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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족 드라마
관리자(cjlee7600@hanmail.net) http://www.freudphil.com
2017년 08월 05일 09:01 112
정신분석을 직업으로 하다 보니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이런 저런 분들이 자기 삶의 힘듬을 하소연하며 자문을 구하곤 한다. 그 중에 가족관계와 관련해 곤경을 겪던 어느 분의 에피소드가 정신분석 주제에 부합하여 소개한다.

오십대 다정씨가 어린 시절부터 사이좋게 지내온 오빠가 결혼을 한 후에 뭔가 정신성이 점점 바뀌더니 최근에는 남보다 못하게 변해서 가슴이 너 무 아프다고 호소한다.
오빠가 왜 변하게 되었는지 짐작되는 게 있는지 물었다.
“그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여자 때문이에요
.....................................................................”


그녀의 말인 즉, 오빠 결혼 예기가 나온 무렵부터 그 여자가 마음에 안들어 어머니의 반대가 있었고, 결혼 후 그 여자가 시댁 가족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거짓태도를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그 여자'는 오빠의 부인(올케)이다.

(정신분석은 부부관계, 가족관계에 접근할 때 보통의 사람들이 간과하는 미세한 것들에 주목한다.)
다정씨에게 물었다. 올케가 시댁식구들에게 불편감을 느낄만한 요소가 뭐가 있을까요?
그녀는 올케에 미운털이 박혔는지, 모든 게 전적으로 올케가 이상한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순간 다정했던 오빠를 친밀감 안드는 다른 여자에게 빼앗긴 듯한 심란함이 그녀에게서 느껴진다. 이런 저런 대화 속에 오빠가 가족에게서 멀어진 이유가 점점 명확해진다.)

오빠는 친구가 적고 자존감이 민감한 성격이었는데, 그의 결핍을 그 부인이 오랜 기간에 걸처 상당부분 채워준 것이다. 그로인해 오빠에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대상이 결혼전 여동생이 아닌 부인이 된 것이다. 그 여동생은 바로 그 사실을 마음으로 인정하기 불편하여, 동갑내기 올케를 향해 오랜 세월에 걸쳐 불편한 기운을 암암리에 드러냈고
점점 불편한 관계가 되어 갈수록, 오빠의 부인은 오빠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여동생의 자리마저 자신이 다 가져간 것이다.

“만날 때마다 정이 많던 예전의 오빠 느낌이 하나도 나지 않아요. 거짓 관계를 해온 올케의 느낌이 오빠에게서 풍겨요. 아, 너무 섬뜻해요 ! 그토록 가깝던 가족관계가 어쩌면 이렇게 될 수 있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않가요 ~”

다정씨는 현재의 실망스런 사태에, 자신이 적지 않은 원인이 되었다는 걸 전혀 지각하지 못한다.
“저는 정말 그 여자가 못마땅했지만 진심으로 대하려 노력해왔어요. 그런데 여우같은 그 여자가 그동안 가짜 미소를 지어 오더니, 급기야 가족관계가 이렇게 냉냉하게 되었어요. 가족애가 그토록 끈끈했던 오빠가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않되요.”

일상의 언어세계에서는 오빠, 여동생, 부인, 가족,,,등등의 일반명사를 쓰기 때문에,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도 일반적 차원에서 진행된다. “오빠가 오빠인데 어찌 그럴수가..”
이에 비해 정신분석에서는 일반명사 차원이 아닌, 개개인의 고유명사 차원으로 대상을 이해하고 지각한다.
가령 어린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가족의 중요위치에 있던 오빠 000라는 대상이, 어떤 정신적 결핍(상처, 불안, 방어..)을 지녔으며, 그 결핍과 연관하여 어떤 욕망을 우선순위로 가진, 어떤 성격 유형의 사람인가? 에 주목한다.

끈끈했던 가족관계가 사라진 것에 너무 속상해하는 다정씨는 자신과 다른 성격을 지닌 오빠가 자신과 다른 무엇을 욕망하며, 그것을 채워주는 대상이 어떤 성격의 사람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온전히 알지 못한다. 그로인해 사람 사이에 기대와 실망, 오해가 생기고 기분이 상해 자신모르게 부적절한 처신이 행해지고...그것이 누적되어 급기야 회복되기 쉽지 않은 가족관계가 발생되곤 한다.

실상은, 여자들 사이의 애정경쟁에서 승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다정씨의 히스테리 성향이 오빠의 부인(올케)의 무의식에 불편한 적대감을 일으켜서, 그로 인해 가족관계가 균열되는 드라마가 생겨난 것이다. 시어머니와 시누에게 자존심이 계속 상한 올케는, 그것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의 남편을 원가족 관계로부터 단절시키려고 독한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남편의 결핍을 채워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데 온갖 공을 들였고, 드디어 그 결실을 맺었던 것이다.

