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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이 무의식 II
관리자(cjlee7600@hanmail.net) http://www.freudphil.com
2017년 06월 05일 06:41 313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누구도 같은 시냇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인간도 자연의 변화 법칙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강조했다.
만물의 본질이 원래 이런 것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면, 늙고 병들고 죽음이 다가 올지라도 두려워하거나 낙담하지 않게 된다.

이에 비해 소크라테스는 인간에게 영원불멸하는 신의 속성인 ‘영혼’이 있음을 역설했다. 불멸하는 신적 대상들에 접속하게 하는 ‘사유 능력인 이성’을 잘 개발하면, 덧없이 변화해 소멸하는 육체와 감정의 세계로부터 '순수한 영혼'들에게만 허락되는 영생의 세계로 초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정신에 수용한 다수의 서양인들은 이후 2천년간 영원불변성과 순수 영혼을 추구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지난 백이십년간 정신의 심연을 탐색해온 현대 정신분석학은 인간 ‘영혼’의 특성에 대해 어떻게 실감하는가?

이 물음에 대해 스웨덴 영화 <더 퓨어(the Pure)>가 뭔가를 보여준다.

영화 속 여주인공 Y의 정신은 일차로 출생이후 부모의 정신성에 영향 받으며 형성된다.
Y는 잠시 좋아서 만났다 헤어진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엄마가 맡아서 키웠는데, 엄마는 끊임없이 주위에 남자들을 필요로 하는 영혼을 지니며, “살아있는 한 최대한 즐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임을 말과 행동으로 딸에게 전해준다. 딸은 엄마의 정신성에 동화되어 어려서부터 다수와 육체적 남녀관계를 생각없이 이어가며, 종종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 곀한 싸움을 벌여 문제인물로 사회기관에 등록된다.

그러던 Y가 스므살이 되자 뭔가 엄마의 삶에, 그리고 엄마처럼 살아온 자신의 삶에 불만족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이따끔 엄마를 향해 격노를 표출하고, 경멸 시선과 욕을 내뿜기도 하고, 뭔가 품격이 다른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진다. 그때 어떤 ‘클레식 음악’을 듣는 순간, 그녀의 욕구와 불안이 진정되는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Y는 무의식의 욕구에 이끌려 음악당 건물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연주회 연습 모습과 소리에 마음이 들뜨게 되고, 우연히 알바직원을 구하던 음악당에, 자신의 엄마가 (육체에 탐닉해 정신 ‘없이’ 사는 존재가 아닌) 작고한 비범한 음악가였다 거짓말을 해서 취직하게 된다.

Y의 정신에선 그 음악당에서 흘러나오는 고상한 음율로 자신의 영혼을 새롭게 만들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
그때 영혼을 감동시킬 천상의 소리를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그 음악당 지휘자 R 과 운명의 만남을 하게 된다.

성욕과 공격욕을 자유롭게 방출하며 기분 좋게 살자 외치는 대중문화(엄마)가 키워낸 Y 와, 영원불멸을 추구해온 인류의 중후한 안식과 감동을 클래식 선율로 재현하려 애써온 R 의 영혼이 아주 가깝게 만나면, 두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예술의 초월적 기쁨을 추구하던 중년의 영혼과, 본능대로만 살아오다 새로운 영혼에너지를 흡입하고 싶어 하는 스므살 청춘이 만나면 두 영혼 사이에선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가?

..........
R 은 Y 에게 떠도는 불안을 정화시키는 시와 철학과 고전 음악의 운율을 '접속'시켜준다.
Y 는 R 에게 젊음의 열기, 본능의 해방감, 간절한 호기심의 매력을 '내뿜어 넣어'준다.
두 영혼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뭔가가 미세하게 오고 간다.

억!

매우 다른 두 영혼이 가까이 만나 서로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면, 그 둘 사이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이것이 ‘the Pure’ 감독이 뭔가 뼈저리게 체험하여 세상에 꼭 전하고 싶어한 영화 주제다.

R 이 전해준 예술과 철학, 그리고 R 의 영혼(세상을 예술로 조화롭게 소화해내는 정신작용) 을 흡입한 Y는 정신성(주관성)의 질이 변해 홀연 엄마의 말과 행동, 동거하던 남자친구의 생각과 생활방식, 대중문화의 소리가 유치하게 지각되어, 기존 대상들과 충돌이 일어난다. 기존의 생활 터진을 잃게 된다. 앞으로 어찌 해야 하는가? 거리에서 노숙하며 Y 는 불안하고 고통스런 외부자극들을 귀를 통해 전해지는 R 이 전해주었던 '클레식 소리' 에너지로 이겨낸다. 엄마 세계와 단절로 인한 공허를 R 이 전해준 예술(미적 환상) 세계가 그득 메운다.
" 더이상 이전의 삶으로 무가치한 기존 세계로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 ~"

그렇다면 지휘자 R 의 정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R 은 전보다 강한 활력이 생겨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 화음을 보다 완벽한 상태로 구현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갑자기 불안정한 모습으로 Y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배려깊던 행동이 이기적 행동으로 변하고, 심지어 상스럽고 유치한 모습을 드러낸다.

R과 Y의 서로 다른 주관성이 서로 좋아해 하나로 섞이는 순간 둘 사이무의식에서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R 은 Y 의 영혼 속에 잠자던 고상한 영혼을 깨어나게 했고, Y는 R 의 영혼 속에 억제되어 있던 본능의 자연에너지를 회복시킨다.

