체적 도움을 주진 못한다. 이들은 불안 증상에 시달리는 개인들에게 영혼의 안식과 위로를 제공해줄 안정된 치료비법을 제공하지 못한다. 전통 형이상학이 제공하던 구원 관념과 방법을 뒤흔들고 타격을 입혀 해체시킨 주인공들인 이들을 계승한 현대의 철학자들조차 아직 현대인에게 적합한 영혼의 치유책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 결과 오늘날 '철학자'는 세인의 관심을 끄는 매력을 상실한, 존재감 없는 무엇일 뿐이다. '철학자의 전성시대'는 오랜 결핍을 채워줄 '영원한 진리'가 영혼에 생생히 느껴지고 믿어지고 갈구되는 사회환경을 전제한다. 그런데 21세기는 이미 그런 환경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업적 정보화 시대일 뿐이다. 그런 배경 세팅에서는 매스컴 종교가, 매스컴 철학자, 매스컴 유명인이 대중이 동일시하고픈 성공 모델로 부각되고, 날 것의 '진실'을 탐구해 꾸밈없이 전하는 자는 시대환경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아직 일반인과 접촉하여 '정신에 힘을 제공'하는 비법을 지닌 현실 집단으로 정신분석가들이 남아있다. 보통사람이 알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일으키는 미지의 원인들에 접속하는 방법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무의식 전문가'. 그런데 대다수 정신분석가들은 '존재, 인간, 진리, 도덕, 의미, 가치, 논리, 인식능력' 에 대해 물음을 던져, 확실한 답이 얻어질 때까지 결코 안주하지 않는 철학자의 치열한 의심이 지닌 인류사를 변혁시키는 위력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삼라만상과 생명을 생성소멸시키는 그 힘의 정체에 관한 최적의 개념, 이론을 확립하려는 노력과 아울러 그 개념과 이론의 결함을 찾아내 보다 완벽한 새 개념과 이론을 생성해내는 철학자의 투쟁, 전율, 의심을 모른다. 보통의 정신분석가들은 특정 정신분석 이론과 그것을 임상에서 활용해 치료효과을 얻어내는 방법을 숙지할 뿐, 분석가 자신의 존재 특성과 인식능력과 가치관을 거시적 차원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 해석의 한계에 대해 다각도로 의심하는 철학의 눈에 어둡다. 철학자가 인간일반에 대한 거시적 이해를 추구한다면, 임상에서 정신분석가는 개개인 삶의 특수성에 주목하는 미시적 이해를 추구한다. 정신분석은 '삶의 목적, 도덕적 당위, 가치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는 학문적 개념 틀을 갖고 있지 않기에, 개인 삶에 대한 종합 판단과 안내가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미래의 누군가가, '무의식'을 향한 정신분석가의 열정과 심연의 눈 뿐만 아니라, ‘철학자의 커다란 의심’, 상식 너머의 무엇을 포착하는 예술가의 직관, 안 해본 인생 영역을 탐험하는 모험가의 정신을 두루 체험하면 좋을텐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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