사람의 정신은 오래된 결핍을 채워주는 자에게 끌리게 되고 ‘동화’되게 되어 있다. 그로인해 과거에 다정했던 그 오빠는, 껍데기만 과거와 비슷한 오빠일 뿐, 그 속은 적대감을 지닌 올케의 정신과 융합된 상태이다. 그 오빠는 더 이상 오빠가 아닌, 싸늘한 올케인 것이다.

결혼은 서로 다른 정신성을 지닌 두 가족 집단, 서로 다른 성격구조를 지닌 두 개체가 결합되는 관계이다.
그 결합으로 인해 어떤 양태의 삶이 전개될지 종종 의식의 예측과 전혀 다른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것의 상당 부분은 가족들이 온전히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무의식’에 의해 좌우된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 조화로운 방향으로 갈 것인지, 적대적인 관계로 갈 것인지는...그 개체 각각의 개인무의식과 더불어, 주변식구들이 어떤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가에 의해 상당부분 영향 받는다.

남자 쪽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했던 과거 흔적, 양가의 어머니들 사이가 나빳던 흔적, 시누-올케 사이에 성격적 마찰이 있었던 흔적, 올케의 성격이 외부세계와 단절한 채 남편관계에 온 관심을 쏟는 타입이었다는 점, 오빠가 바로 오직 자기에게만 관심을 집중하는 그런 배우자를 원하는 성격이었다는 점, 등등이 빚어낸 어느 가족의 고난 드라마인 것이다.

[ (가족애가 끈끈하고 자존감이 예민했던) 오빠가 급기야 원가족들과 냉냉한 관계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하면, 그의 정신이 중간의 과도기를 거처서 어느 순간부터 부인에게 함입된(잡아먹힌) 것으로 보여진다. 오빠 부부에겐 나름의 안정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원가족과 단절한 그런 편집적 안식은 '자아가 왜곡된 상태', '진정한 나'(true self) 마비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나 중 에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킨다..]

보통사람은, 서로 다른 정신성을 지닌 (친가-외가) 두 가족 집단 사이,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어떤 종류의 사이무의식이 작동하고 충돌해 왔는지 온전히 인식하진 못하기 때문에, 가족관계가 꼬일 때, 대부분 가장 이질감이 느껴지는 어떤 대상 탓을 하게 되고, 그로인해 꼬인 관계를 풀기가 더 어렵게 된다. ("제가 오빠의 사회적 성공과 행복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얼마나 정성을 쏟아왔는데요 . 그걸 뻔히 알면서도 저렇게 된 것 순전히 그 이상한 여자 때문이에요 ~ ")

그 꼬인 관계는 정신에 소화되지 못한 상태로 다음 세대(자식들) 사이 관계에로 대물림되어, 가문의 역사가 점점 복잡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다정씨가 묻는다. "어찌해야 이 곤경을 해결할 수 있는 건가요?"

그녀를 씩 바라본다. 내게 뭔가를 듣고 싶어하지만, 뭐라 해줄말이 마땅치가 않다. 그녀 내면의 히스테리 환상과 부정적 대상 감정이 먼저 바뀌지 않는한, 심하게 적대적이 된 시누-올케 사이무의식이 바뀔 수 없고, 올케의 무의식이 바뀌지 않는한, 그녀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오빠의 정신성이 과거상태로 회복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큰 장애물은, 다정씨가 내 가까운 지인의 부인이라는 현실적 사실에 있다. 정신분석가는 현실 관계를 맺어왔거나 맺어야 되는 대상은 정신분석 차원에서 도와줄 수가 없다. 정신분석가의 눈으로 감지된 그녀의 어떤 문제를 그녀에게 전해주게 되면...깨달음의 힘으로 광명의 에너지가 솟는 것이 아니라, 조언을 준 사람과 맺었던 기존의 자연스런 인간관계가 어색해지게 된다. 일상의 만남 관계에서 '무의식의 심층 문제'를 깨우쳐주려할 경우엔, 온전히 전달되지도 않을 뿐더러, 현실 관계가 심하게 불편해진다.

정신분석은 오직 '정신분석 세팅' 안에 운명처럼 들어온 분에 한해서 비상한 힘을 발현한다. 그래서 가족, 친인척, 가까운 지인은 그들의 뭔가를 감지하게 될지라도, 직접 도와주기 보다 (상대가 조금 실망할지라도) 다른 전문가를 안내하거나 가볍게 한마디 조언만 주는 것이 정신분석학계의 암묵 원칙이다.

(자신의 기존 신념과 정신이 뒤집어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원가족을 구해내고 싶다면)

"마음이 몹시 힘들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좋은 분석가를 찾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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