R 은 Y 의 젊은 본능 율동을 흡수해, 뭔가 불만족스럽던 오케스트라 늙은 단원들의 생명력 떨어지던 부조화 소리를, 본능에너지와 고귀함이 어우러지는 선율로 이끌어가 '창조적 연주 작품'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이것이 R이 Y에게서 흡수한 보물이다.

그런데 친밀관계를 맺는 순간, 두 영혼 사이에서 오직 각자의 ‘좋음’ 만이 선별되어 서로에게 전해지는가? 그런건가?
그게 그러하다면 인간세상은 2백만년 전부터 낙원이 되어 있어, 종교, 철학, 정신분석학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수많은 비극의 역사를 거친 후에 생겨난 정신분석학이 이제야 영혼의 심연을 체득한 눈으로 세상에 전한다.
"감당하지 못한 채 지녀온 자신모르는 각자의 무의식들이 '마음 열고 관계하는 그 순간' 서로의 영혼 속에 깊이 들어오게 됩 니 다 ~"

R의 영혼에는 Y가 아기때부터 소화해내지 못한 불안들, 격노충동, 상처충격, 불성실한 엄마무의식이 한꺼번에 침투해 섞이게 된다.
"내 영혼을 괴롭혀온 정체모를 이것들을 부디 내 대신 처리해 저를 어둠에서 구해(성장시켜) 주세요~"

영혼의 불안과 고뇌를 위로해주는 고상한 클레식 화음 재생 전문가 R 은 과연 이 심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Y의 부모, 선생, 남친들이 해소시켜주지 못한) '그것'을 감당해낼 수 있는가?
인간 '사이 무의식'의 심연 작용을 알 길 없는 일반 사람들이 '그것'에 온전히 대처할 수 있는가?

R 의 영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혼탁해진다. 내면에 쓱들어온 뜻밖의 이물질 기운들에 당황한 R은 황급히 Y에게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 영혼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려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두 사람의 정신이 서로 섞이는 순간 형성된 '제3의 무의식'은 두 영혼 각각의 운명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발현한다.]

Y는 씁쓸한 상처를 남겨준 엄마, 아버지, 과거 남자들, 학교 선생들(대리아버지)로부터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정신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불안을 정화(응집)시켜주던 신기한 체험'을 R 에게 계속 기대하며 거칠게 다가간다.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던 애정 관계 흐름이 서로를 파괴하는 관계들로 급변한다. 통제되지 않는 삶의 사태에
불안해진 R 은 여유를 잃은 세련되지 못한 거부 행동들을 하게 되고, 급기야 저급하고 격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 네가 지내던 곳으로 돌아가 그냥 살던 대로 살 아 ~ 원래 저질스러운 게 어울리는 이 멍청한 년아 ~"
(이 적나라하고 격한 소리와 행동은 누구의 것인가?)

R 의 그 소리와 모습에서 Y가 벗어나고 싶은 혐오스런 기존의 자기 상태를 그대로 생생히 느끼는 그 순간, 무의식에서 예전의 싸움꾼 영혼이 튀어나온 Y는 ‘변질된 R(=과거의 Y 무의식에 전염. 동일시된)’를 경멸하며 무가치한 쓰레기 처리하듯 건물에서 밀처내 제거한다.
R 을 제거해 R 을 상실하는 그 순간, R 과 관계하면서 접속했던 R 의 모든 흔적들이 훅 Y의 영혼에 내사(introject)된다.

목표 없이 그때그때 하류문화의 소리에 이끌려 살아가던 Y는, 그 순간부터 이제 더 이상 과거의 Y가 아니다.
원인모를 불안에 시달리며 본능을 통제못한 채 자기혐오와 싸움을 반복하며 '영혼 없이' 살던 Y는 '그 때'부터 영원성과 조화와 순수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지위자 R 의 영혼이 된 것이다. [경계선 구조를 지닌 모방형 인격에게 있는 현상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사회 적응능력이 전혀 없어 반사회적 행동들로 말썽을 일으키던 문제소녀 Y가 성숙하고 성공한 인격 모델로 변화된 것에 신기해하며 경탄하는 사회복지사의 모습과, 소년소녀들에게 (영혼의 순결을 찬미하는) 고전 음악의 감동을 안내하는 Y의 세련되고 당당한 음악당 정식 직원으로 활동하는 장면이 클로즈업 된다.
"세상에 어리둥절하며 불안해하는 너희('과거의 나')도 클레식(R 의 영혼작용)을 통해 자부심 높은 나처럼..될 수 있어~"
(이 Y 는 누구인가? Y 인가 R 인가?)

이 세상에 과연 ‘순수한 영혼(the Pure)’이 존재하는가?
순수하기를 고집하면, 더 이상 사회 속 타인들과 온전히 교류하며 섞이기 힘든 자폐 인격이 되고, 정신의 새로운 발달을 이루기도 어렵게 된다.

영혼이 성장하려면, 타자의 영혼(나와 다른 정신성, 가치관, 정신작용 system)을 마음속에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타인의 영혼이 나의 영혼과 섞이는 순간...어떤 뜻밖의 무의식이 함께 들어와, 내 영혼이 어찌 변하게 될지 (얼마나 감당해내게 될지) 완전한 예측이 좀처럼 가능하지 않다. 그로인해

예측할 수 없는 자극들이 끊임없이 침투해오는 이 세상에는 ‘R-Y 사이무의식이 일으키는 스캔들, 파노라마’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어제의 나 와 내일의 나 가 동 일 한 영혼이라는 보장이 과연 있 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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